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책을 읽는 여자는 실제로 위험했다. 책을 읽는 여자는 어떤 사람도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자유 공간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그 것을 통해 독립적인 자존심 또한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세상에 대한 자기 나름의 상을 만들어냈으며, 그것은 출생과 전통으로 매개된 모습이나 남자가 보는 모습과는 분명코 일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들여다보는 조용한 눈길은 독서하는 사람을 주위 환경에서 직접 떼어놓는 동시에 그를 이 세상 속에 있게 만드는 친밀감이 넘치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도서관은 혼자 있지만 동시에 사람들과 섞일 수 있는 훌륭한 장소다. 저마다 자신과 관련한 어떤 것에 몰두하고 있는, 같은 생각을 품은 사람들의 공동체 속에서.


 

독서는 유쾌한 고립 행위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예의바르게 자신을 접근하기 힘든 존재로 만든다.

1768년에 영어 단어 ‘센티멘털’의 번역어로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레싱이 제안한 ‘감정이 예민한’이라는 단어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즉시 정서적 삶을 계발하고 심화하는 시민적 예술 형식을 드러내주는 핵심어가 되었다. 개인의 감수성을 가꾸는 일에서 중심적 위치가 독서에 부여되었다. 독서는 종이에 옮겨진 다른 사람의 감정 속으로 자신을 옮겨놓는 것을 의미하며, 자신의 감정적 가능성의 지평을 탐구하고 넓히는 것을 의미한다.


 

책읽기는 삶을 살고 견디도록 이끌고 고무하는 것이다. 독서를 삶과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책에서 치유력을 빼앗는 것이며 열정에서 고통의 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자는 책에서 삶의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커다란 열정에서 짧은 도피가 만들어졌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아름다운 연애편지를 써서 보내면, 우리는 곧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바로 그 사랑은 언어에서 생명을 얻어 살아가고, 글 쓰는 행위를 통해 생겨나고,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사랑, 공포, 늙음, 죽음- 언어의 그물에서 우리는 필요한 것을 발견하고 기꺼이 그 그물에 걸려든다.


 

“왜 사람들이 책을 증오하고 두려운 것으로 간주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나요? 책은 땀구멍이 있는 삶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죠. 하지만 고루하고 편협한 시민들은 땀구멍도, 머리카락도, 표정도 없는 밀납인형 같은 얼굴을 원해요.”

책 읽는 여자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녀들은 좀더 영리해지는 것만이 아니다. 또 단지 이기적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것만이 아니다. 그녀들은 혼자서도 아주 잘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다. 혼자 있는 것, 자신의 환상과 작가의 환상만이 만나게 되는 것이 독서가 주는 커다란 기쁨 중의 하나다.


 

“개성의 발전과 독서는 상호작용을 한다.” -게르트루트 레너르트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이 책 속에는 있다.


 

“현 존재를 견디는 유일한 방식은 영원히 지속되는 광란의 축제처럼 문학에 열광하는 것이다.” -플로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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