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친구와 페밀리레스탕에 가서 과식을 한 후, 걷던 중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나 요즘 다이어트 중인데 요요현상 오겠다. 으아~~"
"응? 요요현상이 뭐야?"
"뭐야! 너 요요현상도 몰라? 넌 다이어트 안해도 된다고 그런말은 몰라도 된다는 거야?"
 
그랬다. 나랑 가장 친구인 그녀는 키 170에 48kg쯤 되는 소위 말해 날씬녀였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다이어트라는 용어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는 여자들과는 달리 그녀는 살을 찌는 것에 집중하고 살았다. 그러니 요요현상이란 말을 모를 수도 있는 것이 당연했다.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떤 말들은 뜨거운 붐을 타고도 무관심한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난 그 날 느꼈다. 친구에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읽고 그 에피소드를 떠올린 건 너무 황당한 발상인가?
일년에 한 번쯤 때만 되면 기아체험이나 기아돕기 캠페인을 하곤 한다. 그 때마다 드는 생각은 못먹고 죽어가는 아이들에 대한 안쓰러움 뒤에 도대체 왜 굶는가. 이렇게 먹을 것이 풍부한 세상에 왜 굶어 죽어가야만 하는가 였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들이 굶어 죽어 간다는 자체에 관심을 갖고, 황당해 했다.
60억 인구가 사는 세상에 120억 인구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자원이 생산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반대편에선 7초에 1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6분에 1명씩 비타민 A의 부족으로 혹은 썩은 물과의 접촉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 말도 안되는 수치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순간에 수많은 아이들이 픽픽 쓰러져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경제가 발전된다고 줄어드는 수치가 아니다. 기아에 허덕여 죽어가는 이들은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늘어가고 있다.
 
기아는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아프라카는 내전으로 인하여 국제적인 지원을 스스로가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고, 그 내전으로 인하여 죄 없는 아이들만이 죽어가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상카라 같은 혁명가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서구 세력과 자국의 군벌 세력에 의해 제거된다.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이유는, 결국 자국의 정치적인 상황과 자신들의 이익만 차려대는 서구세력의 합작품이다. 이 책을 지은 장 지글러의 말로는 그렇게 굶어 죽어가는 사람도 있어야 늘어나는 인구를 억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세력도 있다고 한다. 그 세력이라는 것이 자신들은 배부르고 풍족하여 더는 바랄 것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는 사람들, 소는 배불리 먹고 사람들은 굶어 죽고, 불평들을 가중시키기만 하는 금융과두지배. 사막화, 삼림파괴, 전쟁, 정치적 무질서, 서구 세력의 이기심
 
사회에서 부를 얻어 축적한 그들은 사회에 자신의 부를 환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죽음에 방관하고 있다. 정말, 우리는 침묵의 외투를 뒤집어 쓴 것일까? 눈에 보이면 불편하니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에이즈와 환경파괴에는 열을 올리는 우리는 기아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이기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이즈나 환경파괴는 직접적인 내 생활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와 직결된 문제에는 관심을 갖고 열성을 들이면서 마실 물이 없어서 먹을 식량이 없어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는 무관심하다. 그 아이들이 죽어간다고 해도 내겐 직접적인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측은지심이 필요할 때다. 꿈이란 단어도 모른채 죽어가는 아이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느껴보지도 못한 채 죽어가는 아이들.
한쪽에서는 살을 빼기 위해 먹는 음식을 줄이느라 괴로워하고 한쪽에서는 최소한의 열량이라도 얻기 위해 음식을 찾느라 괴로워 한다.
 
우리에게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을 보고 싶어 하는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려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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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1:40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