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 절반 오리나무/ 열의 갑절 스므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거짓 없이 참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우리 조상들은 나무 이름을 익살맞게 잘도 꿰어맞춰 여러 지방의 `나무타령'을 만들어 불렀다. 우리땅 나무와 풀의 이름은 그 유래를 풀어보면 이처럼 무척 흥미롭다.

달콤한 열매 오디를 맺는 뽕나무는 실제로 방귀와 관련이 깊다. 예전엔 귀한 먹거리로 오디를 즐겨먹었는데 오디를 많이 먹으면 연신 방귀를 뀌어대 이런 이름이 붙었다. 도토리묵에 쓰는 상수리나무는, 임진왜란 때 피난한 선조가 즐겨먹던 도토리묵이 왜란 뒤에도 늘 수라상에 올랐다 하여 `상수라'로 불렸는데 훗날 상수리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나무의 특징을 재치있게 살린 이름도 많다. 떡갈나무의 큰 잎은 주로 떡을 싸두는 데 쓰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약효 때문에 `인삼나무'라는 별명을 얻은 오갈피나무는 펼친 손가락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진 잎을 지녔다. 5리마다 심어 거리를 표시했다 하여 오리나무, 단풍 든 잎을 태우면 노란 재가 남는다 하여 노린재나무, 잎·줄기를 물에 넣어 비비면 푸른물을 낸다는 물푸레나무, 침엽수이면서도 낙엽을 떨구어 봄에 잎을 가는 잎갈나무(이깔나무 또는 낙엽송) 등도 있다.

풀 이름도 마찬가지다. 예쁘장한 꽃에서 노루 오줌 냄새를 풍기는 노루오줌, 닭장 근처에서 잘 자라는 닭의장풀(달개비), 배고픈 시절 시집살이의 설움이 서린 며느리밥풀꽃 등이 그렇다. 숲해설가협회 한대웅(51) 부회장은 “나무 이름의 유래를 좇아 얘기하다보면 사람이 나무들과 맺어온 기나긴 역사와 생활문화를 절로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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