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의 여자
다섯 명의 여자가 지나갑니다
수인(囚人)처럼 줄줄이 하지만,
손은 묶여있지 않아요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어두워서 얼굴을 볼 수는 없어요
먹빛으로 떨어지는 슬픔의 죄
아주 오랫동안 꿈을 기록하고 연구했어요
아, 꿈 같은 거 믿지 않으신다구요?
그렇군요, 예전에 나도 그랬답니다
그런데, 이게 한 번 두 번 뭔가 맞아떨어지면
믿음이 생깁니다 말하자면 오래된 미래의 목소리
나보다 먼저 미래를 살아본 이가 알려주는
뭐, 그렇다고 예정된 불운을 막아낼 수는 없죠
끈적거리는 모래바람처럼
눈꺼풀을 닫고, 입술을 뜯어내며,
아픈 부스럼을 퍼뜨리며
나는 네 귀퉁이가 닳아버린, 두꺼운 꿈의 공책에
다섯 명의 여자를 천천히, 언제나 만년필로
목소리가 그물을 가만히 찢고
자신의 입으로 말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