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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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날 엄마가 우체국 당일 배송으로 택배를 하나 보내셨다. 깜짝 선물인 택배를 설레는 마음으로 풀어보니 독일을 방문하는 내가 보면 딱 좋을 내용의 책 한권과,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익모초(益母草). 짐이 되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담아 보낸 엄마의 뛰어난 센스!

비행기 안에서 드문드문 책장을 넘기면서 보기 시작해서 조금 전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자유와 자긍심에 빛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작가의 바램 처럼 책 가득 그녀가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지켜가고 있는 소신, 실천하는 행동과 인생 철학이 너무나도 빛이 났다. 

작가는 학사 때 독일로 유학을 와서 건축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독일인 남편을 만나서 25년이 넘도록 독일에서 살고 있으며, '소시민'이라고 주장하는 하지만 결코 그렇지도 않은 작지만 강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이 책은 삶과 사회 전반의 이슈들을 블로그에 종종 글로 기록한 글들이 작년에 책으로 묶여서 출판된 버전. 세상에나, 블로그라고 다 같은 블로그가 아니구나. 글 하나가 10 페이지 정도의 분량인데,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논리를 끌고가는 테크닉도, 당차면서도 센스있는 그녀의 성격이 드러나는 문장력도, 뭔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70-80년대 학번 출신들이 가지고 있는 투쟁적이면서도 진취적인 분위기도 내용을 떠나서 참 멋졌다.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 라이프와 그녀의 인생관이 묻어나는 1장 '자유로워라, 즐거워라', 교육관을 다룬 2장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 독일의 역사와 사회관을 다룬 3장 '공존을 위한 예의'. 이렇게 나 개인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가족과 사회에 이르기까지의 그녀의 삶의 철학들을 엿볼수가 있다.

책 전반에 거쳐서 그녀의 인생관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그것은 단연 '공존'과 '자유'일 것이다. 자연과, 커리어, 자녀, 역사와 세계 등 그녀를 둘러싼 환경과 공존하며 살기 위해, 그녀가 포기하고, 누리고, 또 실천하는 이야기들.

1장에서 다루고 있는 '자유로워라'의 대상은 돈과, 에너지, 그리고 세상적인 욕심이다. 바로 윗 단락에서도 썼듯이 이는 공존과 자유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에너지가 아쉽지 않은 생활 습관을 실천하며 에너지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따뜻한 물주머니 하나를 몸 이곳저곳에 굴리며 추운 겨울 밤을 보내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주체적인 쇼핑을 통해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입장을 표현하기도 하며, 행복의 기회비용을 당연하게 감수하는 그녀의 삶은 참으로 멋지다. 사실 사회적인, 환경적인 문제에 대해서라면 '무개념'인 나에게 일침을 가했던 내용들도 많았다. 그건 그 일을 하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치부해 버리고 펑펑 물도, 쓰레기도, 쇼핑도 아~무 생각 없이 하며 나도 모르게 환경을 파괴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노예가 이미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했다. 의식을 가진다는 것. 작은 습관 하나 조차도 나의 가치관과 통합되어 있는지, 이웃들과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꿈꾸기나 했는지.

「고등어를 금하노라」라는 글이 바로 1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추측해볼 수 있으려나? 독일은 내륙 국가로 고등어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어선을 동원하여 긴 항해와, 기차나 다른 운송 수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CO2가 발생하는데 과연 이렇게 환경을 해치면서 고등어를 먹는 것이 정당한가? 답은 NO. 환경을 해치는 일에 자신이 일조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그녀의 집 식탁에서는 고등어를 금한단다. 나도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1Kg짜리 카레분말과 짜장분말, 양념들을 먹을 때 까지는 한식을 탐하는 것을 허하겠지만, 다 먹은 후에는 이곳의 값싼 현지 음식들을 먹으리라. 싼 가격에 혹하여 물건을 덥석 집어 카트에 넣기 전에 그 가격을 내기까지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변태적 사업들의 만행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리라. (p.64) 


