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9단 오기 10단>


▣ ‘앗, 그 내용이 이런 문제로 나오네?’

신기하게도 교과서를 읽고 문제집을 풀 때마다 새로운 사실들이 눈에 띄었다.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히 읽다보니 행간에 숨은 사실까지 확연히 이해가 됐다. 여러 번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지식들이 나를 들뜨게 했다. 갑자기 교과서 읽는 재미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모든 과목의 교과서를 적어도 열 번씩은 읽었다. 하도 읽어서 몇 페이지에 무슨 지도가 나오고 거기 표시된 내용이 뭔지도 상세하게 기억할 정도였다.

무겁게 짊어지고 온 문제집은 하루에 한 권씩 풀었다. 과목별로 두세 권씩 풀고 나니 ‘아하! 이런 식으로 문제가 나오겠구나’하는 감이 잡혔다. 


▣ 공부에 관심이 없지만 공부의 ‘비법’에는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어떻게 공부에 비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농부가 씨를 뿌리고 밭을 일구듯 그저 정직하고 우직하게 해야 하는 게 공부인데.


▣ 수학이라는 과목은 무조건 문제를 많이 풀어본 사람이 유리하다. 문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답이나 풀이과정을 보지 않고 끝까지 내 힘으로 풀었다. 끝까지 풀리지 않는 문제는 풀이과정을 보며 꼼꼼하게 이해한 후 다시 풀어보았다. 깨끗한 노트에 그 문제를 정리하는 셈치고 다시 풀어보면 풀이과정이 머리에 선명하게 남았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체크해두었다가 선생님에게 달려가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 겨우 중학생이었지만 내게도 나름대로의 공부 철학과 공부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  학교 내신 성적을 올리는 데는 성실함이 최고다. 명성있는 학원이나 학벌 좋은 선생님에게 의탁하기 보다 스스로 공부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배운 내용을 자기 스스로 소화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영어단어 시험을 핑계로 독서를 미루고 있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벌써 그 책을 다 읽고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 애가 미국에서 살다왔기 때문에 나보다 영어로 된 책을 빨리 읽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내가 외국 체류 경험이 없는 토종이어서 계속 뒤쳐진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 핑계였다.

  그 날 저녁부터 영어 원서 읽기에 돌입했다. 일명 ‘원희의 영어 읽기 프로젝트’ 매일 2시간씩 무조건 책을 읽기로 한 것이다. 제1, 제2 자습시간 중에 10시부터 12시까지는 원서를 읽는 시간으로 정해놓았다. 숙제를 하다가도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원서를 손에 잡았다. 학과별 숙제나 예습, 복습보다도 원서 읽기가 우선 순위였다.


▣ 주말을 이용해 집에 다녀오고 나자 다시 도전해서 유럽사를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새로운 오기가 생겼다. 선생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억울하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면 되지 않은가..... 못할 때는 못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주고, 잘하면 또 그에 걸맞게 칭찬을 해주는 것. 간제 선생님은 학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분이었다.


▣ 민사고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는 영어에 관한 한 해외파 토끼들 사이에서 느릿느릿 기어가는 토종 거북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비록 느린 거북이지만, 천천히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경주에서 이길거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 이제 남은 기간은 겨우 두 달뿐이었다. 이번에도 나는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시험 준비를 했다. 단기간에 시험 준비를 하려면 기출문제를 푸는 것이 출제 경향과 문제 유형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건 내가 민사고 입학 전에 토플 시험을 볼 때도 효과를 봤던 방법이다.

  매일 나 스스로 정해놓은 분량만큼 문제집을 풀었다.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꼼꼼히 체크하되 답은 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에 그 문제를 다시 풀어보면서 정확히 머릿속에 입력시켰다. 또 기출문제에 나온 단어들 중 모르는 것은 단어장에 적어 손에 들고 다니면서 외었다. SAT1 시험을 잘 보려면 단어 암기는 필수였다.


▣ 민족 주체성 교육으로 내일의 밝은 조국을.

   출세를 위한 공부를 하지 말고 학문을 위한 공부를 하자.

   출세하기 위한 진로를 택하지 말고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택하자.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고 내일의 밝은 조국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 교훈

                

▣ 자각이라는 건 참 무서운 것이다. 나는 영어에 관한 한 혹독할 만큼 깨쳤고, 그 덕분에 영어에 도전할 새로운 의욕이 솟구쳤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하고 싶다면 지금 내 영어 실력이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냉정하게 파악하라는 것이다. 자기 점검이 확실히 되면 앞으로 해야 할 공부의 양이 얼마 만큼인지 보이며, 공부의 양이 정해진 다음에는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영어는 정말 꾸준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 단 하루라도 영어 공부를 미루다 보면 그것이 이틀, 사흘, 일주일, 한 달이 된다. 우리 말도 오랫동안 안 쓰면 잊어버리는데, 하물며 외국어는 더하지 않을까.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라는 말처럼 영어는 그런 마음으로 해야 한다.


