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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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쓰레기 더미에서 잠을 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미 인간답게 산다는 말을 버린지 오래다. 그저 고된 노동과 매서운 폭력을 피할 수 있는 어떤 공간을 원할 뿐이다. 얼어 죽는 게 무서운 게 아니다. 아버지에게 맞아죽는 것이 두렵다. 폭력이 두려워 인간답게 자는 것을 포기한 제이크. 이 아이가, 또 다른 한 아이를 만난다. 구두를 잃어버린 로사. 아니 새로운 구두를 원하기에 쓰레기 더미에 구두를 버리고 갔던 아이. 이 둘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어버리면 날 대리지도 못할 거고, 술 마시려고 내가 번 돈을 몽땅 훔쳐가지도 못할 거고, 그리고 돈을 더 벌어오지 않는다고 또 때리지 못할 거야. - 8p  
   

제이크의 생각이다. 그를 때리는 것은 아버지. 그는 아버지의 술값을 대기 위해서 일을 한다. 일을 해도 굶주림에 시달리고, 씻지 못하고, 맞고.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일상에서 파업이 시작된다. 얼떨결에 참여하게 된 파업. 그 속에서 아이는 또 다른 고통을 경험한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언니와 엄마는 공장에 다니는 로사. 그녀는 공부만이 새로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선생님에게 주입된 신념은 파업은 나쁜 것이라는 것. 하지만, 엄마와 언니는 파업을 한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모른 상황에서 주입된 신념은 그녀를 혼란에 빠뜨린다. 무조건 파업을 반대하고 나선다. 파업을 하면, 가족 모두가 배고파질 거라는 생각, 파업을 하는 자체가 나쁜 거라는 생각.

   
  "제발, 엄마. 엄마랑 애나 언니는 파업하면 안 돼요. 다칠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폭도들이 난폭해질 거라고요."
로사는 차마 자신의 진짜 생각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우린 뭘 먹어요? 집세는 어떻게 내고요?
"로사 알겠니? 저들은 주급에서 두 시간만큼 임금을 깎겠다는 거야. 그건 우리에게서 빵 다섯 덩어리가 사라진다는 소리야. 일을 해도 내 자식들이 배를 곯고, 파업을 해도 내 자식들이 배를 곯지. 내가 뭘 하든, 우리는 굶주리는 거야. 일하고 굶느니 싸우고 굶는 게 낫지 않겠니, 응?" - 42p
 
   

엄마와 언니는 일을 하고도 굶주리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온몸을 바쳐 일하고도 공장주만 배부르는 세상에 사는 것이 너무나 신물나는 것이다. 하지만, 로사는 이해하지 못한다. 굶주림을 걱정하면서도 새로운 구두를 갖고 싶은 로사. 그녀에게 '빵과 장미'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그런 삶을 꿈꾼다는 것을, 로사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깨닫게 된다.

제이크는 파업이 길어지면서 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도둑질을 하게 된다. 거리를 떠돌게도 된다.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집에 들어가면 술에 쩔은 아버지의 매질만 기다리고, 밖을 떠돌면 춥고 배가 고플 뿐. 어떤 현실적인 대안도 없는 제이크는 사회의 피해자다. 도움을 요청할 이도, 도움을 줄 이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 성당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고도, 그 돈으로 아버지에 술을 사는 종속적인 삶. 그렇게 살아왔기에, 어떤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기에 어린 아이는 부모의 노예가 되었다. 제이크는 탈출하고 싶다. 그리고 마침,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아이들을 '뉴욕'으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노동자일 뿐, 노동자의 아이가 아니다. 이 참담한 삶을 벗어나고 싶은 제이크는 떠나고 싶어 한다. 그 순간,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모든 것이 자신이 사다준 술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아이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 로사의 뒤를 밟아 기차에 올라탄다.

그들이 당도하게 된 것은 버몬트. 첫 번째 목적지와 다른 곳. 제이크는 어떻게든 뉴욕으로 가 새 삶을 살겠다고 하지만, 버몬트에 도착했을 때부터 쉽게 떠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가정 안에서 다른 삶이 시작된다. 거짓말로 많은 것을 숨겨야 하는 로사와 제이크의 생활은 위태위태 하지만, 행복해 보인다. 따뜻한 말, 따뜻한 잠자리, 따뜻한 위로. 결국, 상처받은 제이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것. 하지만, 거짓말이 탄로나면 쫓겨나고 큰 일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이크. 그런 제이크를 안쓰럽게 생각해 거짓말을 자꾸 해주게 되는 로사. 그들의 우정 사이에, 제르바티 씨가 있다. 아들을 잃고 상처받은 제르바티 씨는 제이크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 희망을 얻는다. 제이크 또한, 행복을 누릴 권리를 선물 받는다.

'파업'이라는 소재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 고통받는 아이, 가족들. 그들은 인간다운 삶을 원했을 뿐이다.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원했을 뿐, 근근히 버텨가는 삶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삶을 원했을 뿐이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하지 않은가.

서로를 돕고, 서로에게 힘을 주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 이루어내는 과정 속에서 그들은 '빵과 장미' 모두를 얻을 수 있었다. 힘을 합하다.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 과정. 인간과 인간이 연결된 끈까지도 느낄 수 있다. 

100년 전의 파업. 파업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 안에서 풍기는 따뜻함. 희망. 이런 것들 이외에도, 아직도 끝나지 않은 빵과 장미의 싸움을 돌아보게 한다. 시대가 흐르고, 예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게 더 나은 삶이 아님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빵을 구하지 못해 굶주리는 일은 계속 되고 있으며, 장미향을 맡을 여유나 희망조차 없는 이들은 많다. 우리는 제이크와 로사, 버몬트 마을 사람들, 제르바티 씨처럼 서로 연대해야 한다. 상처를 쓰다듬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빵과 장미'의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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