2장은 자녀 교육에 대한 내용들이다. 내가 자유로운 만큼 아이들도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 아무리 봐도 이 분은 보통 분이 아니야. 보통은 나의 생각을 나 하나 살아내기도 어려운데, 내가 느끼는 나의 권리와 의무가 자녀에게도 있다고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참아내는 그녀. 정말 통합된 인격체인듯. 자녀 교육의 목적은 부모의 도움으로 잘 사는 게 아니라, 부모의 도움 없이 잘 사는 것(p.94)이기에 아이들의 '놀이'를 진지하게 보호하고 '호기심과 창조성을 유발/촉진 시킬 수 있는 환경 만드는 것'과 '친구들이 기꺼이 놀러 오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두 가지 원리에 기초해서 양육했다고 했다. 이렇게 부모가 프레임을 만들고 그 안을 채우는 몫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자율성에 맡겼다. 울타리만 칠 뿐 그 안의 컨텐츠는 터치 하지 않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부모가 되어 보지도 못한 나도 안다.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행복을 누구보다 바라면서 그들을 절대 터치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어렵고 인고를 요하는 일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부모의 교육관이 과연 바람직 한 것인지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사실 글 만으로는 부모가 그다지 스캐폴딩도 많이 해주지 않고 전적으로 아이들이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나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비고츠키 보다는 삐아제의 사상이 서유럽 쪽에 많이 확산 되어 있는지. 여튼. (이분의 교육 철학은 일반적인 독일 사회에서도 outlier에 속하는 것 같다. ㅎ)

자율성과 함께 중요시 여기는 교육 목적은 '평생 신념과 사랑을 가지고 전념할 일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p. 103)이다. 실천하기에는 참으로 이상적인 얘기이지만, 돈과 세상 명예를 포기하면 가능 할 것도 같다. '돈 = 행복'이라고 믿는, 믿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참 따르기 어렵겠지만.

큰 비중을 할애하여 교육 파트를 구성하고 있는 내용은 성교육이다. 성교육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 사회 통념이나 예의 범절을 무시하더라도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한 것(p. 110)이기에 실천해 내기가 정말 어렵다. 어떨 때는 어른 말을 잘 들어야 하고, 또 어떨 때는 아니고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도록, 나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권위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이것이 곧 성과 관련한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이며, 아이들을 지켜내는 방법인 것이다. (휴우. 정말 실천하기는 어렵겠군!)

이 분이 크리스쳔이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사고와 행동과 정서가 하나로 일치된 사람은 보기 드문 것 같다. 가치관이 성경적인 잣대로 보면 성경적이지는 않다(당연히). 나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그 믿음이 내 삶의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관통하고 있는가? 그 믿음을 소중히 여기며 지켜내기 위해서 정당한 기회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가? 그야말로 순전한 기독교인으로 살아내고 있는가?

참. 재밌게 읽었는데 다 읽은 지금은 마음이 많이 무겁다. 아니 무겁다는 표현보다는 '숙제'를 가득 받은 듯한 기분이다. 작가는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히 여기고 있는 주제를 일관되게 모든 인생의 챕터마다 채우며 완성도 높은 삶을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삶에서의 정답이다. 나는 내 삶의 주제를 무엇으로 삼고 있으며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교육관이며, 생활 습관이며, 어물쩡 어물쩡 되는 대로 닥치는대로 살지 말고 내 삶의 기본 공식(진리)을 세우고, 그 진리를 내 삶에서 백방으로 실천하며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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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te Runner (Mass Market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Riverhead Books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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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최초의 미국 소설로 출판된 후 120주 간이나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라가 있던 그런 '대단한' 소설이다. 아마도 미국과 아랍 지역간의 분쟁이 그 지역에 대한 관심을 자아내고, 미지의 세계, 아픔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두려운 호기심이 그토록 이 소설책을 사람들의 손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나보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손에 넣고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함께 영어 스터디 하는 분들이 모두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해서 용기를 내어 읽기 시작했는데 가슴 벅찬 감동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작가는 정말 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유년기에 생긴 죄의식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극복하지 못한 한 남자의 성장기를 너무나도 깊이 있게 잘 풀어내면서, 그 남자의 삶을 관통하는 아프가니스탄의 고통으로 얼룩진 슬픈 역사와 사회를 독자들에게 소상하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과 사회적 배경은 너무나도 스케일이 커서 짤막하게 요약하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주인공 Amir는 그 사회에서 재력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영향력 있는 아빠 Baba와 노예인 하자라 족 Ali와 그의 아들 Hassan과 함께 Kabul에서 살고 있다. Amir의 엄마는 자신을 낳으면서 죽었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원죄 의식을 가지고 산다. Baba의 아빠, 즉 Amir의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부터 함께 살았던 Ali는 소아마비를 알아서 한쪽 다리를 절며, 그 아내는 아들인 언청이인 Hassan을 낳자마자 집을 나간다. 이렇게 이 Kabul 유년기 때 함께 살던 네 명의 인물은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이 있다.

