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달
이지은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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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달>은 어느 날 땅으로 떨어진 달과 자식을 잃은 늑대와 부모를 잃은 아이가 서로를 지키는 이야기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사람들은 달에게 소원을 빌지만, 달은 그런 사람들이 지겹다. 어느 날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달은 소멸을 꿈꾸었지만, 우연히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식을 잃은 늑대 카나와 전쟁으로 죽게 된 엄마의 품에서 발견된 아이를 만난다. 자식을 살리기 위래 다른 무리로 떠나보낸 늑대 카나는 아이를 제 자식처럼 키우려 하고, 아이는 살기 위해 카나의 품으로 파고든다. 하늘에서는 그 누구의 소원도 들어주지 않던 달이 카나와 함께 아이를 돌본다. 지루했던 일생 속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았다는 듯.

모두에게 적인 멧돼지 무리의 위협을 피해 셋은 호수를 건너 풍요로운 섬에 도달한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달과 늑대 카나. 각자의 규칙을 세우고, 아이가 살아가도록, 생존하도록 온힘을 다한다. 그것이 마치 그들의 사명이라는 듯. 카나는 아이에게 세상의 이치를 가르치고, 달은 아이의 생존을 위해 생명들을 연구한다. 풀과 나무, 씨앗을 공부하고 실험의 고통은 자신이 짊어지던 달. 모든 부모가 자식을 위험한 환경에서 지키고 싶어하듯 카나와 달은 각자의 능력과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치고 보호한다. 그것만이 이순간 전부인듯.

카나와 달의 배려로, 카나와 달의 용기로 아이는 자란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 그들이 희생한 생의 시간. 카나가 제 새끼를 자의적으로 잃고 버텨온 것은 인간 아이 덕분이었다. 소멸되고 싶은 달이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기 시작한 것은 인간 아이 덕분이었다. 서로 다른 그들은 서로를 지탱하며 상실과 상처와 무의미함을 넘어섰다.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는 일은 경이롭다. 인간은 동물을 해하려 하고, 동물은 인간을 피해 생존하려 하는 세상이지만, <울지 않는 달>에서는 동물이 인간의 생명을 지켜내려하고 아직 제 몸을 지킬만큼 자라지 못한 작고 나약한 인간은 동물에게 제 모든 생의 가르침을 맡긴다. 늘 달에게 소원을 비는 수많은 인간들의 목소리, 달에게 닿았던 수많은 이야기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달은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 괜찮길 바라는 마음, 오롯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아간다. 감정을 느껴나간다. 그에게 빌고 빌었던 사람들의 바람들은 닿지 않았지만, 카나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달이 바라게 된 수많은 마음들을 깨닫게 된다.

카나와 아이 곁에서 빛을 내던 달,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던 달의 시간은 늘 아름다웠다. 한마음으로 아이를 돌보는 늑대 카나와 달의 동지애는 어디에 가닿고 싶었던 것일까. 아이는 섬에서 자란 그날들을 기억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아니 언젠가는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돌보고, 무사히 자랄 수 있도록 달과 늑대 카나가 한마음이 되어 불어넣은 숨결들. 말 없이 나누어 가졌던 시간들은 ‘사랑’의 흔적으로 남았다. 깊은 사랑이었다.

살리기 위해 낳자마자 바삐 새끼를 끊어낸 마음을 다스리며 인간을 키웠을 카나. 그의 곁을 지키며 희생과 사랑의 경이로움을 목격한 달. 부모의 품보다 길었던 늑대와 달의 품에서 모정을 느꼈을 아이. 그들의 여정이 소중하다.

우리가 작고 나약한 것들을 지키려 할 때, 목소리를 낼 때, 그것이 식물이거나 동물이거나, 나와 다른 정체성을 지닌 누군가이거나,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어떤 이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어떤 시간과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지키려드는 카나가 될 것인가, 닥치는대로 파괴하고 군림하려 드는 멧돼지가 될 것인가. 다른 것들에 스며들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달이 될 것인가. 수많은 선택지에서 자신들의 선택지를 만들어낸 달과 늑대의 마음이 오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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