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自敍傳)


재미없는 인생이야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래
진실과 거짓의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무언가를
써야 하지 솔직하게 쓰자는
마음가짐은 무익해

그런데 쓰고 싶은 이야기가
딱히 없거든 글 쓰는 사람이
뭐 팔아먹을 이야깃거리
하나쯤 있어야 하는데

쇠고기의 양지머리처럼
뭉근히 우려내어서 국을
끓일 수도 없고 참으로
인생이란 우습고도
눈물이 나 찔끔

예정된 죽음의 시간
또박또박 내게로 걸어오지
꼬깃꼬깃 구겨진 마음
잊어버리자 되뇌지만
꼭 만나야 하는 너처럼
그 순간이 오고야 말 테지

문이 열린 차의 조수석
늙고 아픈 노인은 입을
벌리고 단잠에 빠져 있어
건너편의 놀이터에는
분홍색 옷을 입은
조그만 아이가 엄마를
향해 웃으며 달려가

봄의 마지막 날
포플러 나무의
휘어지는 손짓
자서전의 가운데
페이지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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