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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ㅣ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8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있어도 있어도 부족한 게 돈이라지? 사람 마음이 그런 것인지? 아님 이 물질로 가득찬 소비 세계 앞에서 욕망을 억누르기 힘든 것인지. 종종 '돈'으로 인해 생겨나는 일들은 인간의 존엄마저 무너뜨리곤 한다. 나 또한 '돈' 앞에서 자유롭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곳곳이 돈이며, 시간 시간 돈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유쾌한 입담꾼, 인문학자,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 그녀의 유쾌발랄한 비판이 '돈'에까지 와닿았다.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된 이 기획은 '돈'의 욕심과 탐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반성이라면 반성이랄까? 하지만, 쉽게 돈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서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경제 교육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돈, 돈, 돈'이 판치는 세상이다. 땅 한 평도 돈으로 환산된다. 얼마나 더 많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지에 따라 위로 위로 뻗어나가는 건물들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900원 짜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인들은 수백만 원도 넘는 가방을 뽐내고, 빚으로 산 집을 뽐내며 대출금 때문에 허덕이고, 뭘 하고 싶어서 돈을 번다기 보다는 돈을 소비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 세상. 이러한 상황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다. 이러한 비판이 더 설득력 있었던 이유는, 그녀야 말로 '돈'을 제대로 쓰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소비'는 그녀가 말하는 '순수증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기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욕심과 욕망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욕망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도통 쉬워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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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화폐의 그와 같은 속성을 극단화한다. 돈이 돈을 낳는 것, 생식하는 화폐, 그것이 곧 자본이다. 자본은 자기 가치를 증식하는 것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특히 금융자본은 이런 화폐의 ‘속성’을 최고의 형태로 표현했을 뿐 아니라, 미다스 왕의 오래 전 예언까지 실현하고야 말았다. 금융자본은 한마디로 버블경제다. 버블이란 거품이요 신기루다. 다시 말해, 산업자본이 가지고 있었던 돈과 인간, 돈과 살림 사이의 최소한의 연관관계도 해체해 버렸다. 마침내 대지가 사라진 것이다! 어떤 목적도, 방향도 없는, 그리고 휴식조차 없이 무한을 향해 달려가는 화폐, 금융자본! 하여, 이 자본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순환계를 파괴하고 잠식해 버린다. 정신분석에서 죽음 본능이 하는 역할, 병리학에서 암세포가 하는 역할을 삶 전체, 세계 곳곳에서 수행한다. 요컨대, 자본과 생명은 본래적으로 정반대의 벡터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자본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면 필시 존재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 67~68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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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이것이 부른 공포와 재앙. 갈곳 잃은 멧돼지들이 인간을 습격하는 것은 멧돼지가 포악해서가 아니다. 그 깊숙한 곳을 파헤치면 결국 '신자유주의'가 파헤쳐놓은 자연, 망가져버린 생태계가 있다. 곳곳에서 파헤치고, 짓고 올리고, 팔고 돈을 불리고. 그것이 다 인 것처럼 모두가 재앙을 쫓는다. 결국 한계에 다다른 '멧돼지'라는 동물은 자본에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 뿐인가. 여기 저기 삽질을 해대며 파헤치고 있는 강바닥의 재앙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 개발만이 경제를 살리는 길인지 정확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분별하다. 그것은 다 '돈' 때문임을 우리는 한다. 하지만, 막지 못하고 있다. 갈등 때리고 있는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한다면, 손에 돈을 쥘 인간들이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다. 개발로 땅 값이 오르고, 개발로 건설사가 배를 불리고, 개발로 경제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일 거라는 착각에 빠지고. 결국 그 '돈'의 망령은 아이들의 소비행태까지 잠식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의 생일 파티가 '외식'이 아닌 '회식'이 된 세상이 왔다. 정말 부모들은 등골빠지게 돈을 벌어도 모자랄 판이다.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양손 가득 안겨줘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휴대폰도 마련해 줘야지, 생일 파티는 물론이고, 방학 때마다 돈으로 덕지 덕지 칠한 캠프도 보내줘야지. 남들 하는 거 다해주다가 지쳐 쓰러진다. 더 웃긴 건 아이들은 감사해하지 않는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사랑으로 느끼지도 않는다. 그냥 부모로서의 의무이다. 일반화된 아이들의 생활에 맞장구 쳐주지 못하는 부모는 능력없는 부모일 뿐이다. 그게 서러워 빚이라도 내서 키운다. 그야말로 행복과 평화는 '돈'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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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오면 더불어서 많은 것이 함께 온다. 밥과 공부, 그리고 또 다른 사람과 활동, 기타 등등. 현대인은 이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 든다. 