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네 아빠는 명이 짧았지 그렇게 일찍 갈 게 뭐냐
엄마는 납골당에 올 때마다 그 말을 한다

남자는 납골당에 들어서자마자 처절하고 격렬한
울음을 쏟아내었다 나는 남자가 편하게 울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단 5분 만에 울음을
그치고 편안해진 얼굴로 납골당을 떠났다 아마도
그의 눈물이 짜디짜질 때쯤,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스물셋 나이의 아가씨는 엄마와 함께 그곳에 잠들어 있다
엄마가 먼저 떠난 길을 한 달 후에 딸이 따라갔다
그곳에서 엄마와 함께 잘 지내렴
나는 위패(位牌)에 적힌 글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보았다
이제 홀로 남은 그가 잘 살아주길 바라면서

비쩍 마른 몸으로 흔들흔들 그네를 타던 아빠를 기억한다
아빠는 소설을 하나 쓰고 싶어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나는 영화를 한 편 찍고 싶었지만 여적지 아무것도 찍지 못했다

쓰여지지 않은 이야기를 생각한다 어떤 인생의 이야기는
속으로 삼켜질 뿐이고 옷장 속에서 미소를 짓는 해골처럼
나는 옷장문을 열었다가 가만히 도로 닫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