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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the Great World Spin (Paperback)
McCann, Colum 지음 / Random House Inc / 2009년 12월
평점 :
01
한달 동안의 기나긴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네요. 초반에는 매번 다른 얘기에 어리둥절. 거친 언니들과 밑바닥 얘기에 흠칫. 도무지 적응이 안될 것 같던 책이었는데. 후반에 가서는 그 매력에 (100%는 아니고)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매우 홀가분 하면서도 왠지 모를 묵직함 또한 남네요.
02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랏' 이 동요 다 아시죠. 작가는 WTC 와이어 횡단 사건이 일어난 그 날을 기준으로 시간을 멈추고,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풀어냈어요.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알지 못했던 관계와 공통분모들이 눈에 들어오고, 각자의 말 못할 아픈 사연들이 나타나요. 사건이 일어난 후 긴 시간이 지나 현재(미래)를 들여다 보면 결코 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이들간에 관계가 형성 되어 있음 또한 보게 되구요.
거친 언니들, 성직자, 간호사, 판사, 예술가, 해커, 흑인 밑바닥 계층, 상류층 부인 등. 작가가 시간을 축으로 잘라서 사건을 진행 시켜 가지만, 그 안에서 하위 계층에서 상위 계층까지 계층 역시 축으로 잘라서 각각의 계급의 얽히고 설킴을 보여 주네요. 한 도시의 종단적, 횡단적 하루를 in-depth 스터디 한 느낌이랄까요.
03
작가는 어떠한 인간도 비난하지 않아요. 각 챕터의 화자를 달리 설정함으로써 원서 읽는 독자를 불편하게도 만들었지만, 다양한 집단의 입장에 서 보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부여한 것 같아요. 반면 작가는 국가나 거대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에요. 시스템에 저항할 수 없고, 국가적인 전쟁 상황에서 자유할 수 없거든요. 그렇다면 작가는 거대한 지구와도 같은 시스템이 개인을 압도한다고 보고 있는 걸까요?
04
그렇기에 거대한 지구, 거대한 신앙과 계급적 굴레, 그리고 주어진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요. 코리건은 신앙과 욕망의 경계에서 고통 당하다가 끝내 운명에 굴복 당했고, 베트남전 참전 용사를 아들로 둔 엄마들은 모임을 결성해서 치유해 보고자 노력도 하지만 실패해요. 틸리는 자신의 인생의 종지부를 스로 찍음으로써 손주들의 운명을 바꾸려 했구요.
이들을 생각하면 결국 거대한 지구를 개인이 초월할 수 없는 것인가 싶지만, 불가능한 관계를 맺어가고, 불행한 상황에서 가능성을 싹틔우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도 해요.
원수인 라라를 사랑한 키아란, 고아(틸리의 손주들)와 과부(클레어)를 사랑한 글로리아. 이들이야말로 적극적으로 불행을 '사랑'으로 극복하고 거대한 운명에 맞서 자신의 인생의 그림을 완성한 이들이 아닐런지. 그래서 지구에 맞서는 방법, 돌아가는 지구를 인정하면서도 거기에 굴복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지.
05
솔로몬이 '자유'와 '무모함'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서 언급하는 말이 나와요. 내 자유가 자칫하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 무모함이 되버린다구요. 우리 역시 아슬아슬한 줄 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줄을 아예 건널 생각 조차 하지 않지요. 하지만 누군가는 그 위험한 줄 위에서 춤을 춥니다. 위험하고 손해볼 거라서 결코 하지 않을 일. 원수를 사랑하고. 손해인 약자를 돌보는 일. 하지만 그런 일을 할 때 줄타는 남자가 느꼈던 그 진정한 자유함을, 인생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것인 사랑이로군요. 오늘을, 어제와 내일을. 내 위의 사람과 아래의 사람을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불가능한 줄 위에서의 춤을 춥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