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이 땅의 가장 순박한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나룻배 타고 강 건너며

      강물 위에 반짝이는 아침 햇살 만지며 오는 아이

      등교길에 들꽃 여러 송이 꺽어와 교탁에 꽂는 아이

      논둑밭둑 땅을 적시고 풀잎냄새 풍기며 일하는 아이

      과일냄새 흙냄새가 단내로 몸에 배어 달려오는

      그런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파도를 가르며 이 땅의 가장 궁벽진 섬으로 갑시다.

      어젯밤 갱도에 아버지를 묻고 검은 눈물자국

      아직 지워지지 않은 아이들 곁

      지게마다 가득가득 빈곤을 지고 한평생 땅을 파다

      얼굴빛 흙빛이 된 아버지를 둔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그들이 삼킨 눈물

      그들이 귀에 못박이도록 들은 신음소리 곁으로 갑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거짓이 없는 학교로 갑시다.

       

      아이들의 초롱한 눈 속이지 않는 학교로 갑시다.

      올 곧은 말씀 진실한 언어로 가득 찬 교과서 들고

      교실문 들어설 수 있는 학교로 갑시다.

      끝종소리 들으며 진리를 바르게 가르친 보람으로

      가슴 뿌듯해 오는 그런 학교로 갑시다.

      가서 티끌만한 거짓도 걷어내는 선생님이 됩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휴전선 철조망 바로 아래에 있는 학교까지 갑시다.

      바람 부는 중강진, 개마고원 그곳까지 갑시다.

      가서 우리가 새로이 하나 되기 위해 몸 던지는 선생님이 됩시다.

      어떻게 이 나라 이 민족 역사가 그릇되었으며

      어떻게 진정으로 하나 되는 젊은이가 되어야 하는지 가르치다

      청정하던 젊은 백발이 될때까지 가르치다 쓰러져

      그곳에 뼈를 묻는 선생님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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