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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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야기는 잊혀질 수 없는, 아픈, 그리고 안타까운 이야기다. 상처와 상처들이 연결되어 그냥 살지만, 그냥 살아지지 않는 이야기를 작가 '공선옥' 씨가 다시 이야기한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숱하게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을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너무나 불행했고
나는 너무나 안절부절
나는 더없이 외로웠다

_이라바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중에서


 


이야기가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이 글은, 이야기를 예상하게 한다. 가장 예뻤을 때 가장 아팠을 사람들의 이야기. 
해금, 경애, 수경, 승희, 정신, 태용, 만영, 진만, 승규. 아홉 송이의 수선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친구 경애를 잃게 되고 경애의 죽음을 목격한 수경이 자살을 한다. 아픔과 격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학을 가거나, 일을 하거나 모두들 각자의 삶을 산다. 관계 속에서 얽혀있는 아픔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들은 꽃다운 나이, '청춘'이라고 불리는 나이에 많은 걸 잃었고, 상처를 얻었다.

경험하지 않았으면, 모를 그 아픔 속에서 비뚤어져 나가기도 하고 제대로 된 '민주화'를 얻기 위해 투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 가슴에는 죽어버린, 죽을 수밖에 없었던 친구들이 묻혔다.

아픔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방황하는 청춘들이 나온다.
경애의 죽음이 잊혀지지 않은 수경, 어떻게 다들 잘 사는지 모르겠다는 수경, 그 고통과 괴로움에 갇혀 세상과 자신을 끊어버리는 방법을 택했던 수경.
첩을 끼고 사는 아빠가 밉고, 그렇게 사는 엄마가 불쌍하고, 크리스마스에 골방에 들어가긴 싫고, 승희는 방황한다. 엄마가 그 골방에 와 있었지만, 그것도 모른 채 방황하던 승희. 결국, 엄마의 주검을 발견한다. 그 후로 잠적하고, 배가 부른 채 돌아온다. 아픔의 시절, 그녀는 죽음을 뒤로하고 떠났는데 생명을 품은 채 돌아왔다.
승희를 좋아했지만, 아이를 낳은 승희를 받아드릴 수 없었던 진만. 자신의 꿈도 잊은 채 방황하고, 승희의 생명을 거두고 싶은 만영은 자본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정신과 승규, 대학에 들어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민주화'를 위해 싸운다.

친구들의 중심에 선 해금은 꽃 같은 사랑을 하지만, 사랑하는 이는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감싸 안고 자신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다가서는 사람도 상처를 받던 그때. 모든 것이 혼란이고 혼돈이고 정리되지 않은 시대였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줄만 알았다. 그게 다인줄만 알았다. 돌아보니, 내가 가장 좋았어야 할 시절에 너무 아프기만 했다. 수선화가 피기도 전에 꺾여버리고 짓밟혔다. 하지만, 이겨내고 다시 살아야 했다.

우리가 가장 예뻐야 할 때, 아프기만 했다면. 우리가 가장 사랑받아야 할 때 힘들기만 했다면.

잊지 말아야 할 우리가 가장 예뻤어야 할 때. 그 시대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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