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모두 하나씩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 그 상처 안에서 삶이 요리되어지고 만들어 진다.
상처는 크나큰 아우라가 되어 나를 지배하기도 하며, 어떤 기억은 내 인생의 발목을 붙잡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처럼 삐걱삐걱 외줄에 서서 언제 떨어질지 몰라 허둥대기도 한다.
그런 것이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패션지 기자 생활 7년. 남들은 화려하게 보는 일의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미친듯이 뛰어야 하고, 거절을 밥먹듯이 당해야 하고, 밟고 올라가야 하고, 음모와 소문이 난무하는 곳에서 인내를 같고 버텨내야 한다. 한 번 아웃되면 그걸로 끝,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

사람들 삶은 비슷비슷하다. 껍데기만 봐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고,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거야 말로 정말 되도 않는 아는척일 수밖에...
서정은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아는척해야 하는 시대를, 몰라도 알아야 하는 시대를,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하는 시대를.
서른 하나, 그녀에겐 걱정해야 하는 살과 적자로 허덕대는 재정과 친구를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사치가 되는 바쁜 생활의 연속.

하지만, 누구보다 강한 열정으로 '안 되는 것은 더 되게 하라'라는 일념으로 인터뷰를 따내고 기사를 쓴다. 잡탕같은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길을 걷지만, 그 나이에 싱글들이 한번쯤 생각하게 되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는가 하는 한숨도 가득하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 누구 하나 평범한 사람이 없다.
잘해도 갈구는 선배, 소문을 달고 다니는 후배, 맞선 자리에서 사라져버린 기억 속의 남자, 패션계를 둘러싸고 있는 싸이코 같은 인간들과..
속으로는 정상이 아니라고 욕할지라도 서정 마음속에 그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해야 하는 그런 사람들.
그것이 그들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삶은 그렇다. 남들 눈에 내가 정상이 아니어도, 내 눈엔 내가 정상이다.
나처럼 정상인 사람은 없다. 그게 바로 착각이며, 자만이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나만의 진실이다.
왜? 왜? 왜?

우린 묻는다. 왜 저럴까? 왜 도대체!!! 저 인간은!!!

결론은 하나다. 그들의 삶 속에는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가득한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로 잃은 언니에 대한 기억을 상처처럼 안고 사는 서정은 맞선자리에서 5분만에 사라진 남자에게 한이 가득하다.
'떠나버렸다'라는 상처를 가득 품은채, 정말 누구도 떠나지 못하게 울타리를 꽁꽁 치고 사느라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살기만 한다.


그녀가 미워서 죽이고 싶은 기자 선배도, 그녀만의 이유가 존재한다. 5년을 같이 일하고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았던 남자 선배가 다가온다. 그의 이유도 존재한다. 그녀가 찾아 헤매이는 닥터 레스토랑의 비밀스러운 행보도, 이유가 존재한다.

우리의 삶의 스타일은 이유에서 출발하고 삶 속에서 출발한다.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그 사람의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안다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모든 오해의 끈이 한순간에 풀어지며, 그녀는 새로운 시대를 꿈꾼다.
그녀에겐 새롭고, 다정하지만, 역시나 치열한 삶이 계속 될 것이다.
우리의 삶처럼 말이다.


우리의 스타일이란, 명품을 온몸에 처 발라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같은 것이 아닐까?
하하~ 웃는다. 그 명랑함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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