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꼴찌소녀 케임브리지 입성기>


☆ I'm defeated again and again, but there is something within me that's never defeated. I'm full of new beginnings!

나는 거듭거듭 패배하지만, 결코 패배하지 않는 무언가가 내 속에 있다. 나는 새로운 시작들로 가득하다!


☆ 배 위의 기대에 찬 선원에게 안개 속의 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듯 나의 꿈, 나의 목표도 그렇게 나타났다. 어렴풋이 보이는 그림을 나는 마치 실제인 양 꼭 붙들었다.


☆ 머프티 이외에도 영국에는 자선 사업을 위한 재미있는 행사들이 많았다. 자기보다 불행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생활화 하는 것이었다.

여러 자선 협회에서 주최하는 하루 굶기, 하루 동안 말 안하기, 머리 밀기, 다리 털 밀기, 마라톤 등의 행사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스폰서 해달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한 명 당 1파운드 내외의 스폰서 금액을 약속했는데, 약속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그 금액을 받아서 자선 협회에 기증했다.


☆ ‘섭섭하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어. 내가 아직 영어를 잘 못하는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아직 내 능력과 의지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셨잖아?’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 지금의 내 상태에 만족하거나 이대로 주저앉을 마음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내 앞의 장애물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자 나의 의욕은 하늘로 치솟았고, 만용에 가까운 기분 좋은 오기가 생겨버렸다. .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 한국 소녀가 뭔가를 보여드리겠어요!’


☆ 케임브리지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내 목표라고 선언하기엔 분에 넘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모르고 있었으면 몰라도 이미 알게 된 이상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조그만 목표들을 세우고 이루어내는 것을 되풀이하다 보니 어느 새 간덩이가 산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었다.

이전까지 그냥 막연하게 ‘최대한의 최선’에 만족하겠다던 내 마음에 이제 확실한 이정표가 생긴 느낌이었다. 그 목표가 아무리 허무맹랑 하더라 해도 최고를 동경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꿈은 클수록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 나중에 옥스퍼드 대학에 지원하겠다며 활짝 웃는 알리샤를 보자 내 처지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내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 나는 내 자신을 호되게 꾸짖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을 탐낼 게 아니라, 지금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지!’

이만큼 가지고 있는 것도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내가,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 먼 이국땅까지 와서 내 환경을 탓하며 목표를 낮추는 바보 같은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내 자신과 굳게 약속했다.

‘내가 있는 바로 이곳. 세인트 크리스핀 학교에서 나의 최선을 이루어 내게어’

나는 그렇게 사립 학교에 관한 짧은 꿈을 접었다. 조금 아쉬웠지만 곧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 마음에 품은 꿈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 Instead of thinking about where you are think about where you want to be.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는 대신, 어디에 있고 싶은지 생각하라.


☆ ‘언젠가는 너희들과 비슷한 수준이 되고 말 거야.’

내가 바라던 것, 목표하던 것 중 가장 불가능해 보이던 것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이제 나에게 주어졌다. 2000년 새해를 맞는 나에게, 케네디 선생님의 이런 통찰력 있는 배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비단 케네디 선생님뿐만이 아니었다. 여러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는 나에게 계속 희망을 준 고마운 힘이었다.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나의 노력이 헛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최고가 아닌, 그저 최선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준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숙제를 잘 못해오거나 시험 문제를 틀리는 것은 영국 학교에서는 절대 혼날 일이 아니었다. 영국 학생들의 목표는 백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능력에 따라 어떤 아이는 A, 어떤 아이는 C, 어떤 아이는 E, 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었고, 각자 지신의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칭찬을 받았다. 자기 수준에서 성적이 오른 학생들은 학년 말에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노력상’이라는 대가를 받았다.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태도가 불량한 것은 용납되지 않으면서도, 결과에 상관없이 열심히 도전하는 것을 무엇보다도 높게 평가해 주는 시스템 덕택에 나는 실수하고 넘어져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칭찬할 거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칭찬하는 선생님들 덕택에 내 꿈은 가망없는 꿈이 아니라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 나의 노력 그리고 조그만 가능성을 보고 나를 믿어 준 선생님들 덕분에 나는 더 노력했고, 계속해서 좀 더 큰 노력으로 보답할 수 있었다. 한 명의 학생, 그것도 외국인 학생에게 별 신경을 써주지 않아도 선생님들에게는 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아무런 상관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한 명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다. 그것은 나에게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큰 영향을 끼쳤다. 


☆ 자, 우리도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자. 구름이 정말 흰색인가? 흰색으로만 그린 구름은 진짜 구름처럼 보이기 힘들 수 있다. 정말 살아 있는, 우리가 매일 보는 구름처럼 그리려면 고정 관념 속에 박혀 있는 흰색 구름이어서는 안 된다. 내 눈에 ‘보이는 그대로’ 세밀하게 관찰한다면 그 흰색 속에 있는 스펙트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있는 그대로 말이다.


☆ 나는 발음에 있어서 절대로 ‘이 정도면 비슷하니까 됐다’ 하고 만족해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발음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영어가 들려올 때마다 내가 지금까지 발음했던 것과 비교하다 보니 귀가 예민해졌다. 발음이 조금만 달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왔고,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정확하게 포착할 정도였다.


☆ 우리의 뇌는 쓰면 쓸수록 용량도 늘어나고 처리 속도도 빨라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최첨단 인공 지능 컴퓨터이다. 처음에는 자막이 올라오면 내 눈은 글자를 쫓아다니느라 허둥거리기부터 했다. 하지만 얼마 후부터는 눈이 영어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제법 빠른 속도로 자막이 바뀌어도 눈이 더 이상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단어들이 눈에 익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막에 나오는 단어를 최대한 빨리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때, 각 단어의 ‘모양’을 보자마자 곧바로 그 뜻을 연상하는 능력이 급속도로 발달했다. 중요한 던어들에 더 집둥하고, 관사, 전치사, be동사와 같이 쉽고 ‘덜 중요한’ 단어들을 뛰어 넘는 버릇도 자연스럽게 ‘눈에 익었다.’ 무의식중에 읽는 것에 한 발 가까워지는 과정이었다. 


☆ 어려운 영어책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려면 문장을 한두 번 읽었을 때 이렇게 중요성에 따라 여러 개의 ‘층’으로 분리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 처리와 분석 능력이 독서가 가져다주는 두뇌 발달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 혀끝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데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인간에게 주어진 생각 언어가 지구상의 그 어떤 언어보다도 더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 어휘를 배울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바로 그것이다. 생각의 언어는 한국어보다도, 영어보다도, 그 어떤 언어보다도 풍부하다. 우리의 뇌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어에는 없는 영어식 표현을 배울 때는, 난 한국 사람이니까 하며 그 표현을 되도록 한국화하여 설명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생각의 언어, 즉 ‘느낌’으로 바꾸어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원어민들이 그 단어를 읽거나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지 상상해 보고, 그 표현이 사용되는 상황에 내 자신을 놓아보는 것이다.


☆ 이렇게, 꼭 마음에 들어서 자꾸만 펼쳐 보고 싶은 일기장을 마련하는 것도 내가 꾸준히 일기 쓰는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게 일기라는 것은 더 이상 지겨운 의무가 아니었다. 나 자신을 개성 있게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영작은 어떻게 보면 영어 공부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취약점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내용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면 실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영작 연습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이다.

지루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글쓰기 연습이지만, 그것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영어 글짓기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재미있게 연습할 때 의욕이 생길 수 있고,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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