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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삼촌
현기영 지음 / 창비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기륭전자 비정규직, 아니 파견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보고 마음이 찡했다.
잔업, 특근, 휴일도 없이 철야로 일하고 겨우 백만원을 받으면서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그들은,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기도 하고
터무니 없는 이유로 내몰리기도 했다.
그 찬란한 디지털단지에 우글우글 파견직 노동자들은
갈 곳을 잃고 헤매이기도 하고, 비인간적인 처우에 눈물짓기도 한다.
잊어서는 안 될 일들이 자꾸만 잊혀져가고, 나도 내 일이 아닌 듯
그저 가슴만 아파하고 짠한 마음이 들 뿐인건, 내가 그들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도 4.3항쟁.
그것도 나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억해야할 역사이고, 돌아봐야 할 일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조차 하지 못해 망각의 길을 걷고 있다.
제주도 출신 작가 현기영이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슬픔과 아픔의 역사를 끌어내어 그들의 화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한 번도 고발되지 않은 그 일. 하지만, 고통받고 죽어간 사람들.
2백명을 찾아내기 위해 5만명을 죽인, 구덩이를 파 아무렇게나 묻어버리고
방치된 시체는 까마귀의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야 했던 4.3항쟁.
비단 제주도의 아픔 뿐만 아니라, 눈가리고 아웅했던 그 시절의 여공의 고통과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서 차곡차곡 이야기하고 있는 현기영의 소설집 순이삼촌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 그리고 기억하려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꾸지람을 하고 있는 듯했다.
건국 60년으로 짧게 치부해버리려는 저들의 꿍꿍이 속에서
이것 저것 자기들 필요한대로 역사를 지워버리고, 없애버리고, 왜곡하려는 계략을
우리는 피부로도 마음으로도 느끼지 못하고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간다.
그들은 말한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복잡한 이야기 하지 말고 편리한대로 살자.
경제만 살리고, 돈만 많이 벌면 되는 거 아니냐.
가진 자의 권력을 함부로 넘보지 말아.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들인지.
복잡한 이야기 싫어하는 세상이 되어버려,
과거의 일은 과거로만. 자기들 편한대로만 역사를 바꾸고
고통당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를 막는, 무관심한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도 반성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어린 아이와 아녀자들의 죽음을 좌익 무장폭동으로만 치부해버리려는 저들의 속마음 속에
가슴이 아리도록, 몸이 부서지도록 눈물의 한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순이삼촌은 왜 죽었는가?
그녀가 시체가 즐비했던 그 자리에 곱게 누워
죽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도 쓰다듬고 보듬어주지 않아 썩어 문드러져간 마음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