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물불 안 가리고 미친 듯이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해서 그런 생활을 아예 습관으로 삼아 쭉 밀고 나가야지, 처음에는 슬슬 하다가 어쩌고 하다 보면 평생 가야 그놈의 시동이 걸리질 않는다.
정체기가 길면 길수록 도약의 폭은 커진다.
나는 일을 잘하고 싶어 일을 하니 막노동판 최고의 일꾼이 되었고, 또한 공부를 잘하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하니 서울대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사람의 정신과 육체는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이것은 지난 몇 년간 일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내가 몸으로 터득한 확신이다.
많은 사람들은 공부가 지겨운 것, 하기 싫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판단의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작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이 아니고 공부말고 다른 것들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엉뚱하게 공부가 하기 싫다는 말로 잘못 표현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표현이야 어찌됐건 공부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요컨데 나는 공부라는 걸 진짜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면 누군들 열심히 하지 않겠는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분명히 즐거운 일이다. 공부하는 것에서 신명에 가까운 즐거움과 쾌감을 느끼는 단게에 이르면 우리의 머리도 그때만큼은 보통 이상의 능력을 갖게 된다. 처음 공부를 할 때 나는 이런 경험을 자주 하곤 했다.
24시간 공부에 매달리는데도 성적이 잘 안 오르는 사람이 있다. 대개는 자신의 공부 방법에만 집착하여 아무런 반성이나 점검없이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형이다.
누군가가 '세상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만을 출발점에 세워준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은 위인전의 주인공 가운데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던가. 이따금 노력하지 않고도 성공한 듯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경우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별로 노력하지 않은 것 같지만, 정작 본인은 뼈빠지게 노력한 경우, 또 하나는 비록 겉보기에 성공한 것 같지만, 정작은 성공이 아닌 경우. 결론적으로 말해서,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건 시작일 뿐이다.
들 수 없던 돌을 들어 올리고 풀 수 없던 문제를 풀어 냄으로써 얻게 되는 자유. 한계라는 벽에 부딪쳐 답답하게 꽉 막혀 있다가 그것을 뚫어냄으로써 확 트인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자유. 이것은 생활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입시와 싸워야 하는 수험생의 하루는 어마어마한 감옥이다. 한치의 빈 틈도 없는 일정의 틀은 마치 거대한 바위덩이처럼 우리를 짓눌러서 가슴 답답하게 한다. 이런 빡빡한 일정이 계속 이어진다면 도저히 버텨 낼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하루 이틀 참고 견디며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교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데도 전혀 갑갑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공부만 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도 마음은 오히려 편안하고 가벼워지곤 한다. 일단 극복하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감옥도 한계도 아니다. 사람은 정신적, 육체적 능력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자신의 힘을 단련하여 능력을 확장시키고 한계를 돌파함으로써 '자유'를 얻어 낼 수 있다.
대개의 아이들은 공부를 하다가 좀 쉬어야겠다 싶으면 곁에 있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장난을 치느라 애써 차분해진 마음을 다시 들뜨게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나는 쉬고 싶을 때 밖에 혼자 나가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오면 그뿐이다. 시간도 적게 걸리고 차분해진 마음이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머리 속으로 몇 번 되뇌이면서 무엇을 외운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암기의 효율이 떨어질 것처럼 생각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써서 외우는 것과 그 효율에 있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외우는 방식도 습관을 어떻게 들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더구나 머리 속으로 되뇌이면서 암기하는 버릇을 들이면 속도에 있어서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다. 아무리 연필을 빨리 돌린다고 해도 머리보다 빠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머리 하나만 가지고 공부를 하면 좋은 점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공부를 더욱 집중해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책 밖으로 도망쳐 버리려면 일단 우리의 의식에 빈틈이 있어야 하는데, 가령 단어 하나를 외우는 데도 계속 머리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으면 정신이 딴 곳으로 빠져나갈 틈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3차원의 공간적 현상이나 도형은 2차원인 연습장의 평면에 그려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애써 그림을 그려서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3차원이 아니라 4차원의 공간까지도 상상이 가능한 우리의 머리를 이용해서 그 속에다 그림을 상상해 보면 이해가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다. 물론 이러면서 우리 머리의 공간적 상상력이 좋아진다는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것. 머리 훈련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고 안 쓰면 안 쓸수록 굳게 마련이다.