그러니 평생 죽어라고 벌어도 항상 모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인복으로 해결한다면? 돈을 버는 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 151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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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가까운 예로 <수유+너머>에서의 돈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밥과 공부를 함께 하며, 사람과 함께 '돈'의 필요함을 채우는 공동체. 돈의 노예로 살지 않고, 돈을 나누며 사는 공동체. 이것은 정말 유익하고 필요한 롤모델이다. 조금씩 조금씩 느리지만 천천히 이러한 공동체가 생겨난다면, '돈'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쉽게 벌고 싶은 돈'도 많은 문제를 자아낸다. 고생은 하기 싫고, 돈은 벌고 싶고, 뭘 해서 벌어야 하는지는 모르겠고. 고생은 피하고 싶은 현대인들, 대학에서 죽어라 토익, 토플에 집중해 대기업에 들어가면 재미없는 일을 하며, 무차비한 경쟁까지 견뎌내야 한다. 무조건 견뎌야하는 '직업'은 절대 행복을 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비교적 돈을 많이 벌 수 있기에 견딘다. 이것은 악순환이다. 우리 사회에도 절대 유익한 에너지를 줄 수 없다. 부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돈'보다 '재미', '즐거움', '행복'에 집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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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의 핵심은 몸이다. 생각은 가능한 한 내려 놓고 몸을 주로 써야 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몸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그러면 그 에너지를 주로 정신적인 데 쓰게 마련이다. 여기서 태과/불급이 발생한다. 안 써도 되는 심력을 지나치게 쓰게 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중적으로 어긋난다. 몸은 너무 안 써서 탈이고, 머리는 지나치게 골몰해서 탈이고, 결국엔 몸과 마음 둘 다 파탄에 이르고 만다. 실제로, 요즘 청년들은 거죽은 멀쩡한데 속은 다들 곯았다. 성인병, 노인병이라 할 것들을 이미 10대, 20대에 앓고들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고생을 피하려고 몸부림치는데, 이건 정말이지 ‘작전미스’다. 거꾸로 해야 한다. 고생살이를 기꺼이 해야 이 모순들이 해소된다. 몸이 수고롭게 되면 마음은 절로 쉬게 된다. – 83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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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반성을 해야 아래도 변화할 텐데. 아니 아래가 변화해야 위가 반성하는 것일까? '돈' 때문에 거꾸로 가는 사회에서 무엇이 가치있는 것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점점 삭막해져 간다. 우리는 안다. 돈이 행복의 전부가 될 수 없음을.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알면서 놓지 못하는 그 물질. 그것이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처에서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미숙 선생님은 언제나 이러한 반성을 끌어낸다.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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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돈이 아니다! 소유로부터 벗어나건 소유의 현장으로 들어가건,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자유다! – 소유에서 자유로! 존재의 무게중심을 이렇게 옮겨 놓을 수 있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순수증여라는 ‘비밀지’에 도전할 수 있다. – 19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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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안에서 의식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태연해질 수 있다면. 내 것을 '우리'의 것이라고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돈의 순환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을까?
부록에 등장하는 친구들을 보며 어렴풋이 답을 알 것 같기도 하다. 44만 원에 행복해하는 김해완은 돈에 미래를 두지 않고, 자신에게 미래를 둔다. 44만 원으로 유쾌하게 사는 방법을 궁리한다. 시성의 보리기금 보고서는 '돈' 자체를 뿌듯하게 만들어준다. '돈'이 진정한 능력을 뿜는 것은 역시 '소유' 보다는 '자유'라는 말이 공감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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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에서 하는 모든 일은 우리에게서 비롯된다. 재충전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자신을 비우고 더 많은 것을 받아야 한다. 말하자면 빈 그릇이 되는 것이며, 한쪽 손을 들고 축복을 받은 후에 다른 손을 열어서 그것을 통해 그 축복이 다른 이들의 삶 속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베어 하트,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 형선호 옮김, 황금가지, 1999, 298쪽) – 20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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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비우고 채우고를 반복해야 잘 굴러간다. 꽉꽉 눌러담기만 하다가는 언젠가 '뻥'하고 터져버린다. '돈'도 마찬가지 아닐까? 축적하여 뽐내는 '돈'은 무가치하며, 재미없다. 자신에겐 한없이 사치스럽지만, 나눔을 모르는 사람은 탐욕스러운 돼지에 불과할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돈'에 대한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할지 모른다. 돈으로 창조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삶. 그것을 꿈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