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무소유』(법정). 인간은 모두 무언가 소유하기 위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싸우고, 헐뜯고 한다. 물건만을 소유하는 것을 만족하지 못해 사람까지 소유하려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강한 이기와 억센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참되고 풍요로운 삶은 '소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소유'의 실천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은 일상에서의 평범한 비유를 통해 깨우쳐 주고 있는데, 지은이의 이야기 가운데 이른바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무소유의 정신은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 나날이 인간적인 면모를 상실해 가는 우리 모두가 새겨야 할 뜻깊은 화두로 다가온다. 지은이를 아직 만나 뵌 적은 없지만, 그분의 글은 무언가 기쁨과 희망과 평안을 내려주며, 남에게 베푸는 것이 얼마나 큰 마음의 은덕이며, 그것이 얼마나 이루기 힘든 것인가 쉽게 생각케 한다. 하여,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세상, 그런 마음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된다면, 과연 내 주변의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을까?

2.『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우리나라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우리 땅 곳곳을 빠짐없이 돌며 유형·무형의 문화유산들이 아직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의연히 자리하고 있음을 미려한 문제로 소개해 놓고 있는 이 책은 수천 년 역사의 숨결과 그 미학적 아름다움을 공개하는 친절한 해설서이다. 지은이의 확연히 다른 터, 우리 국토와 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쓰여진 이 책은 정확한 전문적 지식과 명석한 양식 분석을 바탕으로 낱낱 유물의 형태상 특징과 그 아름다움, 내용과 역사적 배경, 그리고 그것을 창조한 인간의 이야기, 더 나아가 그것이 지닌 현재적 의의까지 밝혀 내고 있어, 우리 동시대인 누구든 감동과 놀라움 속에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마력이 숨어 있다. 새로운 읽을거리에 대한 제공은 물론 늘상 되풀이되는 '먹고 놀다 돌아오는' 무지렁한 여행에서 벗어나 무언가 의미있는 여행법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 이 책은 자못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3.『학문의 즐거움』(히로나카 헤이스케). '사람은 왜 배우는가? '인간의 두뇌는 과거에 얻은 지식을 어느 정도 기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럼에도 왜 인간은 고생해서 배우고 지식을 얻으려고 하는가'에 대한 세세한 답안을 제시해 놓는다. 공부 때문에 골치를 앓다 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똑똑한 천재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끈기' 하나로 천재들과 경쟁하여 그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한 사람, 순전히 보통사람이 순전한 노력으로 얻어낸 학문의 즐거움에 대해 설파한다. 보통사람이 학문 기적을 이루기까지의 갈등과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순수하고 진솔한 삶의 철학을 만날 수 있고, 생생한 체험과 그 체험에서 우러난 독특한 인생철학을 바탕으로 학문의 필요성과 즐거움을 제시한다.

4.『소설 토정비결』(이재운). 인간 개개인이 스스로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명 지침서가 바로 '토정비결'이다. 토정비결은 요행과 횡재를 가르치지 않고, 안 될 때에는 준비를 철저히 하여 때를 기다리고, 잘 될 때에는 보름달도 기우는 이치를 깨달아 겸허히 대처하라는 식으로 인내과 중용과 슬기를 가르친다. 토정의 청빈 생활과 기인적인 행동, 가족의 이해와 갈등, 토굴에서 살며 빈민과 고통을 함게 나누고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힘쓴 빈민운동가이기도 했던 이지함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본주의 경제를 시도한 경제학자이자 수학자였고, 지리학과 천문학을 탐구한 과학자였다. 더불어 이 책 속에는, 조선팔도 역학자들이 임진왜란 수십 년 전부터 전란을 막기 위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애를 기울인 민족애와 희생 정신, 율곡의 십만양병설의 기원, 이순신과 거북선 최초 발명자에 대한 의문, 칠백 의병과 함께 장렬히 전사한 의병장 조헌의 스승이 누구인가 등등 역사 속에 숨은 사실까지도 엿보게 한다. 서구적인 사상 앞에 잔뜩 주눅들어 가는 우리 전래의 사상·철학이 지닌 깊은 맛과 폭의 진면목을 실감케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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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법정, 1976, 범우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흥준, 1993, 창작과 비평사)
『학문의 즐거움』(히로나카 헤이스케, 방승양 옮김, 1992, 김영사)
『소설 토정비결』(이재운, 1992, 해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미치 앨봄, 공경희 옮김, 1998,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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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섭 1964년 부산에서 남. 현재 부산의 영광도서 문학부·교양부 팀장으로, 이 책방에서 열두 해째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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