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 말은 없는가?”
군 검찰관이 그들에게 물었다.
“우리 때문에 죽은 사람들에게 사죄한다. 북한에 파견되어 김일성을 죽여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반역자가 아니다. 반역자가 아니라는 말만 남기고 싶다.”
강창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기간병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다만 동지들을 배신할 수 없어서 가담했다. 유가족들에게 사죄한다.”
이병천이 말했다.
“사랑하는 여자와 살고 싶었다. 내 소원은 그것뿐인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어차피 사형을 당해야 할 몸인데 몇 년 동안 더 살게 되었을 뿐이다. 내 생애가 하나의 바람처럼 의미가 없는 것이 쓸쓸할 뿐이다.”
준호도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말했다.
“부모님들에게 죄송스럽다. 찢어지게 가난한 부모님들에게 돈을 벌어서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마지막으로 애국가를 부르게 해달라.”
김상철이 말했다. 군 검찰관이 허락을 했다. 김상철은 말뚝에 묶인 채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