책을 읽는데 자꾸 책 속으로 정신이 빠져들지 않고 딴 생각이 날 때는 읽고 있는 문장에다 살을 붙여서 읽어 보자. 살을 붙이는 방법에는 문장의 생략된 성분을 첨가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대명사가 사용된 부분을 그것이 지시하는 부분으로 대체하여 보는 수도 있다.... 다른 방법을 한 가지 더 소개해 보겠다.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어떤 문장을 읽어도 그 말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자신이 금방 읽은 문장이 뭐였는지도 모르게 된다. 이럴 때는 이제 막 읽은 문장을 머리 속에서 웅얼거려 보면 집중에 도움이 된다...... 앞선 두 가지의 방법, 즉 공부를 집중해서 해야겠다는 마음은 있는데 자꾸 정신이 딴 데로 새나가려 할 때 내가 쓰는 방법의 핵심적인 원리는 이렇다. 우리의 이성은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행할 수는 없다. 책을 보면서 딴 생각을 한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 이성이 딴 생각 하나에만 매달려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의식적으로 읽고 있는 문장에 살을 붙이고 또 그것을 암송함으로써 우리의 이성에서 딴 생각을 쫓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집중'이라는 추상적인 행위를 구체적인 행위로 전환시켜 의식의 영역에서 우리의 의도를 간철시킬 수 있게 된다.
시험을 치는 행위는 결국 문제라는 입력 정보를 받아서 우리가 공부한 것들을 출력 정보로 내놓는 일이다. 따라서 책을 보며 공부를 할 때 우리가 보고 있는 그 내용을 내가 원할 때 출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가며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치선의 방법은 이름이 있는 내용은 그 이름과 내용을 연결해서 명확히 외우는 것이고, 이름이 없는 내용일 땐 이름을 붙여서 외우는 것이다.
우리의 습관에도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가령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열심히 하는 그 습관에 관성이 붙어 있어서 계속 그 힘에 몸을 싣기 때문에 더더욱 열심히 하게 되고, 한 번 하기 싫다는 생각에 이끌려 책상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계속 그 관성에 이끌려 더 더욱 쉽사리 거기에 이끌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최초의 순간부터 내 몸을 실을 만한 관성을 가지도록 애쓸 필요가 있다. 대개 수험 생활 초기에는 너무 무리해서 열심히 하기보다는 서서히 시작해 나가다가 차츰 속도를 붙여서 정작 시험을 칠 무렵게 가서 최고의 스피드가 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작전이라고들 말한다. 처음부터 무리하다 보면 곧 지쳐 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정신없이 공부에 몰두함으로써 그러한 생활 습관에 관성을 붙이도록 할 피룡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무심한 가운데 찾아드는 위기의 순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 유혹, 공부하기 싫고 놀러나 갔으면 좋겠다는 그 유혹의 손길에도 한번 넘어가기 시작하면 거기에 관성이 붙어서 다음 번 유혹에도 또 쉽사리 넘어가게 된다. 흔히 '오늘은 공부가 잘 안 되니까 하루 쉬고, 내일부터 열심히 하지 뭐.' 하는 식으로 위기의 순간과 타협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렇게 안 된다고 해서 쉬는 버릇을 들이면 그 버릇에 관성이 붙어서 조금만 공부가 안 돼도 어김없이 쉬어야 한다. 반면 어떤 형태의 것이든 한 번만 그 유혹의 순간을 흔들리지 않고 넘기고 나면, 이번에는 유혹을 극복하는데 관성이 붙어서 다음번 유혹도 쉽게 물리칠 수가 있게 된다. 처음 한두 번만 잘 하고 나면 그 다움부터는 점점 더 그 일을 하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쉽다는 것의 원인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재미있으면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면 쉬워지게 마련이다.
어떤 과목의 개념이나 현상을 공부할 때도 먼저 그것이 무엇인가부터 확실히 알아야 하고 그러고 나서는 그러한 현상이나 사실의 이유 혹은 원인을 분명히 이해하며 공부를 하는 것이 올바른 공부 방법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목별로 교과서를 정해 두고, 이를 계속 반복해서 보라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국어사진을 찾아보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