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다. 아니, 고쳐 말하면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은 죽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수년간 수많은 뉴스가 폭포처럼 넘친다. 그 뉴스 중에는 정말 듣고 싶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은 잔인하고 악독하고 추악스러운 일들도 많다. 그런 일이 자행되고 있다고 우리에게 기어이 알리려고 하는 매체들을 이길 수는 없다. 산 속에서 들어가 살지 않는 한 말이다.

  어제는 백명도 넘는 여자들을 성폭행 한 발바리가 잡혔다. 백명도 넘는 여자라, 발바리는 미친 개이며 변태 중에 변태라 할 수있다. 물론, 여자의 입장에서 그런 놈은 죽어도 마땅하다. 아니 백명도 넘는 남자에게 성폭행 당하게 하고 싶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형 집행일을 기다리는 한 남자와 사는 것 자체가 매일 사형 당하는 기분이라는 한 여자.

  강간, 살인으로 잡혀들어와 사형을 선고 받은 한 남자와 유부남이였던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하고 치유 될 수 없는 상처를 갖게 된 한 여자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니 도대체 성립되지 않는 이야기다.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겠는가. 나를 강간하고도 버젓이 자기 가정 속에서 승승장구 날개 단 듯 살아가는 사촌을 경멸하다 못해 자신을 놓아 버릴 정도로 끔찍히 외로워 자살 시도를 세번이나 했건만. 심지어 사형 집행일을 기다리는 인간은 어린 소녀를 강간하고 칼로 몇번이나 찔러 죽였다는데. 그런 사람을 어떻게 마음을 보듬는단 말인가.

  말이 될 수 없다. 성립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말이 되지 않는 일도 말이 되곤하고, 성립 되지 않는 일도 성립 되곤 한다.

  사형수가 남기고 간 블루노트를 읽게 될 때쯤 이미 그녀는 그를 마음으로 보듬고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었으니.

  사실 사람들은 어두운 곳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음지를 알게 되면 내가 음지가 될까봐 피하는 것이고, 어두운 곳에서 오래 서 있다보면 내가 더 어두워 질까봐 도망가게 되는 것이다.

  사형수가 독방에 갇히면 두손을 뒤로 묶고 입만 대고 개처럼 밥을 먹는 다는 것도 몰랐고, 똥 오줌을 바지에 싼 채로 몇 날 며칠을 견뎌야 하는 것도 몰랐다. 인간적인 삶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지 비인간적인 사람이 비인간적으로 사는 것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이미 내 생각밖 속에 있는 사람들, 존재하지만 존재하든지 말든지 상관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보듬어주고 회개하게 하는 것, 그런 무의미한 일들을 왜 하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옳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사람이 태어난 것은 이유가 있듯이, 그들이 그렇게 되는데 이유가 있었을 텐데도 우린 그 이유 따위는 관심이 없고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매일 매일 죽도록 맞는 건만 보고 자란 아이가 길을 가는 아이가 참 행복해 보인다고 찔러 죽였다는데 아이가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만 이슈화되고 떠드는 게 우리다. 그런 우리에게는 아무 잘못 없다는 듯 뻔뻔하게 잘도 조잘대는 게 바로 우리이다.

  과정없는 결과는 없다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는게 당연하다면서도 누군가 무엇을 잘못했을 때 잘못만 가지고 따지는 게 우리이다. 이렇게 모순된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씩씩하고 즐거운 우리이다.

  공지영이 말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것은 무엇일까? 과연 우리들에게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를 용서하게 된 그녀는 정녕 행복하기만 할 수 있었을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비교우위이다. 내가 만드는 비교적 우위에 있는 행복감. 그는 돈이 많고 괜찮은 지위일 것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믿는 것이 상대방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도 모른채 그렇게 믿는 것.

  정녕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존재하는 것일까? 얼토당토 않는 일이 자행되어지는 이 세상에서 행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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