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성기 옮김 / 이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의 마음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입으로 말한 마음은, 과연 진실한 마음일까? 거짓된 마음일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오로지 자신만이 느낄 뿐.

'선생님'은 어릴 적 부모님을 갑작스럽게 여의고 믿었던 숙부에게 부모님의 유산마저 빼앗긴다. 세상에 홀로 선 '선생님'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상처를 받기 싫어 에고이즘으로 똘똘 뭉친 인간으로 변한 '선생님'은 사랑을 쟁취하고 결혼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친구인 K에게 상처를 주고 자살로 내몰게 된다. 사랑하는 이와 결혼은 했지만, 그때의 충격으로 자신의 내면에 갇혀 살게 되는 '선생님'과 '내'가 만나게 된다. 언제나 알쏭달쏭한 말을 하는 선생님. 

"나도 외롭지만 자네도 외로운 사람인 것 같군. 나야 나이가 있으니 외로워도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지만, 아직 젊은 자네는 그러기 어렵겠지. 흔들릴 만큼 흔들리고 싶겠지. 그러다보니 뭔가에 부딪혀보고 싶을 걸세."
"저는 전혀 외롭지 않습니다."
"젊다는 것만큼 외로운 것도 없지. 그게 아니라면 왜 이렇게 자주 나를 찾아오는 건가?"
- p 27 중에서 - 

사랑하는 아내와 사는 '선생님'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삶이야말로 고립되고 고독의 극치로 몰아넣는 극한의 상황. 내면은 황폐해지고 허약하지만, 버티고 살아가는 '선생님'의 앞에 얼쩡대는 '나'는 가장 가까운 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자신의 비밀과 내면의 사악함을 털어놓고 싶은 대상이 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특별히 취직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시골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사시는 부모님에게는 자랑의 대상이다. '나'는 그저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부모님의 기대는 부담스러울 뿐이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서 한참을 있게 된 그는 '선생님'의 긴 편지를 받는다. 

자신의 내면이 얼마나 추악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인지, 그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는지. 담담하지만 생생하고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가족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우연히 들어가게 된 하숙집의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 '선생님'. 고향 친구인 'K'를 자신의 방에 불러들여 살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철저하게 자신을 고립시키며 살아온 'K'는 어느 날 '선생님'에게 '아가씨'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친구 'K'의 성격으로 봐서는 털어놓은 감정 자체가 큰 것이었을 것이다. 또한, 믿는 친구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용기를 보였던 것. 하지만 '선생님'은 그의 고백을 듣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선생님' 또한, 오래전부터 '아가씨'를 좋아했던 것. 'K'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가씨의 어머니에게 미리 선수를 쳐 결혼 약속을 받아낸다. 'K' 혼자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

'선생님'은 믿었던 숙부에게 배신을 당한 이후로 인간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자신은 피해자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이 가해자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것도 교묘하게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사랑을 낚아채며 우정을 저버렸다.
'K'는 결국 자살을 해버린다. '선생님'도 예상 못 했던 사건. 친구의 자살에 자신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실마저 은폐하고 만다. 그렇게 '아가씨'와 결혼한다.

"유서의 내용은 간단했네. 그리고 약간 추상적이었지. 자기는 의지가 약해 어려움을 이겨낼 자신도 없고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내용이었네. 그리고 지금껏 내게 신세 진 것에 대해 간략하게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네. 신세진 김에 사후 처리도 부탁한다고 적혀 있었네. 사모님에게 폐를 끼쳐서 죄송하니 대신 사과해 달라는 말도 있었지. 내게 고향에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네. 필요한 말은 한마디씩 전부 씌어 있는데, 아가씨의 이름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네. 유서를 다 읽고 나니, K가 일부러 아가씨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네. 하지만 가장 내 가슴을 울렸던 부분은, 먹물이 남아서 마지막에 한 줄 덧붙여 쓴 것 같은, 좀 더 일찍 죽었어야 하는데 왜 지금까지 살아 있었던 걸까, 하는 대목이었네." - 294p 중에서
 
좀 더 일찍 죽었어야 하는데 왜 지금까지 살아 있었던 걸까, 라는 대목은 '선생님'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선생님'은 자신만의 행복을 얻으려 친구에게 불행을 주었다.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죄책감과 자책감으로 '사랑'을 얻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마음속의 짐을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 괴로웠던 '마음'을 '나'에게 털어놓는다. 누구에게도 못했던 말을 차곡차곡 꺼내어놓고 그도 '자살'을 선택한다.

'마음'.

더 없이 괴로운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상처를 받고, 그 마음 때문에 상처를 주었다. 그 고통은 아무리 노력해도 씻겨지지 않았고, 결국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해 최후의 선택을 한다.

그 내면의 고백이 가슴을 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