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윈의 진화론을 버려야만 하는 이유
진화론이라는 장벽에 막혀 침묵하고 있던 20세기 위대한 과학적 성과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때가 곧 올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획기적인 이론이었다. ‘모든 생물 종이 환경에 따라 적합한 기능과 형태로 진화한 결과 오늘에 이르렀다’는 진화론은 창조주가 며칠 만에 모든 생물 종을 창조했다는 설명에 비해 얼마나 명쾌한가. 그러나 정말로 명쾌한가? 창조론에 비해서는 명쾌하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볼 때도 그런가?
20세기 말부터 생명과학, 신유전학, 고고학, 지질학 등의 과학 분야는 가히 혁명이라 할 만한 눈부신 업적을 이루어냈다. 각기 다른 이들이 과학 분야에서 얻어낸 결과물들은 서로가 서로를 증명해 주며 일맥상통하는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된다. 그러고는 곧 하나의 장벽에 가로막힌다. 바로 진화론이라는 장벽이다!
이 책에서 제임스 르 파누는 인간 존재의 깊은 신비를 파고드는 과학의 힘과 한계를 흥미롭게 탐구하면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래로 정설처럼 떠받들어진 확신, 즉 인간이 물질주의적 진화 과정의 우연한 결과에 불과하다는 확신에 의문을 던진다.
이 도전은 진화론을 명확하게 입증해 줄 것으로 예상되었던 두 가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놀라운 성과이다. 이 연구는 본래 인간과 다른 영장류를 구별하는 유전적인 근거를 찾아낼 것으로 예상되었다. 두 번째는 두뇌 영상 연구 분야의 놀라운 발전이다. 두뇌 영상 연구를 통해서 ‘활동 중인’ 두뇌를 관찰하고 인간 정신의 놀라운 특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이 연구들은 이중 나선구조에 늘어선 단순한 유전자가 어떻게 생명체의 무한한 다양성을 발생시키는지, 아울러 두뇌의 전기자극이 어떻게 인간 정신의 창조성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끝이 났다. 이 말은 우리가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인 우리의 유전자와 두뇌로부터 인간 경험의 경이로움을 추론하기에는 과학 이론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우리는 인간 이해에 관한 지식의 획기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다윈의 물질주의적 진화론이 쇠퇴하는 것을 목격하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존재한다’는 서구 철학의 핵심적인 전제를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인간 과학에 관해 설득력 있고 도발적인 비전을 명쾌하고, 강력하고,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다.
<책목차>
서 문 인간의 신비
제1장 과학, 승리의 문턱에 서다
제2장 인간의 발달: 두 개의 수수께끼
제3장 과학의 한계 1: 비실제적인 우주
제4장 ‘모든 것을 설명하는 (진화론적) 논리’: 확실성
제5장 ‘모든 것을 설명하는 (진화론적) 논리’: 의심
제6장 과학의 한계 2: 파헤칠 수 없는 인간유전자
제7장 인간의 몰락: 2막으로 된 비극
제8장 과학의 한계 3: 측정 불가능한 두뇌
제9장 침묵
제10장 인간을 다시 좌대에 올려놓다
<책본문>
1,500만 년이 다시 지난 후, 다음 단계는 5억 년 전, 생물종의 폭발적인 확장이 일어난 캄브리아기이다. 이 시기에 출현한 ‘다세포’ 생물은 몇 가지 독특한 신체구조와 함께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를 갖고 있었다. 가령, 주변세계를 인식하는 시각과 청각기관, 소화계와 순환계, 재생산을 위한 성기관 등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한 유기체의 복잡성은 당연히 유전자의 복잡성을 엄청나게 증가시키게 된다. 시력이 없는 1밀리미터 길이의 선형동물인 씨 엘레간스C. Elegans의 세포는 총 959개이며, 유전자 수는 19,100개이다. 따라서 이보다 엄청나게 더 많은 기능(눈, 날개, 다리, 기억 및 구애 능력)을 지닌 파리는 13,600개의 유전자를 가졌고, 반면 우리 인간과 영장류, 쥐가 약 25,000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이것은 인간의 두뇌가 100억 개의 신경세포를 가졌다는 사실을 설명하기엔 불충분한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은 더욱더 놀라운 일이다.