Amir는 원죄 말고도 또하나의 상처가 있는데, 그것은 아빠가 도무지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그 이유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소설 끝 부분에 이유가 나옴) 무엇을 해도, 어떤 일을 해도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떳떳해하지 않는 아빠. 자신 보다 오히려 종인 Hassan에게 더 관심을 주는 아빠의 무관심은 그 아이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되었다. Hassan은 어찌보면 예수님과도 같은 캐릭터이다. 모든 아픔을 다 감내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주인인 Baba와 Amir에게 충성을 다하는 그런 순하고 올곧은 양과도 같은 캐릭터이다. 이 둘은 언덕의 석류 나무 아래에서 함께 뒹굴며 놀고, Amir가 자신이 쓴 글과, 책을 읽어줄 때면 너무나도 행복해 하는 그런 소년이다.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9%를 차지한다는 Hazara 족은 외관상으로 보기에도 chinese doll 같은, 그러니깐 몽골족 처럼 얼굴이 평평한 눈에 띄는 존재들로, 주류 세력들에 의해서 지배를 받고 있는 인종이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이며, 비주류인 Hassan은 Amir에게는 떳떳하게 내놓고 친하게 지낼 수 없는 비밀 친구와도 같은 셈이다.

문제의 사건은 일년에 한 번 열린다는 연날리기 대회 날에 벌어진다. 아프가니스탄 전통 놀이 중 하나인 이 연날리기 대회는 모든 연을 끊고 마지막까지 하늘에 연을 날리고 있는 소년이 우승을 거머쥐며, 결승에 올라간 연 두개의 경합이 끝나고 준우승한 연을 줍는 자가 final 영광을 안게 되는 그런 대회이다. Amir와 Hassan은 환상의 연날리기 작이다. 연을 날리느라 피가 철철나는 손을 아랑곳 하지 않고 이 둘은 결국 결승에서 우승을 하고, Hassan은 주인님을 위해 준우승한 연을 잡기 위해 뛰어 나간다. 하지만, 연을 찾으러 간 Hassan은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늦어지자 연날리기 대회에 참석했던 아이들은 하나 둘 돌아가고 날도 어둑어둑해진다. 마음이 조급해진 Amir는 Hassan을 찾으러 백방으로 돌아다니며 찾는다. 그러다가 너무나도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Hazara 족을 경멸하는 백인 혼혈인인 Assef가 Hassan에게 준우승한 연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한다. 주인인 Amir에게 줄 연, Amir가 우승에 준우승한 연까지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Baba에게 인정을 받을 그 증표인 연을 Hassan은 내놓을 리가 없다. 이에 Assef와 일당은 Hassan을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Amir는 목격하고 만다. 자신을 위해 늘 모든 것을 내놓았던 Hassan이 그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얼어 붙은 듯이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던 Amir. 피로 얼룩진 Hassan의 바지. Hassan은 이후 Amir에게 연을 넘기고, Amir는 상처뿐인 영광을 얻게 된다. 우승에 준우승 연까지 손에 넣은 대단한 Amir. 모든 이들, 자신에게 무관심하기 그지 없었던 아버지 조차도 생애 처음으로 자신을 바라봐 준다.

하지만 Amir는 알고 있다. 그 영광이, 그 관심이 사실은 Hassan의 희생 덕분이었음을. 이 죄책감은 Amir로 Hassan을 마음으로부터 밀어내게 한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내 죄책감을 불러 일으키는 Hassan. 그토록 얻고 싶었던 놓치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사랑과 마찰을 일으키게 하는 그 죄책감. 어린 Amir가 취한 방법은 끔찍하게도 Hassan을 도둑으로 몰아서 집으로 쫓아내는 것!

그렇게 Amir의 유년기는 하늘 높이 떠올랐던 연이 줄이 끊어져 땅으로 곤두박질 치듯 끝나버리고 만다. 평생의 친구였던 Hassan. 모든 것을 내놓았고, 주었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를 내쳐버린 그 끔찍한 죄책감. 그 죄책감은 Amir를 평생동안 죄의 굴레에 가둬 놓는다.

