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75
이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언젠가 책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를 쓴 이태원 생존자 김초롱 작가가 올린 피드를 봤다. 락페스티벌에 다녀온 작가에게 어떤 출판 관계자가 책이 발간된 후 이런 생존자답지 못한 행동으로 사람들이 욕할 수 있다, 그런 작가를 출판사가 지켜줄 의무가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락페스티벌에 가기까지 일년 동안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고, 자신의 행복을 누리고자 갔던 일상이었는데 ‘생존자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오래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참사가 자주 발생한다. 나에게 도달되지 못한 참사도 있고, 사람들에게 쉽게 잊혀지는 참사도 있다. 우리는 참사에 둘러싸여 산다.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가 죽어버린다. 사람들의 비난에도 죽고, 상상하지 못한 사고에도 죽는다. 며칠 전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량이 붕괴되어 노동자들이 죽었다. 이또한 참사다. 피할 수 있는 참사들이 자주자주 찾아온다. 부지불식간에. 시간이 흐를수록 참사 생존자도 피해자도 가족도 잊혀지면서, 잊혀지지 않고,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얻게 되기도 한다.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에 참사에서 살아 남은 사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 그들을 기억하려는 사람, 잊혀지길 바라는 사람, 잊혀지고 있는 사람, 자기만의 방법으로 애도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 잊혀지게 만드려는 것을 저항하는 사람, 생존자답길 바라는 사람들의 모습에 상처 받는 사람, 위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연서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참사가 잊혀지길 바라는 주변의 상황들과 사람들, 겪지 않은 것들을 짐작하며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는 생존자와 생존자 가족들과 지인들.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애쓰는 아이들을 막는 어른들. 그 사이에서 잊혀지길 바라는 게 낫다고 느끼는 아이들까지. 환타지적인 요소가 꿈인 듯, 환상인 듯 보였다가도 슬픔이 만들어내는 환상같은 일들이 더 위로가 되길 바랐다.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찾아나서고, 잊혀질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을 보며 참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반성한다. 치유되지 않은 고통과 현실의 경계에서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상처와 기억이 있다. 길게 위로하지 못한다면, 헤어리지 못한다면 또 다른 상처와 참사는 계속되지 않을까?
연서와 왝왝이가 서로를 기억하고, 위로하고, 나아가기를 바라면서도 부끄러움을 가득 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