유전자의 모습에서 드러나듯이, 이와 같이 간단한 생명 진화의 역사는 유전자의 수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박테리아에서 효모, 파리, 벌레, 쥐, 인간으로) 경향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그러나 생물의 역사는 유전자 입력 정보의 지속적인 증가를 배후에서 만들어내는 힘에 대한, 그리고 어떻게 유전자들이 생물들을 쉽게 구별하는 특징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어떤 것도 암시해 주지 않는다. 이들의 유전자를 비롯하여 인간과 지구를 공유하는 모든 생물의 유전자는, 모든 생물에 공통적이며, 그로부터 모든 생명체가 형성되는 동일한 ‘생산물질’ 또는 세포의 부분을 나타내는 암호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수십억 년 동안 변하지 않았으며, 박테리아에서 발견되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박테리아는 생명을 유지시키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인간과) 동일한 효소를 이용하여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파리, 쥐와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 왜냐하면, 이 동물들의 ‘신체조직 관리방법’이 인간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들도 역시 헤모글로빈을 이용하여 산소를 폐에서 신체조직으로 수송하고, 인슐린을 이용하여 혈액 속의 당 공급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생식호르몬을 이용하여 번식하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생물들에 비해 그에 관여하는 유전자 수가 적고, 각 생물의 유전자가 아주 비슷하다는 난제는 적어도 지금 수준에서는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물들은 어떻게 하여 서로 뚜렷하게 구별되게 된 것일까?
앞에서 다룬 ‘조절’ 또는 명령 유전자의 의미는, 전체 유전자 중 일부분(약 2%)에 지나지 않지만, 일반적인 ‘유전자 상자gene kit’에서 파리의 더듬이, 다리, 날개를 발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그것들을 발견할 때의 위안은 얼마 가지 못했다. 파리를 파리가 되게 만드는 동일한 조절 유전자가 쥐를 쥐로 만든다는 사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수수께끼의 의미는 파리와 쥐의 눈을 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의 눈은 아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쥐의 눈은 (인간의 눈과 마찬가지로) 카메라와 같다. 이와 달리, 파리의 눈은 ‘겹눈’이며 다른 각도의 수십 개의 렌즈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팍스Pax 6라는 동일한 ‘조절’ 유전자가 두 가지 눈(사실은 모든 눈)을 만든다.
아주 다른 형태의 눈을 만들 때 동일한 팍스 6가 명령하는 힘은 생물학 역사상 가장 놀라운 두 가지 실험을 통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배아단계의 파리의 여러 신체조직에 포함된 팍스 6를 교묘하게 활...성화시켜 파리의 날개, 다리, 다른 신체 부분에 눈이 생기게 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도 앞의 실험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쥐에게 카메라 형태의 눈이 생기게 하는 유전자를 주입하였다. 그 결과, 파리 배아에는 파리의 눈과 같은 겹눈이 하나 더 생겼다. 다리에 대해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파리의 다리 형성을 조절하는 동일한 유전자는 역시 갑각류, 거미, 지네, 닭의 다리를 형성한다. 심장에 대해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혹자는 어떻게 동일한 ‘조절 스위치’가 일반적인 유전자 상자에 담긴 수천 개의 유전자를 조절하여 그렇게 다양한 신체구조를 각 생물에 맞게 만들 수 있는가 하고 물을 것이다. 가령, 여기에는 겹눈, 저기에는 카메라 눈, 여기에는 거미의 다리, 저기에는 가재의 집게발, 여기에는 파리의 심장, 저기에는 인간의 심장을 만든다. 일반적인 설명은 ‘조절 유전자’가 일반적인 유전자 상자에 들어 있는 유전자를 다른 순서로, 다른 시간에 ‘켰다가 끔’으로써 다른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본문중에서)
<저자, 역자>
저자 : 제임스 르 파누
영국의 의사이자 저술가인 제임스 르 파누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1974년 왕립 런던 병원에서 일했으며, [영국 의학지], [랜싯], [왕립의학협회지]에 글을 발표했다. 1992년부터는 [선데이],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칼럼을 기고해 왔으며, [스펙테이터], [뉴스테이츠먼], [뉴 사이언티스트], [지큐]를 비롯한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해 왔다. 저서로는 [가슴 아픈 일: 건강 다이어트의 오류Eat your Heart out: The Fallacy of the Healthy Diet], [로스엔젤레스 타임즈] 도서상을 수상한 [현대의학의 역사-페니실린에서 비아그라까지The Rise and Fall of Modern Medicine]가 있다.
역자 : 안종희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와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근무했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바른번역(주)의 번역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마음의 습관], [세컨드 마일], [평화 만들기], [달러의 몰락]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