▣ 외워야 할 단어의 양이 많을 때에는 일일이 손으로 적으면서 외울 시간이 없다. 그럴 땐 30분이나 1시간 정도 시간을 정한 후, 눈으로 단어들을 보며 서너 번 소리내어 읽는 것이다. 눈으로 단어의 스펠링을 훑고 뜻 부분을 소리내어 읽는다. 그 단어의 유의어도 같이 소리내어 읽은 다음 시간이 허락하면 예문까지 읽는다. 중요한 건 입으로 반드시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단어를 접두어나 어근으로 분해해서 의미를 파악하거나 연상법을 이용하면 단어가 더 잘 외워진다.


▣ 눈으로 스펠링을 흝으며 입으로 단어를 소리내어 읽는 방법으로 두 페이지 가량 진도를 나간 후, 다시 처음 지점으로 돌아간다. 단어의 뜻풀이와 유의어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고 자신이 맞히는지 못 맞히는지 테스트를 해본다. 틀린 단어는 그 자리에서 세 번 정도 읽고, 그래도 잘 외워지지 않으면 형광펜이나 색연필로 표시해둔다. 그렇게 표시하는 순간, 펜의 색깔과 함께 단어에 대한 기억이 좀 더 선명해질 수 있다. 외우지 못해 표시해둔 단어들은 일주일 후에 다시 한 번 읽어본다.

  내가 눈과 입으로만 영어단어를 외운 이유는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서였다. 연습장에 일일이 스펠링을 적을 시간이 없어서 그런 방법을 택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단 시간 안에 최대한의 단어를 외우는 효과를 거두었다.


▣ 영어 독서를 꾸준히 한 결과는 여러 군데에서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 영어 에세이 쓰는 것이 수월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건 아마도 영어에 대한 독서를 통해 ‘언어적 감각’을 터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진짜로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영어 독서는 필수다. ‘INPUT'이 많을수록 ’OUTPUT'은 좋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책 읽는 시간은 정해놓고 읽는 게 좋다. 하루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자기가 정한 시간에 반드시 책을 읽는 것이다.

  민사고 시절, 나는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항상 책 읽는 시간으로 정해두었다. 나는 영어 실력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숙제나 예습이 남아 있어도 독서를 우선 순위에 두고 꼬박 석 달을 읽은 끝에, 조금씩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 누군가가 쉽게 던져주는 지식을 받아먹는 공부보다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게 바로 공부의 ‘생존력’이 아닐까?

  물론 과외나 학원 강습이 좋을 때도 있다.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나 중요한 문법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은 영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치게 되는 곳이다.

  그러나 언어를 배우는 가장 큰 원동력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뿜어져나오는 호기심을 다른 사람이 십게 던져주는 지식으로 채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 호기심마저 사라지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남게 된다. 조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영어에 대한 실마리를 스스로 찾아가는 것. 그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중학교 시절에 가장 열심히 했던 것은 노트정리가 아닐까 싶다. 나의 노트는 여느 참고서 못지 않게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칠판에 적은 내용은 물론 말로 짚어주신 내용까지 빠짐없이 연습노트에 적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깨끗하게 다시 정리했다. 집에 돌아가면 각종 참고서나 문제집에 나와 있는 내용까지 첨가해서 완벽한 나만의 노트를 만들곤 했다.

.......

노트 정리를 할 때는 대단원의 제목을 네임펜으로 크게 쓰고, 소제목은 빨간색이나 파란색 펜을 이용해서 썼다. 본문 내용은 검은색 펜을, 아주 세세한 내용들은 1.3밀리미터 짜리 가는 펜을 사용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에는 빨간 색연필로 밑줄을 긋거나 별표를 쳐놓았다.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포스트잇’에 메모를 해서 노트에 붙여두였다. 머릿속으로만 ‘내일 학교에 가서 질문해야지’하는 것보다 질문할 내용을 따로 정리해 붙여두는 것이 훨씬 좋다.


▣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의미하게 흘려보내 사람도 있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법도 바로 ‘시간의 효과적인 경영’이 아닐까? 나처럼 학생의 신분이라면 일분 일초도 빈틈없이 잘게 쪼개서 쓸 필요가 있다.

나는 계획성이 철저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철저하고도 세세하게 다이어리에 기록했다. 내일까지 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면, 그 숙제하는 데 걸릴 시간을 계산하고 남는 시간에 해야 할 일까지도 미리 계획을 세워놓았다.

