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탐닉 - 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 김혜리가 만난 사람 2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 겉핥기식 대화가 아니라, 진지하고 풍성한 대화를 나누어 본적 있나요? 가십을 궁금해하기보다, 그의 생각과 철학을 궁금해한 적이 있나요? 우리는 그들의 무엇이 궁금한 건가요?

김혜리가 만난 사람들은 각 분야에서 독보적이며,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독보적이라고 말하지도, 독특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뿐. 뚜렷한 철학과 주관이 있으며, 자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아는 이는, 대답도 막힘없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기에,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어려울 것도 힘들 것도 없다.

가끔 인터뷰를 하다 보면,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꾸미듯 말하는 이가 있다. 그럼,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는 당장 알아챈다. 이 사람이 얼마만큼 보여주고 싶은지, 보여주고 싶은 만큼만 말하는 사람에게 속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도 기자의 몫이리라. 김혜리는 외면 풍경만 말하고 지나칠 수 있는 이들에게, 내면 풍경을 끌어내기 위해 밀도 높게, 깊은 중심으로 돌진해갔다.

김연수, 김제동, 김태호, 정우성, 장성일, 김명민, 신형철, 유시민, 김혜자, 김동호, 류승범, 김경주, 신경민, 방은진, 정영목, 하정우, 고현정, 정두홍, 정재승, 최규석, 김미화, 장한나.

이들에게 공평한 공을 들였고, 이들에게 얻고 싶은 답을 이끌어냈다. 연예 가십, 알고 싶은 것만 인터뷰하는 일반 기사와 달리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는 '한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인간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자기만의 정체성을 쌓아가는 한 인간. 그 인간에 초점을 맞추니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진지하고 특별하다.

김제동이나 고현정처럼 이슈가 있는 대상에게는 무례하지 않고 정중하게 질문을 던진다. 그들에게 따라다니는 이슈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입장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들을 수 있다. 김태호의 인터뷰는 <무한도전>과 닮아있다. 엉뚱하지만, 분명한 자기 철학. 자기만의 의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단호할 정도로 분명하게 말하는 그의 답에서 <무한도전>의 향기가 폴폴 난다. 김혜자의 소녀 같은 성격, 장한나의 끝날 줄 모르는 도전과 질주, 방은진의 또 다른 꿈. 때론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을 망각한 듯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동화되어 간다. 

장한나의 마지막 대답처럼, 이들은 모두 자기 안에 불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차가운 불', '뜨거운 불'. '생각하는 불', '실천하는 불'. '활활 타오르는 불', '따뜻하게 밝히는 불'. 그들의 성격과 삶만큼 불도 가지각색이다. 김혜리는 그들의 불을 들여다 보는데 열심이다. 그들을 세밀하게 추적한 후, 다가선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소개도 많은 공을 들였다. 그녀는 그들에게 애정을 갖고 다가갔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그려질 수 있었고 그들 또한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 같다. '진심의 탐닉' 그것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까지도 이해하고 다가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그들의 진심보다는, 우리가 알고 싶은 이야기만 들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그들의 내면 풍경이 그래서 더 빛나고, 그래서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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