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네 집 꽃밭 민들레 그림책 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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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는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를 떠올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이하 생략)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는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던 것이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존재의 의미와 존엄성이 부여된다는 내용의 시. 이런 심오한(?) 내용의 시가 동화로 장르를 바꾸어 쉽게 풀어쓰인다면 바로 이 '오소리네 집 꽃밭'같은 동화가 나오지 않을까?

몸빼바지를 입은 능청스러운 오소리 아줌마가 회오리바람에 실려 멀리까지 날아갔다가 집까지 찾아오는 과정에서 본 예쁘게 가꾸어진 꽃들.. 오소리 아줌마는 집에 오자마자 자기 집 꽃밭도 예쁘게 가꾸려고 한다.

남편과 함께 꽃밭을 가꾸려던 오소리 아줌마는 자기의 집에도 알고보면 아주 예쁜 꽃들이 많았음을 깨닫게 된다. 조금만 눈을 돌려 꽃밭을 보았더라면 자기 집 꽃밭에도 예쁘고 소박한 꽃들이 옹기종이 모여있음을 알게되었을 것인데 오소리 아줌마는 지금까지 꽃밭에 관심을 가지지 못 했던 것이다.

늦게나마 자신의 주위에 것들에 눈을 돌리고 관심을 가지게 된 오소리 아줌마의 깨달음이 참 부러웠다. 내 주위에는 지금도 어쩌면 오소리 아줌마네 집 꽃들처럼 내가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져주길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물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어떤 계기가 생기기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먼저 내 주변의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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