이후 Kabul은 소련의 침공으로 살기 위험한 도시가 되고, 재력가인 아빠와 함께 미국으로 도피를 한다. (사실 Hassan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너무나도 커서 Hassan과 무관한 삶을 살던 시기인 미국 시절 이야기는 조금 지루했다.) 그곳에서 그다지 이상적이지 않은 그저 그런 이민 생활을 하고, 또 상처가 있는 아내 Soraya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 아버지는 암으로 돌아가시고 15년 후. Kabul에서 전화가 한 통 온다.

전화는 파키스탄으로 이동한 아버지의 유일한 친구이자, 아버지 보다 더 아버지 역할을 해준 Rahim Khan의 전화. '이쪽으로 나를 보러 올 수 없겠니. There is a way to be good again' (이 부분이 소설의 시작. 이후 회상) 다시 착해질 방법이 있단다. 자신 평생에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죄책감을 안고 살아온 Amir. 오랫동안 기억의 저편으로 묻어두었던 Hassan, Ali, Kabul에서의 삶.

그는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서 죽어가는 Rahim Kahn과 해후를 하고, Hassan의 아들을 Taliban의 손아귀에서 구출해 오면서 평생의 죄책감을 결국 떨쳐낸다. (Hassan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들인 Sohrab을 왜 구출하기로 결심했는지, Sohrab이 일으킨 또다른 문제 등은 스포일러. ㅎ) 불임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Amir 부부는 Hassan의 아들인 Sohrab을 양자로 입양하고 함께 미국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이들은 오래오래 행복했을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나는 참 인상적이었는데 본문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In Afghanistan, the ending was all that mattered. ... wanted to know was this: Did the Girl in the film find happiness? Did the bacheh film, the Guy in the film, become kamyab and fulfill his dreams, or was he nah-kam, doomed to wallow in failure? Was there happpiness at the end, they wanted to know.

If someone were to ask me today whether the story of Hassan, Sohrab, and me ends with happiness, I wouldn't know what to say. Does anybody's? After all, life is not a Hindi movie.
자살 소동 이후 말이 없어진 그림자와 같은 삶을 사는 Sohrab과 연을 날리면서 끝나는 이 소설책. 개인의 삶과 아프가니스탄의 상처뿐인 역사. 그 상처를 고스란히 삶에서 겪어나가는 인물들. 그저 미국으로 건너가 행복했습니다.하고 끝을 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 있다. 땅에서의 인간의 삶은 그렇게 이상적이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것임을. 상처가 있으면 그 상처를 안고, 털어버릴 용기가 있으면 용기를 내어 맞서 싸우고, 그렇게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또한 삶임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하나의 소설을 통해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렇게 널리널리 전파한 것만으로도 나는 이 작가를 국가에서 상을 줘야하는 대단한 애국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문학의 역할. 개인적인 감동을 넘어서 사회를 향한 시각을 열고, 의식을 가지게 하는 그런 문학. 완벽한 짜임새와 숨막히는 반전들, 어느것 하나 소홀하게 다루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대단한 작품. 책을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정말 멋진 작품이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머리 속에 내가 만들어 낸 상상의 Amir와 Hassan과 그 유년기의 따스했던 시절의 감동이 사라질 때 쯤 그 때가 되어서 영화를 한 번 봐야겠다. 아직까지는 그 여운을 상상 속에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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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iers : The Story of Success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말콤 글래드웰 지음 / Little Brown and Company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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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탁월한 이야기꾼 말콤 글래드웰의 최신작. Outlier. 기초통계를 배운 사람이면 한번씩 접해봤을 용어
아웃라이어. 번역을 이상치라고 하던가. 이상한 샘플. 인간 사회에서는 천재 또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천재지변에 관한 얘기라고 보면 된다. 통계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웃라이어를 책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고만고만한 무리 속의 하나가 아닌 툭 튀어나온 exceptional case를 지칭하는 것으로
즉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표본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은 딱 한가지다. 그 한가지를 350p가 넘는 페이지에 9개의 상세한 사례를 들어
서 설명하는 그것도 진부하다는 느낌 없이, 매 이야기에마다 뭔가 모를 꿈틀거리는 통찰을 주면서
풀어나가는 말콤은 진정 탁월한 이야기꾼임에 틀림없다.
 

