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솔직 담백하게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나는 솔직할지언정 그 모습을 받아들이는 타인은 전혀 솔직한 존재가 아닐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솔직함에 도가 넘치는 자들에게 손가락 질 하고 비난을 마구마구 퍼부어대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곤, 자기 자신의 비솔직함에 안솔직함에 흐뭇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 것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한 솔직함을 갖게 되기란,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서점에서 방황하며 돈키호테를 살 것인가, 포우의 단편집을 싹다그리 묶어놓은 우울과 몽상을 살 것인가에 관해 고민하며 먹고 싶은 사탕을 절제력없이 주머니에 집어넣는 아이처럼 책을 팔안에 쑤셔넣고 있는 나를 불쌍해 하며 쓰윽 둘러보던 중, 이상한 책 제목을 발견했다.

'뷰티풀 몬스터'

탁정언 선생님은 말씀하셨지. 컨셉이 없는 제목과 컨셉이 없는 글과 컨셉이 없는 제품과 컨셉이 없는 장사와 컨셉이 없는 광고는 끔찍할 뿐이라고... 말도 못할 정도로

이 눈에 확 들어오는 컨셉이 있는 제목에 신기함을 느끼며 무심코 폈을 때, 마침 대중들 사이에서 극과 극의 평을 듣고 있는 낸시 랭을 만나 인터뷰한 글이 있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나한테 호감 있는 사람들만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구요. 시간은 부족하고 인생은 흘러가고 있잖아요. 자기한테 피해를 안 줬는데도 나를 욕하는 건 그들이 다 못나서 그런거예요. 게다가 내 앞에서 욕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은 다 'Fuck you!" 라구요"

아이러니 하게도 이 구절을 읽고 너무 감동하여 이 책을 그 많은 책들 사이에 덥썩 끼워버리고 말았다.

솔직함으로,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

그것은 대책없이 자유분방하고 대책없이 말도 안돼 보일지는 모르나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다. 그것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은, 참 잘난 재주를 가졌음에 분명하다. 김경은 그런 재주가 뛰어난 여인네가 아닌가 싶다.

대책없이 솔직함이 뚝뚝 묻어나는 그의 글발에 반하고, 잡학다식함에 반하고 문학과 패션과 철학을 넘나들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에 반했다. 마음의 경건한 평화를 주는 어여쁜 글도 필요하지만, 나의 사고와 나의 생각을 톡톡 두드려주면서 나의 고집스러움을 밀어낼 만한 글도 필요하다. 그것도 과격하게 말이다.

자기가 좋으면 남들이 싫어도 좋은 것.
남들이 좋아해도 자기가 별로면 절대 좋아하지 않는 것.
그러면서 그렇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와인 테스팅을 천천히 하고 있는 웨이터에게 "제발 그런 짓 좀 하지마. 그냥 놓고 가라고"를 외치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신문3사가 밀어줬던 이회창이 대선에서 낙방한 것은 하얀 머리를 염색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녀만의 솔직한 생각에 난 실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수많은 관습과 관념,
지키지 않아도 상관 없는 것들에 대한 것들에 시종일관 이야기 하면서도 패션에서 만큼은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만의 원칙일 뿐, 명품을 치장하는 멍청한 짓과 유행을 좇는 어리석은 짓은 참아달라는 그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원하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야 말로 매력적인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직도 완벽하게 솔직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나를 볼 때 김경의 글들을 한번씩 들춰보며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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