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혹한 세상을 만들고도, 반성하지 않는다. 어른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갓 어른이 된 그들에게 강요한다. 세상을 바꿀 힘은 너희에게 있다고. 누가 그런 힘이 반갑다고 말하는가. 필요없다. 이미, 만들어진 힘이 휘두르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무슨 강요란 말인가. 대학 생활이 시작되자 마자 수많은 고민이 한꺼번에 밀려오는데 말이다. 

내 대학 생활은 어땠던가? 다행히도, 취업에 목매며 살진 않았다. 그랬어야 했는데도 말이다. 그것보다 급한 다르 무엇인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과도기 학번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자각하지 못하고 살았거나. 2000년도 학번이 되고, 새로운 세상을 누리면서 난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다. 그랬기에 그냥 무엇이든 했다. 하지만, 지금 대학생들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너무도 잘 안다. 그것을 잘 알기에, 그 안에 속하지 못하면 낙오자라 말한다. 그건 정말 슬픈 일이다. 

나는 인간은 삶에 대해 새로운 질문이 많아질수록 세상을 새롭게 살아갈 용기가 더 많아지는 존재라고 믿는다. 질문과 함께, 질문에서 인간은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다. 새롭게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인간은 새로운 사회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내가 학생들과 함께 나눈 위로이자 희망이며 격려이다. - 27p 

지은이 엄기호 선생은 어쩌면, 지금 대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선생이 아닌가 싶다. 수업하기에만 급급한 교수들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못하고 토익 점수와 스펙을 향해 달려가다가 멈출 수 없게 되었을 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더 큰 상실감에 빠질 수 있다. 그 마음을 위로하고, 힘을 줄 사람은 분명 그 시간을 거쳐온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래도 좋은 직장에 가야한다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이렇게 청춘을 응원하는 사람이 한 명쯤 있다는 것은 젊은 날의 위로이며, 격려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뭉클했다. 어쩌면, 내가 고민했던 것을 그들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직도 고민하는 것을 그들이 고민하고 있다. 대학, 정치, 사랑, 학교, 돈. 그 안에서 허우적 거리며 누군가가 설정해놓은 기준에 들지 못하면 우울해 지는 청춘. 대부분 상위 1%를 원한다고, 나마저 그것을 향해 달려갈 필요는 없지 않는가? 하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넌 그냥 네 길을 가도 된다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우리는 서로가 경쟁자일 뿐,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슬프다. 

입장이 다르다는 말은 삶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그 질문은 그들과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를 견주어보아야 한다. 누군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들이 내놓는 답을 가지고 왈가왈부한다면 그것은 삶에 대한 모독이다. - 26p 

우리는 모두 생각이 같지 않다. 그리고, 다 똑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다. 남이 원하는 대로 살 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우리는, 세상이 맞춰 놓은 길에서 조금 어긋난다 싶으면 불안해 한다.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조금씩 조금씩 생각을 잠식 당하며, 기준 안에 드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왔다. 

어찌 보면 학생들은 교육의 실체가 폭력이라고 교실에서 몸으로 깨달아버렸는지도 모른다. 교육이야말로 권력으로부터 가장 초월한 척하지만 권력의 속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육의 목적은 지식의 절달만이 아니라 이 사회가 요구하는 몸과 마음을 만들어내는 훈육이기 때문이다. 훈육이란 말 자체가 폭력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학생들은 가장 믿지 않는 말은 이 모든 것은 너를 위한 교육이고 사랑이라는 말, 바로 그 거짓말이다. - 120p

수많은 체면을 봐왔다. 나의 공부도, 담임의 체면이 되고, 부모의 체면이 된다. 반의 체면이 되고, 학교의 체면이 된다. 공부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대학만이 자유가 될 거라고 믿고 공부를 한다. 하지만, 대학에 왔을 때 거기서 또 불꽃튀는 싸움이 시작된다. 명문대가 아니다. 잘 나가는 과가 아니다 부터 또 시작되는, 서열, 계급, 그룹 싸움. 대학생들은 지쳐만 간다. 누구를 위해 그 싸움에 동참해야 하는 걸까? 그것 또한 깨닫지 못한다는 것.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참혹함이다. 하지만, 관심이 없다는 게 참혹하다.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쳤지만, 다시 시작되는 싸움은 많은 대학생들을 지치게 할 뿐이다.  

나는 숨을 쉬고 생각을 하는 인간이다. 내가 내 삶을 결정할 이유도 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권리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인생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며, 꿈이 무엇이며,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결국 나는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육되며, 그 손길이 닿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가축일 분이었다. 야생으로 되돌려 보내지면 다시 울타리 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가축이 되어버린 것이다. _ 명성-62p 

이 책 안의 청춘들은 솔직하고,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게 기쁘다. 아마도, 수업을 하며 조금씩 조금씩 깨닫고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바로 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주 단순한 고민이라 할지라도, 고민은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찾는 것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그 힘을 끌어준 엄기호 선생에게 나마저도 고마워졌다.  

착취를 당하는 이들에게는 착취하는 자들이 눈도 돌리지 않는 것, 즉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시간, 그리고 사람들이 남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느끼고 향유했던 감각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삽질과 열정은 다시 자본이 착취할 수도, 교환할 수도 없는 '순수한 유희'에서 만난다. -234p 

그들은 대학생은 '지성인'이라는 말에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말하고, 가끔은 '잉여'인간인 것 같아 열패감이 든다고도 말한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스펙을 쌓아가는 게 힘들지만 어쨌든 애쓴다. 자신을 모르는 것 같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안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있지 않다 하여도, 그들은 꿈이 있고 나아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잣대로 그들을 재단하는 것은 우리다. 그리고, 그런 기준이 옳다고 강요하는 것도 우리다. 그들은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학원화 되는 학교가 아니라, 자신을 성찰할 수 있고, 사유하게 하는 학교를 원한다. 하지만, 외면하는 것은 우리다.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도 우리다. 

청춘, 그 단어 하나에는 많은 것을 포함한다. 청춘 속에 있으면 아무 것도 무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청춘을 지켜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의 고민이, 그들의 두려움이 그들 것이라고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니 말이다. 원하는 삶을 살라고 하면서, 꿈을 가지라고 하면서, 열정이 최고라고 하면서 우리는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다. 우린, 이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격려하고, 위로해야 한다.


입학 시즌이다. 수능 점수에 맞춰, 인기 있는 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선배와 부모의 의견에 더 충실히 따르고, 대학이라는 간판을 따기 위해 눈치를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대학 1학년, 혼란과 혼란이 꼬리를 물고 찾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입학 하자마자 스펙을 채우기 위해 정신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신들은 지나온 이라면 누구나 되돌아가고 싶은 청춘이라는 것이다. 빛나는 청춘 속에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청춘아! 슬퍼 말아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