계획을 세워놓으면 정해놓은 양을 어떻게든 그 시간 안에 마치려고 노력하게 된다. 만약 그 시간을 넘어버리면 그 이후에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디기 때문이다..

.......다소 빡빡하다 싶을 정도로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다 보면,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시간 활용도가 높았다.

......‘그까짓 5분’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단 5분이라도 1년이면 ‘1835분’ 즉 남들보다 30시간을 더 공부하는 셈이 된다. 하루에 10분이면 1년에 60시간, 하루에 20분이면 1년에 120시간, 과연 이것이 무시할 만한 숫자인가?


▣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면 이런 식으로 쪽지 활용법을 시도해보라. 쪽지를 쓰는 과저에서 한 번 각인이 디고, 옷장이나 침대에 붙여놓은 쪽지들을 매일 보면서 또 한 번 각인이 딘다. 그렇게 머릿속에 각인된 내용은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 목표를 높게 잡으면 성적은 반드시 올라가게 되어 있다. 단, 그 목표가 이루어지도록 치선을 다한다는 전제 하에.

.....나는 ‘전교 1등’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교과서를 10번씩 읽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시험 때가 되면 2, 3주 전부터 시험공부를 했다. 과목별 문제집을 두 세권씩 푸는 것도 당연하게 여겼다. 공부를 재미있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부가 먼저 재미있게 다가온 게 아니라 내가 공부라는 대상을 재미있게 받아들였다고 보는 게 옳다. 왜냐하면 목표를 정한 이상 어차피 공부는 해야 하는 것이니까.

중학교때 내 수준보다 훨씬 어려운 수학경시학원을 다니게 되었을때, 나는 그 수준에 나를 맞추려고 코피를 흘려가며 공부했다. 영어로 진행하는 민사고의 수업들도 내 수준에서는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그 수준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목표가 높은 사람만이 발전하고, 발전을 하려면반드시 목표가 높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고등학교 시절 나의 수학 공부법을 자세히 써보면 이렇다. 일단은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공식을 깨끗한 종이에 모두 적었다. 다시 보아도 기분이 좋아질만큼 깔끔한 글씨로 쓰되 하나의 공식을 큰 종이와 작은 종이에 각각 적었다. 큰 종이는 침대 옆에 붙여두고 잠자리에 들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고, 작은 종이는 항상 손에 들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봤다.


▣ 수학에는 항상 ‘공식’과 ‘기본문제’, 그리고 ‘응용문제’가 있다. 공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기본문제를 충분히 풀어본 다음, 응용문제는 반드시 혼자 힘으로 풀어보자. 조금 어려운 문제가 나왔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 공식과 기본문제, 응용문제를 서로 연결하는 수많은 고리들을 찾는 과정 속에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이 숨어있다.


▣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부를 잘하겠다는 의지’이다. 그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비법이 있다고 해도 적용할 수가 없다.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퍼붓는 과정. 그 기나긴 공부의 과정을 헤쳐나가는 데 나는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 어차피 학생의 신분에서는 ‘공부’가 가장 큰 당면과제다. 그건 특혜이기도 하다. 그 특혜를 유용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 누가 억지로 시켰으면 공부하기 싫었을 테지만 ‘전교 1등’을 향한 욕망과 더불어 전 과목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언제나 나를 들뜨게 했다.


▣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과서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불평하는데, 기본적인 내용을 재미있게 각색하는 것은 공부하는 사람의 몫이다. ....... 모쪼록 많은 학생들이 공부에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공부는 정말 재미있는 친구이다.


▣ <원히 엄마 이가희 씨의 ‘우리 아이 공부 잘하게 만드는 법’>

1. 아이의 호기심을 빠짐없이 충족시켜줘라.

2. 아이의 능력과 무관하게 양껏 공부시켜라.

3. 영어는 일찍 시작해서 꾸준히 가르쳐라.

4. 책만 읽어줘도 한글은 통째로 뗄 수 있다.

5. 책 읽어주는 엄마의 노하우 몇 가지.

- 아이가 아직 한글을 모를 때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읽어주는 방법, 엄마가 동화구연가처럼 감정을 듬뿍 실어 읽어주는 것, 책과 관련된 각종 교구를 준비해주는 것(여운을 느끼게 함, 상상력과 표현력 고취)

6. 아이가 쓰는 일기에 코멘트를 달아줘라.

7. 독서와 글쓰기는 모든 공부의 기본!

8. 암기력, 훈련으로 좋아질 수 있다.

9. 교과서 진도에 맞춘 현장학습을 시켜라.

10.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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