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일은, 아무리 하찮은 기회라도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연마하면, 더 훌륭한 경험을 위한 기회가 생겼을 때 이를 붙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머리도 손도 굳어버린 후 새 곡을 익히는 것보다, 어린 나이에 되도록 많은 곡들을 두루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 유연성이 줄어들어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곡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고, 또 차분히 앉아서 레퍼토리를 늘려나갈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다. 오히려 어린아이 특유의 순발력과 감성이 살아 있을 때 여러 다양한 곡들을 접하고 배우는 것이 시간적으로 훨씬 경제적이며 능률적이지 않을까? 물론 음악이라는 것은 연주자의 연륜이나 철학, 그리고 경험에 따라 그 표현의 폭과 음악적 깊이가 무한한 것이므로, 어린 나이에 당장 그 곡을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린 시절 세워 놓은 여러 레퍼토리의 기본적인 골격은 훗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무대에 올리지 않고 한동안 묻어둔 채 잊어버려도 좋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악보를 꺼내어 펼치면, 어렸을 때 익혀 놓았던 테크닉과 감각 등이 생명력을 갖고 자연스럽게 되살아 난다. 거기에 시간의 흐름과 함께 축적된 자신만의 음악관, 지식과 경험, 생의 무게 등이 더해지면 내면적으로 더욱 심오한 깊이의 음악을 창조해 내게 된다.

악기는 악기 자체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연주자는 악기를 닮아간다’는 말처럼, 한 사람이 어느 특정 악기를 수년간 연주하게 되면 그 악기가 품고 있는 캐릭터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닮아가게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어떤 악기를 하느냐에 따라 연주자의 성격이 유형화되기도 한다.

침묵보다 권위를 높여주는 것은 없다. - 샤를 드골

설혹 그녀가 더 이상의 발전 없이 현재 상태에 머문다 해도, 그 자체로도 그녀는 이미 위대한 연주가다. 앞으로 그녀가 더 발전할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게 되면 섬뜩해지기까지 한다. - 평론가 버나드 홀랜드

신동을 넘어선 기적 그 자체 -베를리너 자이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