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5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5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지식 e는 줄곧 하나의 이야기를 해왔다. 여러 개처럼 보이는 이야기도, 사람이었고, 정의였고, 사회였고, 올바름이었다. 간결한 카피와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동. 울대가 뜨거워지며 짜릿한 눈물이 치솟을 때도 있었다. 그것은 몇 줄 때문이었고, 짧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지식 e 5>에는 사람들을 모았다. 기존의 폼은 유지했지만, 사이사이 테마와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해 실었다. 그들의 생각과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인터뷰는 사회와 개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인간'과 '인생'은 벗어날 수 없는 테마다. 그 안에는 '인권', '생활권', '생존권' 등 처절한 싸움이 담겨있다. 개인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임에도 우리는 외면하고 사는 것들이 많다. 다른 방향에 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의 오늘을 묻게 했다. 

결국 '다양성'이다. '다양성'이 무시되는 사회는 성장할 수 없다. 획일화된 생각과 독단적인 결정에 순응해야 하는 사회라면 미래가 없는 것이다. 그저 로봇처럼 조종하는 대로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몸부림이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의 오늘과 내일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산거별 등반 전문산악인 김세준, 축구저널리스트 서형욱, 팝아티스트 낸시랭, 판화가 이철수, '노리단' 퍼포머 강희수, 마임이스트 유진규, 공연연출가 탁현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장여경, 인드라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 뮤지션 한대수, 친환경에너지 발명가 황성순, '미디어몽구' 운영자 김정환, 용산 철거민 참사 유족 김영덕, 성공회대 연구교수 보노짓 후세인, '슬로 라이프 운동' 지도자 쓰이 신이치.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다. 다른 목소리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목소리다. 그들의 생각과 삶을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이해 가능한 목소리다. 생각해봐야 할 목소리다.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문제의 발생으로부터 시작된다. 문제가 제기되고 나면, 다른 목소리들은 멈출 수 없다.

그들의 목소리 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목소리는, 용산 철거민 참사 유족 김영덕 씨의 목소리였다. 애원도 통하지 않고, 인권이 말살 당하고, 약자에게 불을 지르는 사회를 경험한 그녀의 처절한 목소리가 뼛속까지 사무쳤다. 그리고 오늘의 나에게 묻는다. 오늘의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었나? 그들이 찢어질 듯 외치는 악다구니가 과연 그들만의 문제일까? 그녀는 몰랐다고 내가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냐고 했다. 한 가정이 산산조각나며 뿌리까지 흔들렸다. 단 하나의 사건, 단 하나의 결정, 단 하나의 외면 때문이었는데도 내가 아니니까 고개 돌리지 않았던가. 나는 부끄러운 오늘의 나에게 묻는다. 그녀가 말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누구를 찍었냐고요? 내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녀의 뼈아픈 후회가 사무친다.

성공회대 연구교수 보노짓 후세인의 목소리는, 부끄럽게 했다. 우리와 피부색이 달랐을 뿐인데, 이유도 없이 욕을 먹고 동행한 여자까지도 치욕스러운 말을 들어야 했다. 공권력은 도와주려 하지 않았고, 그가 교수라는 말조차 믿지 않았다. 신분 위장일 거라며, 제대로 신원 조회도 해주지 않았다. 경찰도 시민도 한통속이 되어 그의 피부색만으로 그를 차별했다. 그는 모멸감을 느끼고, 고소했다. 힘겨운 싸움이다. 그는 피곤하다. 이런 한국 사회가, 피부색으로 우월한 인종과 무시해야 할 인종을 나누는 이 사회에서 살아갈 희망을 찾아야 할까?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있기에 우리는 조금씩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건투를 빈다.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장여경, 그녀 같은 사람이 없다면 우리의 사생활은 무사할 수 있을까? 그녀의 투쟁은 우리 모두의 투쟁이 되어야 할 것인데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청의 합법화라니 온 국민을 통째로 관리하겠다는 것인가. 목소리가 있지만, 목소리가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박원순 선생님은 자신은 도청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연한 그의 말이 난 두려웠다. 그런데,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누군가와 떠드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면. 우리가 막아야 하는 것이 무엇일지, 올바르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지. 이대로라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우리 시대의 다른 목소리가 널리 널리 퍼지길 바란다. 그리고, 오늘의 나도 다른 목소리에 귀기울이길 바란다. 공부만 해서 되는 시대가 아니다.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시대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 사람의 목소리에는 큰 울림이 있다. 상상의 세계란 없다. 현실이 될 수 있는 세계만 있을 뿐.
<지식 e 5>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중요하다. 다른 목소리의 힘은 그곳에서 나온다. 노력, 행동. 절망을 말하기엔 때 이르지 않은가? <지식 e 5>는 희망을 말하기에 묻는다. 당신의 오늘은 어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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