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느티나무 2003-10-12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이런 사람이렇게 태어났지
웃고 싶으면
큰 소리로 웃고
날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매번 다르다 해도
그게 어디 내 탓인가
나는 이런 사람
이렇게 태어났지
하지만 넌 더 이상
무엇을 바라나
이런 내게서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태어났지
바뀔 건 단 하나도 없지
내 발 뒤꿈치가 아주 높이 솟았다해도
내 몸이 몹시 휘었다 해도
내 가슴이 너무도 거칠다해도
내 두 눈이 이다지 퀭하다 해도
네가 그걸 어쩌겠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는 이런 사람
난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좋은 걸
네가 그걸 어쩌겠나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뿐인데
그래 난 누군가를 사랑했었지
누군가 사랑했었지
어린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듯이
오직 사랑밖에는 할 줄 모르듯이
서로 사랑하고 사랑하듯이.
왜 내게 묻는거지
난 너를 즐겁게 하려고
이렇게 있고
바뀔 건 아무것도 없는데

- 자크 프레베르 <나는 이런 사람>-
 
 
젊은느티나무 2003-10-1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이 통하지 않는 삶을 살아오면서 상처 속에 갇혀버린 사람. 사기꾼을 자처하면서 진심을 두려워하는 사람. 그 사람에게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가 무언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얘기겠지. 영악하게 사랑을 계산하고 즐기려고만 했던 나의 지난 시간들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