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과 여자들>
☆ 에바 페론(후안 도밍고 페론): 남편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당한 대통령의 꿈, 아르헨티나의 신화
→ 권력에 굶주린 요부인가, 빈민을 위해 평생을 바친 성녀인가? 에바 페론이 죽은 지 50여 년이 흘렀지만 그녀에 대한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진정한 서민들의 여왕이었다고 말하지만 대개의 학자들은 아르헨티나를 인플레의 늪으로 빠뜨리고 국민들을 지극히 수동적으로 길들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일치하는 말은 ‘에바 페론을 빼고는 중남미의 정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에비타의 유령은 아직도 아르헨티나를 지배하고 있다.
☆ 장칭(마오쩌둥): 마오쩌둥도 어쩌지 못했던 ‘붉은 태후’
→ ‘황제의 미망인을 타도하라!’ 1976년 텐안먼 사태 당시 가장 많이 울려 퍼진 구호다. 여기서 황제란 마오를, 황제의 미망인이란 장칭을 의미한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철권을 휘두르는 장칭의 무모함에 경악한 국민들이 일어선 것이다. 이것이 첩의 딸로 태어나 여배우로 이름을 얻고 마오의 네 번째 아내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정치가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생애의 끝이었다. ‘권력을 가지고 함부로 장난치지 말라’는 마오의 충고를 받아들이기에 장칭의 야심은 너무 컸다.
☆ 쑹 메이링(장제스): 장제스 정권을 친미반공주의로 물들인 외교 로비스트
→ ‘중국 현대사 10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여인’, ‘뛰어난 영어 실력과 미모, 세련된 매너로 미 의회를 사로잡은 아시아의 퍼스트레이디’ 쑹 메이링은 서방, 특히 미국에서는 인기인이었지만 정작 조국에서는 언제나 이방인이었다. 그녀에게 중국인은 동포가 아니라 불쌍한 난민일 뿐이었다. 장제스의 로비스트로 타이완 친미반공정권을 수호한 쑹 메이링의 화려한 생애,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유명한 나머지 두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현대사가 펼쳐진다.
☆ 라켈레 무솔리니와 클라라 페타치: 무솔리니의 순종형 조강지처와 철부지 뮤즈
→ 무솔리니에게는 두 여자가 있었다. 그의 여성관을 이상적으로 실현한 소박한 촌부 타입의 조강지처 라켈레 무솔리니와 죽을 때까지 세상물정 몰랐던 철부지 귀족 처녀 클라라 페타치. 클라라는 끝까지 무솔리니의 곁을 지키다가 함께 죽음을 맞았고, 살아남은 라켈레는 죽는 날까지 모솔리니의 명예 회복을 위해 투쟁했다. 방식은 달랐지만 그를 맹목적으로 숭배했다는 점은 한결같다. 무솔리니는 끔찍한 최후에도 불구하고 혹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는 아니었을까.
☆ 카르멘 폴로 데 프랑코(프란시스코 프랑코): 왕정 복고를 꾀했던 프랑코 왕국의 왕비
→ 프랑코의 종신 국가원수 취임. 이 말이 카르멘에게는 자신이 왕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공주처럼 자라 언제나 왕실을 동경했던 그녀는 왕비다운 생활에 착수했다. 스페인 각지의 보물들을 궁전으로 가져오게 하고 값비싼 예술품 수집에 나섰다. 지위를 과시하듯 엄청난 선물을 해대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스페인의 퍼스트레이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여왕의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나라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이.
☆ 예카테리나 스바니제, 나뎨즈다 알릴루예바, 로자 카가노비치(스탈린): ‘여자는 섹스 파트너일 뿐’ 괴물 스탈린의 아내들
→ 괴물 스탈린의 사랑은 생애만큼이나 파행적이다. 첫 번째 아내는 병으로 죽었고, 두 번째 아내는 의문사 당했으며 세 번째 아내는 실종되었다. 그는 아무나 사랑했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본 여성들의 눈을 통해 본 스탈린 이야기. 정열적이면서도 냉혹하며, 난폭하면서도 다정하고, 자신만만하면서도 늘 불안에 시달리던 괴물의 이기적인 사랑, 그리고 그 희생자들.
☆ 요반카 브로즈 티토(요시프 브로즈 티토): 유고 영웅 티토에 의해 20년이나 가택 연금을 당한 퍼스트 레이디
→ 유고의 아버지 티토 뒤에는 ‘요반카’라는 총명한 퍼스트레이디가 있었다. 파르티잔 출신으로 티토의 곁을 25년 간 지키면서 비서이자 참모, 때로는 대리인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요반카 브로즈 티토, ‘유고의 재클린 케네디’로 불릴 정도로 재색을 겸비한 그녀가 티토 집권 말기 갑자기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힌 까닭은 무엇인가? 그리고 퍼스트레이디가 쿠테타를 주동했다는 티토 측근들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티토 유서의 행방은? 티토 사후 유고 정권의 미스터리가 공개된다.
☆ 엘레나 차우세스쿠(니콜라에 차우세스쿠): ‘부부 세습’을 꿈꾸었던 차우세스쿠의 후계자
→ 초등 학교도 중퇴한 자격 미달의 퍼스트레이디 엘레나. 하지만 그녀는 권력에 관해서만은 대단한 직관력을 발휘했다. 천부적인 본능으로 차우세스쿠의 정적 제거를 지휘했고, 독재 체제를 24년간이나 유지시켰으며, 마침내 이인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인구를 30% 증가시키겠다며 내놓은 ‘강제 출산 정책’과 과대망상 프로젝트로 불리는 ‘수도 재건 사업’ 그리고 ‘인민궁전’ 건설. 부랑자들이 대낮에도 약에 취해 배회하는 부쿠레슈티의 모습은 루마니아가 차우세스쿠 시대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데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 마고트 호네커(에리히 호네커): 전 동독의 숨소리까지 감시한 호네커 정권의 마녀
→ ‘누가 더 나쁜가?’ 에리히 호네커는 베를린 장벽을 건설해 동독 국민의 발을 묶었다. 마고트 호네커는 인민 교육 장관으로 재직하며 동독 국민의 의식을 묶었다. 독일인들이 더 끔찍하다고 지목하는 것은 마고트다. 발은 자유로워졌지만 의식은 자유를 맞이하고도 회복 불능이었기 때문이다. 마고트는 27년간이나 장기 집권하며 동독 국민들의 의식을 통제하고 사상을 세뇌하고 숨소리까지 검열했다. 인격을 개조해 버렸다.
☆ 미랴나 밀로세비치(슬로보단 밀로세비치): ‘발칸의 도살자’ 밀로세비치를 배후 조종한 레이디 맥베스
→ ‘인종청소’의 주범 밀로세비치. 그러나 그의 죄는 짐작보다 작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내 미랴나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칸 반도에서 벌어진 20세기 최악의 잔혹극은 미랴나 밀로세비치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이었다. 슬로보단 밀로세비치는 주연배우에 불과했다. 부모가 모두 자살하는 등 일그러진 성장기를 공통분모로 하여 가까워진 두 사람의 기이한 사랑이 몰고 온 세계사의 비극, 밀로세비치는 현재 유엔 전범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