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나 남편에게 복종하고 그를 따르라고 꾸짖지

나는 이해할 수 없어

그와 똑같은 흙으로 빚어진 내가

왜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가 없는지

그런 헛소리는 그의 갈비뼈만으로 만들어진

이브에게나 어울리는 소리라구


세상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어

아내같은 여자와 애인같은 여자.

이브를 얻은 그의 침대에 몸을 눕힐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잠을 잘 수는 없었어

그 침실은 나의 안식처가 아니야

나의 에덴은 그런 곳이 아니야


나의 에덴은

"너"와 함께 있던 그 곳이지

눅눅한 침대 위로 누인 두 몸뚱이를 포개어

고동치는 심장소릴 듣고

시쿰한 살내를 맡다가

문득 네 눈동자가 수만개의 별빛보다 반짝이며

나를 쳐다볼 때면

가슴이 다 떨렸던 그 곳이지

우리가 나눈 야한 농담들과

권태로운 일상의 이야기가

뜨거운 숨결 아래 질펀히 녹아버린 그 곳이지



다시 찾은 나의 에덴은

바보로 변한 아담과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를 이브가

숨바꼭질이나 하며 놀고 있었어

나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어

사랑을 속삭이던 내 혀는 두 개로 갈라졌고

나는 독사로 변해 이브를 물었어

욕망이란 이름의 독이 온 몸에 퍼지도록.

내가 퍼트린 독은 간교한 말을 지껄였지

저 금단의 열매를 따 먹고 아담도 "따 먹어" 버려

네가 먹어버리는 거야

맛있게 먹어버리는 거야

아담을 따 먹어 버리는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