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이름으로 환치되는 과거란 대체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은 지금 이 현재에서 과거를 뭐라 뭐라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의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아 가는 한편, 이 몸의 중추인 정신은 현재진행형이고, 감수성 역시 늘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는 것, 아니 오히려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것은 내가 그리는 그림이 아무리 전통적인 수법에 바탕하고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담겨 있는 것은 지금의 내 정신과 감성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는 자각이었다.

 

그래! 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게 아냐. 아직은 길을 찾는 학생이고 싶어!


내 주변 환경은 점점 변해 갔지만, 새롭다고 여겨지는 것도 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거나,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미 몸에 새겨져 있는데 내가 잊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이 재발견이었던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은 궁극적으로는 미래로 떠나는 여행이며 미래에는 잊고 있었던 과거가 자리하고 있다.


종이상자를 열면, 짐을 담았을 때의 공기까지 풀려 나온다. 그때 다은 것들이, 멈춘 시계가 다시 움직이듯 이곳에서 숨을 되찾는다. 그때, 조각조각 흩어졌던 나 자신도 하나로 뭉쳐, 다시금 숨을 쉬기 시작한다.

 

피사체를 어떻게 찍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피사체로 삼을까?라는 관점이 분명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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