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시대의 격랑을 헤쳐나간 젊은 영혼들의 기록
황광우 지음 / 창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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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년 전 6월을 모른다


갓 20대를 넘긴 박종철이
퍽 소리에 억하고 죽었던
그날의 아픔을 알지 못한다


타는 목마름으로 온몸을 다바쳐 싸웠고
젊음의 열정이 하늘을 뚫었던
그들의 모습을 본적도 없고 기억하지도 못한다


최루탄 연기를 공기처럼 마시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도망치며 살았던
그들의 피맺힌 육신을 알지 못한다


구세대의 보수적이고 발전하지 못하는
뒷모습의 무력함에
비웃음과 조소만 보내기 바빴다

 
과거에 연연하며
과거를 잊지 못하고
그 때는 힘들었어도 찬란했던 열정으로 숨쉬던 때라고
한잔 술에 풀어놓는 넋두리는 바보같이 보였다

 

그들이 살아온, 그들이 살았던
20년 전, 아니 훨씬 더 오래전의
그 날이 역사가 아니라 과거라 생각했다


흘러간 과거를 연연하는 그들은
한장의 사진속에 남겨진 추억같은 거라고


젊은이들의 의로운 분노로
스무해 전 6월은 아름다운 빛으로
기쁨이 넘쳤다


바랄 것 없이 풍족한 우리의
젊은 6월은
덥고, 좁고, 답답하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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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이란 단어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 나이다. 투쟁이란 단어가 그다지 절실하지 않는 시대이다.

80년은 그 얼마나 눈부시게 열정적인 시대였던가. 우리의 오늘은 그날의 젊음이, 그날의 분노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는 그 시대에 살았던, 그 시대의 분노와 열정과 젊음을 오롯하게 그려준다.

사실 8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80년대의 피맺힌 투쟁들에 공감하지 못하고, 공감할 수도 없다. 역사처럼 전해지고 신화처럼, 혹은 있었을까 하는 사건처럼 전해지는 그 날의 일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아니었고, 우리는 거기에 없었으니.

하지만, 이책을 읽으면 100%는 아니어도 10%쯤은 느낄 수 있고, 이런 시대를 만들어준 80년대의 젊은이들에게 감사할 수 있다. 감히 느낀다는 자체도 부끄러운 그런 책이었다.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 출세와 안위보다는 모두의 자유와 정의를 우선시하는 시절이 있었다. 이 어찌 가보고 싶지 않은 시절인가. 젊음을 불태우며 살았던 그들. 우리는 과연 젊음을 불태우고 살고 있냐고 묻고 싶다. 이제는 중년이 되어, 한 가족의 가장이 되어 뼈빠지게 일해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그 날의 찬란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그 날의 열정을 기억하는 그들.

우리는 잊지 말아야한다.

우리의 젊음이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그 날의 핍박과 부당함을 이겨내고 온몸으로 저항했던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진 고문에도 신념 하나로 죽음을 택했던 박종철같은 열사가 있었기에 오늘이 가능했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발벗고 뛰었던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잊고 살던 우리에게

모르고 살던 우리에게

<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는 외친다.

역사를 잊지 말아라. 그 때의 젊은이들을 잊지 말아라. 그리고 오늘을 도약하라.

이 책을 계기로 역사에 살았던 그 젊은이들의 자랑스러운 행동이 자꾸 자꾸 기억되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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