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의 일 - 11년간의 모든 기록이 담긴 29CM 카피라이터 직업 에세이
오하림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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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다.
정갈하다.
담백하다.

자신이 하는 일을 이렇게 담담히 설명하면서도 영감을 주는 말들을 가득 담을 수 있을까? 잘 지워서 잘 고른 말들이 조곤조곤 적혀 있다. 차분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을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정보와 이야기가 넘쳐나, 뻔한 것들이 외면 받기 좋은 시대에 은유적이고 담백한 표현으로 상품의 장점을 잡아 끄는 일. 그런 일을 잘 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조용하지만, 치열한 싸움들이 오가는 광고 시장. 1초 이상 머무르게 하는 카피를 쓰는 일. 그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수집하고, 배열하고, 쓰고, 지우고, 걷어내면서 그녀는 언제나 치열했겠지. 치열함을 지나와 담담한 걸까.

“온 세상이 남의 약점을 잡느라 바쁘고 단점을 숨기기에 바쁜데, 장점만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일을 한다는 것은 꽤 낭만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주 감동하고, 자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 습관이 된 건 덤입니다.” - <좋은 점을 찾아 큰 소리로 외치는 일> 중에서 -

이런 문장들이 좋았다. 클라이언트와의 부딪힘도 있었을 테고, 기획자와의 지난한 토론도 있었을 테고,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 한 날들도 있었을 텐데 ‘카피라이터’라는 일과 자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사람. ‘굳이’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힘을 갖는 사람. 이런 카피라이터를 만난다면 브랜드 담당자는 고맙지 않을까?

쓰고 지우고, 장면을 그려주고, 우리말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 본질을 꿰뚫어보고, 다가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 [카피라이터의 일]을 쓴 오하림 작가는, 카피라이터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이 책은, 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글을 쓴 사람의 태도와 생각이 잘 드러나 좋다. 카피라이터를 꿈꾸기 전에,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갖추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글을 쓰기 전 태도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고르고 골라서 잘 표현하는 일은 누구나에게 중요하다. 말로 잘 전해지는 것도 좋지만, 나는 글로 잘 전해지는 말들을 더 좋아한다. 곰곰이, 오래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가 자신의 일을 잘 해내기 위해 매일매일 공든 탑을 쌓듯이 애쓰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일들도 같이 해나가는 건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은 아닐까.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 페이지를 운영한 것도, <도보마포>를 운영하는 것도, <일본광고>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도 자신의 일을 더 잘해내기 위한 그녀의 마음같다.

지금부터 해야할 일까지 깨알같이 정리해 내놓은 걸 보면 앞으로도 일을 잘 해내고,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일을 잘 사랑하는 것, 일을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쉽지 않지만 필요하다. 일이 내 피곤을 채우기도 하지만, 내 마음을 채워주는 일이라면 기꺼이 하게 된다.

[카피라이터의 일]을 읽으며, 나의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떤 태도로,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해나가야할지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잘하고 싶은 일이라면,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도 나의 일일 것이다.

적당히를 모르는 사람으로, 지나친 애정을 재능삼아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마음을 다하는 것.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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