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된 여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1503~1506년경, 캔버스에 유채, 77㎝×53㎝,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
아름다운 미소가 눈과 입에 머물며 몸속에 있던 숙녀의 영혼을 발코니로 불러낸다
숙녀는 베일에 싸인 듯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모나리자>를 둘러싼 그림의 주인공에 대한 미스터리는 사라졌다. <모나리자>의 주인공은 리사 게라르디니로 그녀는 1479년 6월 15일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가문은 토스카나 지주로 오랜 권세를 누렸으나 가세가 점차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1494년 3월 5일 리사는 비단 장사를 하며 신흥 지주로 떠오른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와 결혼했다.
프란체스코와 친분이 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아버지 세르 피에로 다 빈치가 결혼의 증인이 되었고 죽기 2년 전인 1537년 유언장을 작성했는데 거기에 '아내 모나리자를 향한 애정과 사랑을 담은 유언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항상 기품을 잃지 않으며 충실한 아내였던 모나리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남긴다'고 적었다.
리사는 임신한 상태로 초상화의 모델이 되었으며 그녀의 임신과 작품이 완성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다 빈치는 워낙 작업 속도가 느린 화가였고 살아 있는 동안 이 작품을 완성시키지 못했다.
사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피렌체의 평범한 부르주아 여성의 초상화가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작품이 되었느냐는 것이다. 이는 다 빈치가 보통의 초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초상화의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서게 했다는 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모나리자>는 초상화라는 면에서만 봐도 매우 혁신적인 작품이다. 그림 속의 그녀는 상당히 높은 곳에 있는 발코니에 앉아 관객을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 미소는 그녀 이름의 상징인 '라 조콘다'(La Gioconda, 상냥한 사람)를 대변한다. 모나리자의 눈빛 역시 당대에 볼 수 없는 매우 무례하고 대담한 형태이다. 이러한 눈빛은 다 빈치가 그린 초기 초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아마도 <모나리자>는 사적인 작업이라서 이런 혁신적인 방식을 적용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나리자>가 가진 특별함은 형식의 새로움과 감정적 참신함을 초월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시에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숙녀'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 작품을 보고 단테는 이런 기록을 남겼다.
우리의 영혼은 크게 두 곳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영혼의 세 가지 본성이 모이는 장소로 바로 눈과 입이다…….
아름다운 미소가 눈과 입에 머물며 몸속에 있던 숙녀의 영혼을 발코니로 불러낸다.
숙녀는 베일에 싸인 듯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다빈치는 색과 색, 형체와 형체 사이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구분 짓지 않고 부드럽게 변해 가도록 처리하는 회화 기법인 스푸마토를 도입했다. 극적인 결과를 창출한 스푸마토 덕분에 모나리자의 미소는 신비롭고 부드럽다.
대부분의 초상화가 그렇듯이 모나리자의 눈 또한 감상자를 곧장 돌아보고는 움직이는 감상자를 줄곧 뒤쫓는 듯하다. 다빈치는 왼쪽 눈은 감상자를 정면으로 향하고 오른쪽 눈은 한쪽으로 살짝 치우치게 함으로써 이런 환영을 만들어 냈다.
단테가 묘사한 것처럼 베일에 가려진 영혼의 초상화는 다 빈치가 정확히 의도한 것이다. 그는 염료로 섬세한 층을 만들었고 그 위에 유약을 덧발라 베일에 싸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림의 선명한 윤곽을 찾으려 하다가 모나리자의 은은한 미소와 표정에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그래서 우리는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모나리자>가 바라는 대로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