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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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물이 위험수위를 넘는다. 사람들이 패싸움을 벌인다. 살자고, 다른 지역에 물이 차올라도 모른 척 모래가마니를 쌓는다. 물이 사람을 위협한다. 그 와중에 사회부 기자 문정수는 기사 거리를 찾아 배고픈 개마냥 침수 지역을 어슬렁거린다. 비릿한 물비린내가 그를 가득 채운다.

타이웨이 교수의 <시간 너머로>의 출간에 참여한 노목희, 고향 창야의 저수지 뚝방 붕괴사고를 보며 과거의 어떤 이를 회상한다. 노학연대 집행부였던 장철수, 그는 연마공의 추모집회에서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라는 추도사를 한다. 그리고, 그는 그 추도사와 걸맞게 비루하고 치사하게 경찰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자취를 감춘다.

초등학생은 개에 물려 죽는다. 방치당한 채, 자기집 개에 물려 죽는다. 철거 지역에 사는 아이였다. 강제철거 빈민지역에서 일어난 사고는 톱뉴스가 된다. 죽은 아이의 엄마는 나타나지 않고, 문정수는 죽은 아이의 엄마를 찾아 '해망'으로 간다. 그에게 또 다른 기억이 있는 해망. 그곳에는 아이의 죽음을 알고도 나서지 못한 여자 오금자가 있다.

인명구조특공조장 소방위 박옥출은 화재 현장에서 보석을 훔친다. 뒤늦게 보석이 사라졌다는 게 밝혀지지만 그는 입을 다문다. 브로커에게 장물을 팔아넘기고, 신장이 나쁘다는 핑계로 명예롭게 퇴직한다. 이 사실을 눈치 챈 문정수. 하지만, 박옥출은 그에게 함구할 것을 요구한다. 문정수는 알면서도 모른척한다. 박옥출은 해망으로 향한다. 어떤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

잘, 더, 좀, 또, 꼭, 좋아, 싫어 같은 외마디 한국말을 좋아하는 후에는 해망의 바다에서 특별한 것을 건져낸다. 8년 동안 미군 폭격기와 전투기 들이 쏟아낸 포탄 껍데기와 탄두가 널려 있는 바다는 쇳덩어리를 품고 있다. 해망의 펄 속에서 쇳덩어리를 건져내는 후에. 그녀는 한국에서 무엇을 건지고 싶었던 것일까.

방조제에서 한 아이가 크레인에 깔려 죽는다.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무시하고 방조제 건설에 정신이 없었던 해망. 그 사이에서 17세 여학생이 깔려 죽는다. 죽은 아이의 아버지는 바다 곁에서 논과 밭을 일구며 사는 방천석. 딸의 죽음으로 여론이 시끄럽다. 시민단체가 공사 반대운동에 불을 당기고 한 아이의 죽음은 가족들이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전략적으로 이용된다. 마을 사람의 바람대로 당분간 보상금을 받지 않도록 한다. 침묵하지만, 그는 행동할 수 있을 때를 기다린다.

해망을 밥 먹듯이 드나들게 된 문정수, 새벽에 찾아오는 그를 조용히 도닥이는 노목희, 후에와 쇳덩어리를 찾아 헤매는 노목희의 선배 장철수, 후에와 장철수와 한 지붕 아래에 살게 된 오금자, 오금자에게 집과 논, 밭을 빌려주고 보상금을 받아 떠난 방천석, 포탄과 탄두를 거둬드리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게 된 박옥출, 박옥출의 고철 사업 때문에 쇳덩어리 찾는 일을 못하게 되어 장기 밀매를 한 장철수, 그 장기를 받은 박옥출.

그들은 해망과 함께 시간과 사연으로 얽혀있다. 모든 인물은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상황과 마주치거나, 그러한 상황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그러한 상황에 상처받기도 한다. 서로가 얽히고 섥혀있지만, 서로를 알듯 말듯 잘 알지 못한다. 

소금을 만들어내는 펄처럼, 바람에 날린 소금을 먹어 힘을 쓰지 못하는 땅덩어리처럼 어딘지 모두가 힘들다 못해 비루하다. 시간 너머에 도달하지 못하고, 시간을 등에 업고 겨우겨우 살아간다. 하지만, 끝내 다투던 시간에 자신의 기운을 싣는다. 노목희는 북디자이너 과정을 배우러 스웨덴으로, 문정수는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오금자는 아들의 보상금을 받고 다시 살아보려, 장기매매를 했던 장철수는 그 돈으로 후에에게 약간의 자유를 선물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읽는 내내 팍팍하다. 우울한 바다 속을 헤엄친다고 할까?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기에 꾹 참는다. 이 모든 것들. 우리는 잘 참아내고, 잘 이겨내고 건너가고 있다. 시간 너머로 달리고 있다. 우리는 종내 시간을 너머로 가기 위해 이렇게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럽게 살아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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