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부러워하는 이유...

도서관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그림책이라는 최윤정씨의 책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림책에 소개된 [주변 상황에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책 속에 코를 파묻고 있는 빼빼마른 소녀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세상만사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채 오로지 책에만 파묻혀 있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으며 그런 그녀가 부러웠기에 이 책의 그림들을 소장함으로써 나 역시 엘리자베스처럼 무언가에 몰입하는 행복을 가질 수 있으리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건과 재밌는 이야기를 얻고자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특별한 사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엘리자베스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세상에 나왔다는 설정만 보아도 그렇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엘리자베스의 생활이 아니다. 다만 모든 장면 속에 등장하는 불특정 다수의(?!) 책들과 그 책들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버린, 일상의 복잡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장 몰입할 수 있고 즐거워할 수 있는 삶을 산 한 사람의 모습이 중요한 것이다.

한 권의 책에 온통 마음을 다 빼앗겨 시간가는 줄 모른 채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뿌듯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엘리자베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몰입의 대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엘리자베스에게는 책이 몰입의 대상이었다면 어떤 이에게는 음악이 몰입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몰입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엘리자베스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어린이들보다 몰입의 즐거움과 몰입하는 생활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어른들에게 더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