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놀이
요즘 보물찾기 놀이를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그녀가 제 자취방에 왔다 갔거든요.
그때 나보고 슈퍼에 가서
콜라를 사 오라고 그러더니
그 잠깐 사이에
온~ 방에다 쪽지를 숨겼더라구요.
거울이고, 책상이고, 뭐
눈에 보이는 데는 물론이고
얼마나 구석구석 숨겨 놨는지
아직도 한참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자려고 누웠는데
뭐가 자꾸 부시럭거리기에
베개를 뒤져 봤더니
그 속에, ‘잘 자~ 내 꿈꿔~’
그렇게 적혀 있었구요.
그리고 지금 보니까 화장실에도,
그 왜 휴지걸이 있잖아요, 그거에,
‘자기야 시원해?’
그러곤 웃는 눈 모양 두 개,^^
이렇게 그려져 있는 겁니다.
아유... 정말...
이 보물 WHr지가, 몇 개나 더 남아 있을까요?
그녀 덕분에 이 칙칙하던 자취방이 보물섬이 된 것 같습니다.
그녀는 정말 신기한 요정 같아요.
선물에 대한 고정관념 버리기
우편함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했습니다.
손수 쓴 편지를 받아 본 게 언젠지...
거기다 크레파스로,
이렇게 삐뚤삐뚤한 글씨는
더 낯설고 신기했죠.
언뜻 보기엔 초등학생이 쓴 것 같아서
잘못 배달된 게 아닌가 싶었지만
다시 확인해 봐도
수신자엔 분명히 내 이름이 적혀 있더라구요.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었더니
같은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왼손은 순수래...
왼손으로는 함부로 새끼 손가락을 걸어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적도 없고,
남을 미워하는 글도 써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곤 지금 이 편지가
그녀가 왼손으로 처음 쓰는 편지라구요.
그녀는 이런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이야기들을 알아내서는
내게 말해주고, 선물해 주고
그럴 때마다 난
눈도 코도 입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늘 이렇게 아무것도 준비 못한 채 받기만 하니까요.
아...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집에 돌아가서 나도
생전 처음, 왼손으로, 긴 편지를 한통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