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때면 사람과 사물의 윤곽이 예리함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이고 소리마저도 점점 둔탁해졌다. 안경을 쓰지 않고 보면, 세상은 더이상 꺼슬꺼슬하지 않았고, 뺨을 대면 스르르 잠을 불러 오던 내 커다란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