이 책이 계속 계속,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 계속 얘기한다는 딱한가지라 함은 모든 사건은 맥락 속에
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천재는 자신의 천재성만 가지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천재지변은 한 사람의
개인적인 실수와 불찰로 인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 맥락이라는 걸
말콤은 기회(Opportunity)와 유산(Legacy) 두 가지로 풀어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현재의 천재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베이비붐 시절에 태어난 아이들은
숱하게 많은 또래들과 경쟁할 수 밖에 없었지만, 베이붐이 지나가고 출산유일 급격히 저하되던 세계공
황 시기의 아이들은 그 이전 세대들 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 속에서 자라났고, 이 시기 사람들이 세계
10대 부자들 리스트에서 majority를 차지하는 것은 따라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또는 빌리 조이(만 시간의 법칙!), 그리고 유태인 때부자들 같은 이들도 그들이 태어난
시기와 장소, 그리고 주어진 기회의 산물인 것이다.
 

켄터키주의 끊임 없는 유혈 사태도, 최악의 비행기 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93년 대한항공 괌 사건도,
뉴욕 할렘가의 계속 악순환되는 빈곤 문제도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적, 지리적 유산의 산물인
것이다. Part 1이 한 개인에게 부여된 기회를 설명하는 반면, Part 2는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사회적
기회, 사회적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특히 대한항공 참사를 다룬 챕터 7은 아무래도 우리 나라에
관한 얘기다보니 더 새롭게 느껴졌는데, 참사의 원인을 Power-Distance Index 문제로 풀었다.
즉 우리 나라에 팽배해 있는 위계 질서, 상하관계, 윗사람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의식이 결국은
참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사건은 이렇다. 기장이 늦은 밤 폭풍우가 치는 구름을 뚫고 괌 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한다. 비바람이 심하게 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장의 눈에는 반짝하는
불빛이 포착된다. 기장은 그것을 활주로로 굳게 믿고 직하강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것은 활주로가
아니었고, 니미츠 힐이었다. 그대로 비행기는 몸체를 땅에 박고 불에 탔고, 2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이 그 자리에서 죽었다. first officer와 engineer는 기장이 명백하게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음
에도 잘못됐다는 얘기를 못하고 단지 간접적인 의견 표시 밖에 못했다는 것이 블랙 박스를 통해 밝혀
졌다. 상관의 선택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챕터를 읽기는 많이 고통스러웠다.대한항공 스토리 말고도, 콜롬비아 사고 이야기도, 부모의
양육 방식에 대해 다룬 챕터에서도. 나라면 달랐을까. 나라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적, 사회적,
교육적 맥락들을 모두 끊고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실패를 극복한 케이스를 이토록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말콤이 하고자 하는 말은
앞서 얘기했듯이 모두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얘기하지 않은 것이 하나가 더
있다. 바로 그 모든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 다는 것이며, 좋은 유산을 제도적으로 시행하여
제2, 제3의 빌 게이츠와 조 플럼과 같은 아웃라이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참으로 진부한 얘기인데, 푹 빠져서 읽었다. 이 책은 주 메시지 외에도 다양한 지적인 요깃
거리를 제공하는데, 아시아의 Rice Paddy 이야기도, 그것을 이용하여 빈곤층 아동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KIPP 학교 이야기도, 아이스 하키 팀에 1월 생이 많다는 이야기도 각 챕터마다 몰랐던 신기한
얘기들이 가득하여서 결코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원서로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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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탁월한 이야기꾼 말콤 글래드웰의 최신작. Outlier. 기초통계를 배운 사람이면 한번씩 접해봤을 용어
아웃라이어. 번역을 이상치라고 하던가. 이상한 샘플. 인간 사회에서는 천재 또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천재지변에 관한 얘기라고 보면 된다. 통계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웃라이어를 책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고만고만한 무리 속의 하나가 아닌 툭 튀어나온 exceptional case를 지칭하는 것으로
즉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표본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은 딱 한가지다. 그 한가지를 350p가 넘는 페이지에 9개의 상세한 사례를 들어
서 설명하는 그것도 진부하다는 느낌 없이, 매 이야기에마다 뭔가 모를 꿈틀거리는 통찰을 주면서
풀어나가는 말콤은 진정 탁월한 이야기꾼임에 틀림없다.
 

이 책이 계속 계속,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 계속 얘기한다는 딱한가지라 함은 모든 사건은 맥락 속에
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천재는 자신의 천재성만 가지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천재지변은 한 사람의
개인적인 실수와 불찰로 인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 맥락이라는 걸
말콤은 기회(Opportunity)와 유산(Legacy) 두 가지로 풀어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현재의 천재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베이비붐 시절에 태어난 아이들은
숱하게 많은 또래들과 경쟁할 수 밖에 없었지만, 베이붐이 지나가고 출산유일 급격히 저하되던 세계공
황 시기의 아이들은 그 이전 세대들 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 속에서 자라났고, 이 시기 사람들이 세계
10대 부자들 리스트에서 majority를 차지하는 것은 따라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또는 빌리 조이(만 시간의 법칙!), 그리고 유태인 때부자들 같은 이들도 그들이 태어난
시기와 장소, 그리고 주어진 기회의 산물인 것이다.
 

