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두 번째 여자야...... 닮았거든. 놀랍도록, 그리고 싶을 만큼.”

  그 처음, 그가 그녀에게 말했었다. 그때 이처럼 떠오르던 저 미소는 얼마나 야릇하고 설레었는지. 그녀를 불꽃같은 그에게로 투항하게 했던 그 미소. 무모하고 발칙하고 그런 시절이었다. 그리고 이제 이 광장에는 중년의 두 남녀가 그 무모하고 발칙한 시절의 상처로 남은 아이를 사이에 두고 서 있다.


◉ 바람이 불지 않아도 무수히 이파리들이 떨어져 내렸다. 어떤 시인이었던가.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낙엽이 떨어지는 건, 지구 한끝에서 누군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빈 들에 나가 네게 사랑을 속삭여 주리라. 네가 작은 소리로 말하고 나도 작은 소리로 말하리라. 아무도 들을 수 없게. 어느 봄날 원래 하나로 만들어졌던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작게, 아주 작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가끔 뒷모습은 얼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니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은 눈동자이기도 하고, 마주보며 이야기할 때의 손짓이기도 하고, 또 놀랍게도 뒷모습일 때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뒷모습은 잊히지 않는다. 출연자는 두 명이지만 한 사람만 그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온전히 그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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