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가족들의 엉뚱, 유쾌한 탐험

네 남자를 믿지 말라 ㅣ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8월

도청, 미행, 협박이 일인 가족. 사립탐정이 직업인 가족은 화목과 행복보다는 일이 우선이다. 삶 속에서도 일의 습관을 버릴 수 없다. 뭐 나름 직업병이라고 할까? 

이야기는 이 가족의 둘째이자 큰딸 이자벨의 체포에서 시작된다. 4번째 체포. 도대체 이 여자는 무슨 일로 체포를 당한 것일까? 옆집 남자를 의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미행에다가 무단 주거 침입, 접근 금지 명령을 받고도 위치 추적에 단독 수사까지. 집요한 이자벨이 코믹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것은 무슨 되먹지 못한 직업병이란 말인가?
옆집 남자가 정원사인 것도, 그 남자와 접촉한 후에 여자들이 사라졌다는 것도 의심스럽다. 신분 세탁을 어떻게 했는지 그 흔하디 흔한 존 브라운이란 이름과 출신에서도 단서를 잡을 수가 없다. 왜 그 남자의 집에 어떤 방은 잠가놓은 것일까?
이 여자의 궁금증은 결국 집착으로 변한다. 잠깐 교제를 하다가, 결국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진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전과자가 된다면 사립탐정일도 끝장이다. 이것은 가족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 엄마 아빠는 필사적으로 말린다.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명성에 치명타를 입으면 큰일.

헨리 스톤 경위를 친구로 삼고 싶어하는 나이 어린 막내 동생 레이. 그녀도 사고뭉치에 엉뚱녀.
전편 <네 가족을 믿지 말라>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읽지 않아 잘 알 수 없다. 또래들을 무시하고 잘 섞이지 않는 레이는 헨리 스톤 말이라면 절대적이다. 헨리 스톤은 사생활을 보호받기 위해 레이를 멀리 두려 하지만, 그녀의 집착 또한 직업병처럼 징그럽다. 구조 요청을 종종 하는 헨리 스톤 때문에 이자벨은 헨리 스톤과 자주 만나게 되고, 남들은 다 아는데 그녀만 알지 못한다. 그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아빠의 행동 또한 수상하다. 평소에 운동을 잘하지 않는 양반이 몰래 운동을 하러 다니고, 음식을 가려먹는다. 딸들은 중몸(중년의 몸부림)에서 말몸(말년의 몸부림)으로 이름 짓고 아빠를 수상하게 여긴다. 엄마의 행동 또한 수상하다. 어느 날밤 잠옷차림으로 나가더니 어떤 집에 세워진 오토바이의 바퀴에 구멍을 내거나 기름을 흘려보내는 짓을 한다. 이자벨은 가족들이 점점 이상해져 가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옆집 남자의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작가는 사건의 가닥을 잡는데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않는다. 가족들의 상황이나 행동에 대한 설명을 붙이고, 이자벨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개의 에피소드도 투입한다. 이자벨의 큰 오빠의 이상 행동도 포착하게 해 가족들을 이야기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이자벨이 존 브라운에게 집착해 그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게 주된 사건인 것 같지만, 사실 가족들의 이야기가 비중이 크다. 퉁명스럽고 냉정해 보이는 가족이지만, 각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작은 에피소드들에서 눈치 챌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이것은 한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애와 사랑이다.

결국, 이자벨의 엉뚱한 집착은 오해였다는 게 밝혀지지만, 그 외에 이자벨이 밝혀내는 것들이 더 신선하다. 엄마와 아버지의 이상행동에 대한 이유와 오빠의 방황에 숨겨진 뒷이야기. 헨리 스톤 경위가 이자벨을 아끼는 마음, 레이의 성장 등등.
엉뚱하고 유쾌하지면 서로를 이해하는 가족들. 하지만, 상투적이지 않아 좋다. 상투적이고 식상하게 너희를 사랑한다. 저희는 부모님을 사랑해요가 아니라 사립탐정 가족답게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짧게 끊어진 스토리들이 플롯이 되어,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자벨, 그녀의 오해가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