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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
선우은실 지음 / 읻다 / 2024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읽으면서 비판적 시각을 갖기보다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늘 그렇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것들을 늘 그랬던 게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일일 수도 있다고 말해주는 책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
가족과의 관계 안에서 오는 돌봄, 관계, 가부장적인 가족 안의 모순, 결핍 등을 돌아보는 글들은 내 안의 이야기와 대입할 수 있어 좋았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나 <심슨가족>에 대한 해석은 생각지도 못한 해석이었는데 <웬그막>의 해석을 읽으며 낄낄댈 수밖에 없었다. 가문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우스운 가부장의 모습을 다시 그려보고 있자니 예사롭지 않은 드라마였다는 걸 깨닫는다.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에 가볍게 웃기만 했던 상황이 문득 확 달라져버린 걸 알았다.
관계 단절의 이야기나 위계에 의한 관계, 웃음을 두고 피권력자와 권력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무척 공감 되었는데, 내가 겪었던 어떤 상황과 대입되기도 했다. 또 ‘서비스’라는 형태로 도처에서 강요되는 웃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을 곱씹어 생각해보게 됐다.
📖성장이란 ‘해주는 사람’을 찾느니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어버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
이 문장은 마음에 확 와닿았는데 수많은 경험들 속에서 느꼈던 생각이 담겨 있어서였던 것도 같다.
📖 결핍은 본래 질긴 것이지만 내가 돌보지 않는다면 좁은 울타리에서 무한 증식할 뿐이다. 가뜩이나 자가 증식하는 결핍을 더 빠르게 배양하는 관계는, 그러므로 좋다고 할 수 없다(같이 질식할 뿐이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서로를 갉아 먹는 관계를 너무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내가 아는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문장이었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행동으로 잘 되지 않아 같이 질식하기 위해 굴로 들어가는 관계들을 떠올리며, 알면서도 끊어내지 못하던 관계들을 떠올리며 나의 생활 속 관계들을 또 한 번 점검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생활 속 상황들에 같이 분노했는데, 유부남인 주제에 은연 중인 말로 성적 관계를 원하는 말들이나, 범죄의 대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자 ‘아닌’척 하기를 말하는 솔루션들에 대한 ‘화‘는 여성 문제에 대해 해결하려 하는 의지가 있는 사회인지 의문을 품게 했다.(사실 의지는 모든 여성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관계 안에서의 시각들이 때때로 놓치고 지나가 버린 것들을 깨닫게 되는 책읽기였다. 불편한 마음이 들어도 그냥 그렇지 뭐 하고 지나쳤던 것들이 그냥 지나치고 말 일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생활비평의 시각을 가져봐야겠다는 의지를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