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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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망인이 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가 죽고난 후, 그의 다른 삶을 알게 된다면?
내가 믿고 살았던, 그가 내가 알던 사람과 달랐다면?
생각을 정리할 사이도 없이, 아이들이 유산 분할을 요구하고, 내 삶의 공간으로 들어오겠다고 한다면?
나는 전업주부였고, 자립적인 삶을 한 번도 한적이 없는 순종적이고 유약한 여자였다면?

쉰 아홉, 도시카는 이 모든 것을 갑작스레 겪는다. 중년에 찾아 온 혼란, 다정하지 않은 자식들. 뒤이어 알게 된 남편의 불륜. 숨을 쉴수도 없이 평온한 삶에 사건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든다. 갑자기 남편이 죽고나자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자신의 삶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사소한 결정도 친구들에게 묻게 되고, 몇 번은 망설인다. 

천천히, 느리지만 분명히 그녀는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나간다. 밥과 빨래, 살림만 하던 그녀가 가출도 해보고, 가출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또 다른 세계, 자신만이 몰랐던 세상에 쉰 아홉이 되어서야 발을 들이는 것이다. 씁쓸함, 슬픔, 놀라움은 도전, 다짐, 당당함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그녀가 귀엽다가도 답답해 가슴을 쳤다. 그게 그녀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을진데, 나는 왜 이리 답답해지는지. 후훗. 여러가지 삶이 있는데도 말이다.

남편의 애인에게 당당히 맞서고, 자식들에게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자신을 독하지도 강하지도 않는 뜨뜨미지근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밝힌다. 서서히 변화하면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그녀가, 눈물겹게 용감하다.
쉰 아홉이 되어서야 홀로서기를 하는 그녀는, 과거의 어떤 여인들이었겠지. 현실은 냉혹하며 요람처럼 포근하지만은 않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도시코 자신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하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클리나멘(clinamen)', 돌연 발생하는 방향 선회. 남편의 죽음이 그녀에겐 클리나멘이었다.

生이 고착화되고 고정화되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우리가 사는 70년이 넘는 시간은, 한가지 길로만 살기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변화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 지 모르는데, 또한 그것을 갈구하고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변신도 하고 살아야 재밌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그녀가 또 다른 세계에 눈을 뜨고, 혼자 씩씩하게 걸어나갈 수 있게 된 것에 박수를 보낸다.

혼이여, 불타올라라! 다마모에!
보이는 것만 믿고 살기에는, 인간은 너무 영악하며 세계는 변화무쌍하다. 
내 인생 끝까지~ 불타오르게 살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뜨겁고 멋진 삶일까?

도시코! 당신의 새롭고 변화된 인생을 응원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도시코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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