켄터키주의 끊임 없는 유혈 사태도, 최악의 비행기 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93년 대한항공 괌 사건도,
뉴욕 할렘가의 계속 악순환되는 빈곤 문제도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적, 지리적 유산의 산물인
것이다. Part 1이 한 개인에게 부여된 기회를 설명하는 반면, Part 2는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사회적
기회, 사회적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특히 대한항공 참사를 다룬 챕터 7은 아무래도 우리 나라에
관한 얘기다보니 더 새롭게 느껴졌는데, 참사의 원인을 Power-Distance Index 문제로 풀었다.
즉 우리 나라에 팽배해 있는 위계 질서, 상하관계, 윗사람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의식이 결국은
참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사건은 이렇다. 기장이 늦은 밤 폭풍우가 치는 구름을 뚫고 괌 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한다. 비바람이 심하게 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장의 눈에는 반짝하는
불빛이 포착된다. 기장은 그것을 활주로로 굳게 믿고 직하강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것은 활주로가
아니었고, 니미츠 힐이었다. 그대로 비행기는 몸체를 땅에 박고 불에 탔고, 2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이 그 자리에서 죽었다. first officer와 engineer는 기장이 명백하게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음
에도 잘못됐다는 얘기를 못하고 단지 간접적인 의견 표시 밖에 못했다는 것이 블랙 박스를 통해 밝혀
졌다. 상관의 선택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챕터를 읽기는 많이 고통스러웠다.대한항공 스토리 말고도, 콜롬비아 사고 이야기도, 부모의
양육 방식에 대해 다룬 챕터에서도. 나라면 달랐을까. 나라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적, 사회적,
교육적 맥락들을 모두 끊고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실패를 극복한 케이스를 이토록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말콤이 하고자 하는 말은
앞서 얘기했듯이 모두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얘기하지 않은 것이 하나가 더
있다. 바로 그 모든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 다는 것이며, 좋은 유산을 제도적으로 시행하여
제2, 제3의 빌 게이츠와 조 플럼과 같은 아웃라이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참으로 진부한 얘기인데, 푹 빠져서 읽었다. 이 책은 주 메시지 외에도 다양한 지적인 요깃
거리를 제공하는데, 아시아의 Rice Paddy 이야기도, 그것을 이용하여 빈곤층 아동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KIPP 학교 이야기도, 아이스 하키 팀에 1월 생이 많다는 이야기도 각 챕터마다 몰랐던 신기한
얘기들이 가득하여서 결코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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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Design Power -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
손혜원 지음 / 해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터 였지. 아마도 대학원 시절 연구실 앞에 놓여있던 잡지 서가에서 DESIGN 잡지를
매달 보면서부터 였을 것이다. 그 잡지에서 다양한 BI, CI를 볼 수 있었고, 각 Identity를 개발
해 내기 위해 애쓴 디자이너, 네이미스트, 광고 업계 사람들의 노고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마주할 때 마다 참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세상이 점차로 드러나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어쩌면 광고나 브랜딩이 폄하될
수도 있겠으나, 무엇을 드러내 보일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놓힐 수 없는 것이 물건,
사물, 회사의 본질이며 그 본질을 캐어 내는 작업은 어떤 작업 못지 않게 대단한 일인걸. 뭐
회사에서는 당연히 물건을 더 많이 팔려는 의도를 가지고 브랜딩 작업을 한다마는. 

이 책은 크로스포인트 손혜원 사장이 성공시킨 다양한 브랜딩 사례들을 브랜딩의 본질 및
이론에 접합하여 소개한 책이다. 그동안 그저 '좋아보여서' 집었던 많은 상품들이 어떻게
나오게 된 물건들인지, 왜 회사들이 많은 돈을 들여서 CI, BI renewal 작업을 하는지 살짝
들여다 볼 수 있고, 우리가 대하는 BI가 채택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후보안이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라졌는지, 살아남는 것의 조건이 결국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이미지에 현혹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이미지를 누릴 수는 있어야 하겠고,
이미지가 표상하는 본질을 보는 예리한 눈을 잃어서는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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