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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내 몸을 공부할 때 - 소녀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여성이 알아야 할 몸과 마음 이야기
박혜연 지음 / 아몬드 / 2024년 11월
평점 :
나의 20대를 떠올려보면 누구도 몸에 대해, 여성으로서 맞딱드리거나 닥칠 수 있는 어떤 상황에 대해, 성적인 지식에 대해, 잘못된 인식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터부시하는 성에 대한 이야기. 금기라도 되는 듯 성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외면했다. 친구와도 자유롭게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였고,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조금씩 내 몸에 대해 알아갔던 것 같다.
왜 우리는 알아야 할 것들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고, 창피해하고, 주저하고 솔직하지 못할까. 더불어 진짜 생각해야 할 것들은 알아서 알아내라는 식이다.
남자와의 성관계를 가질 때 요구하거나 지켜야 할 기본적인 정보도 잘 교육되지 않고, 임신이 된 이후에야 여성의 ‘처신’에 대해 말하고 무지함을 꾸짖는다.
임신을 하면 변화하는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변할지, 원치 않은 임신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상황, 피임하지 않는 것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아이를 낳고 난 이후에는 어떤 몸의 변화와 마음의 변화가 있는지. 수많은 질문들은 아래아래로 묻어둔다.
첫 생리를 했을 때, 그 시기가 유년기였다. 소식을 들었던 친척 어른이 “이제 고생 문이 열렸네”라고 건넸던 말이 3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혹시 내가 잘못된 상황에 처한건지 당혹스러웠고, 엄마도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배우지 못했으니 경험으로 전하는 말들이었을 텐데 그또한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내려오고 내려온 올바르지 않은 태도들.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해도 여성의 몸에 대해 여전히 잘 이야기되고 있지 않다.
<스무 살, 내 몸을 공부할 때>가 그래서 반갑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상황이거나 질문하기 어려울 때, 이야기를 나누기 불편한 마음이 들 때, 이해가 안 될 때 이 책을 꺼내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을 잘 모르면,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을 때 혹은 건강하지 않은 상황에 닥쳤을 때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된다. 누군가에게 말했다가 험담을 할까봐, 혹은 창피한 마음에 입을 꾹 닫고 있다가 더 큰 일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몸의 변화는 마음까지 변화시킨다. 내 몸을 잘 지키려면 내 몸을, 내 마음을 잘 아는 게 먼저다. 잘 모를 때는 잘 아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다. 그렇다면 이 책을 열고 궁금한 것을 묻자.
모르는 건 창피한 게 아니다. 알려주지 않는,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사회가 잘못되었을 뿐.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이면 좋겠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알 수 있도록. 성적과 진로만 이야기하지 말고,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이야기를 자꾸 나누면 좋겠다.
#스무살내몸을공부할때 #아몬드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