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밥 낮은산 작은숲 1
김중미 지음, 김환영 그림 / 낮은산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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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씨의 작품은 사회의 어두운 곳을 사실적이면서도 따스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철이와 송이 남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늙고 병드셨고 철이와 송이 남매는 아직 어리다. 6살때부터 철이가 아기인 송이를 돌보았는데 철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할머니께서 일나가시며 송이를 방 안에 넣어둔 채 밖에서 문을 잠그셨다. 하교하고 돌아온 철이가 잠긴 방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어린 송이는 단칸방에서 혼자 종이 조각을 씹어먹으며 놀고 있었다. 어린 송이가 혼자 방에서 종이 조각을 먹고 있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 책의 제목인 '종이밥'이 무척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이런 송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송이의 가족은 송이를 절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빨간색 푸우 가방을 사달라고 조르는 송이. 그런 송이가 안쓰러워 자신이 오랫동안 아껴서 모아둔 돈을 모두 털어 푸우 가방을 사주는 어른스런 오빠 철이. 몸이 편찮아서 병원 신세를 지시면서도 손녀의 가방을 사주기 위해 시장에 장사를 나가시던 마음 여린 할아버지. 병약한 할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시립 병원 청소일을 하시는 아이들 앞에서는 늘 강하게 행동하시는 할머니. 이 가난하고 힘없는 가족은 송이를 절로 보내기 전에 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는다. 동화 속의 사진을 보면 자신이 절로 보내진다는 것을 모르는 송이만이 신나는 표정이고 할머니, 할아버지, 철이는 모두 시무룩한 표정이다. 모두들 엉뚱하지만 귀엽고 애교많은 송이를 절로 보내기 싫은 것이다. 특히 철이는 늘 자신 곁을 찰거머리처럼 붙어다니며 재잘대던 어린 동생이 떠난다는 것을 마음 아파한다.

무거운 내용이었지만 어두운 환경속에서도 시종일관 귀엽고 해맑던 송이의 모습이 이 동화를 읽는 동안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너무 사랑스런 송이의 모습에 다시 할머니가 송이의 손을 이끌고 산을 내려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갈아 입지도 않을 옷을 많이 넣어가느라 새로산 가방이 망가졌다고 투덜거리는 송이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사랑스런 송이가 있고, 그런 송이를 옆에서 지켜주려는 오빠가 있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한 부유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가난한 이 가족은 언제나 따뜻하고 풍요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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