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자객(刺客)
뱀눈의 남자는
암만 봐도 무서워
겁먹지 않은 것처럼
짐짓 태연한 척하지만
결국 눈을 떠버리지
하루 종일 꾸물거리는
흐린 날 하수구로
시어진 포도주 냄새가
올라와 나는 그걸 죽음의
냄새라고 생각해
이 집으로 이사 오고
그 이듬해, 윗층의
젊은 아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아주
오래전 일이야 어떤
죽음은 기억의 둥지에
철끈을 매고 기다리지
할머니는 나쁜 꿈을 꾸면
액운을 내어 쫓는다며
새벽 마당 바닥에
날이 반듯하게 선 칼을
세게 내려치곤 했지
나에게는 잘 들지 않는
칼이 세 자루 있을 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뱀눈의
남자와 싸우는 수밖에 없겠어
사박사박 숫돌에 칼을 갈고
꿈으로 길을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