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중 처세어록 - 경박한 세상을 나무라는 매운 가르침 푸르메 어록
정민 지음 / 푸르메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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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자 출신이라 벼슬도 한계가 있었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닦는 전통적 사상은 벼슬길 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듯하다. 현대인들이 성취라는 개념을 가지고 재단을 하는데서 자칫 이런 글들은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게 아닌가 생각케 한다.

정민 선생의 글들은 참으로 소박하고 간결하며 이해하는 노력 없이도 쉽게

가슴에 잘 닿는 글들이다. 그런 글빨은 아무런 수련의 노력 없이 생기는 것은 아니리라.

매 성어 하나 하나 마다 그 글귀의 어원들 하나 하나가 전혀 들어 보지도 못하고, 서점을 통해 검색을 해도 노출되지 않는 출전이라 학자의 내공 세계가 얼마가 깊을지 쉬 가늠이 되지 않으니, 읽어 가면서도 감탄의 경지가 저절로 교만의 싹을 수그러들게 하고도 남는다.

원문의 내용보다 해설이 없었다면 책은 접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 그 해석적 설명과 풀이가 훨씬 인상에 남아 몇 가지만 올려본다.

역시 삶의 여명기는 이러한 수양의 경지에서 고전 읽기로 마감해 나가는 맛이 최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고질적으로 여겨지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 관련 약을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그럴때마다 백신을 맞으러 가고 채혈하러 다니는 병원의 간호사들이

살짝 놀란다. 그런데도 잠은 새벽 3시 넘으면 한번씩 꼭 깨어지니, 억지로라도 잠의 시간수를 채우려는 생각에서 이제는 그냥 거실의 불을 켜고 조간 신문과 더불어 두시간 정도의 독서를 하는게 익숙해져 그 장점의 맛을 느끼기 시작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언젠가는 종전처럼 5시반 기상이 되겠지 라는 희망과 함께, 아무런 기척 조차 없는 새벽 녘 독서의 맛에 보태져 열심히 밑줄도 긋고 별 표시도 하며, 포스트잇을 잘라 상단에 붙혀 놓는 작업을 한다. 이제 주문한 또 하나의 책이 오면 이 많은 책을 누구에게 물려 줄까를 생각할 때 오는 공허함도 해소 되리라 여기면서 말이다.

R&D도 중요하지만 일본 근대화의 밑바탕에 깔린 번역의 근대화처럼, 고전 번역를 통한 인문적 영감도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한소절의 영감에서 위대한 발멍을 할 수 있듯이, - 마치 사과 하나 떨어진 데서 법칙이 발견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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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한동일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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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유교적 격언이나 로마 시대의 격언이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서구적 컴플렉스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온 우리에게

로마 시대의 격언과 해설은 중요할 것이다.


<라틴어 수업>으로 유명하신 분 이다 보니, 나오는 책 마다 관심이 가게 되고

이 책 역시 처음엔 로마시대의 격언 모음 이라고 생각하며 구입을 하게 되었다.

 

읽어 가다 보니, 뭔가 큰 느낌이 없는데서 일종의 기만적 생각도 들었는데 한참을 읽다가 제목을 다시 보니 저자의 인생사에 영향을 미친 문구의 모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의 모서리 단면을 모두 금장 처리한 것도 의아했지만 인생 문장 모음이라는걸 알게 되면서 부터는 모두 이해 할 수 있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 사제직을 떠나 작가적 삶이 엿 보이는 저작물로써 곱씹는 의미로써 재독을 해 보면 더욱 가치가 있는 문장으로 다가온다.

 

모든 책이 그렇하듯이 다시 읽어 볼 부분 마다 붉은 밑줄과 한께 붙박이 종이로 표식을 해 놓았다. 책의 옆면 은 책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표식이 구겨지는 단점이 있어 항상 윗면에 표를 해 놓는다. 이런 표식이 많을수록 나에게는 가치 있는 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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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이란 이름으로 고착적인 정치적 판단과 가치 형성에 비판을 가하는 프레임적 용어를 처음 들어 본 것이 대략 2천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같은 사무실에 앉은 한 직급 아래 초보 사원의 혼잣말을 우연히 듣게 된 것이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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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2대째 조선일보를 구독한다. 한자를 섞어가며 세로쓰기로 발매를 하던 시절, 친척 집에서 보는 동아일보에는 군데 군데 글자가 빠지고 비어있는 기사를 보던 그 시절에도, ‘매일 신문을 한 자도 안 빼고 3년을 읽으면 학자가 된다는 어느 선생님의 멘트를 인상적으로 새기면서도, 설령 구독지를 바꾼다 해도 별달리 마땅한 것도 없고 해서 그냥 계속 본 것이 대를 이은 몇 십년의 구독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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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조간 신문을 읽는 일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 피곤이 가신 뇌가 가장 먼저 받아 들이는 사회의 신호들이 조간 신문이라는 점에서 조선일보가 1위 구독지가 된 것에는 나름 타당한 이유도 있다고 여겨진다

가장 먼저 들어와 뇌에 자리 잡은 각종 사회의 첫 인상적 소식들의 새김이 판단이나 가치의 처리를 형성했기 때문에, 나름의 구조적인 배열 같은 뇌 조직의 체계를 형성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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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골치 아픈 미적분을 배운들 사회에 나가서 써 먹을 일이 얼마나 있으려나

실제로 사회생활 경험으로 보아도 학교 때 배운 고차원의 방정식을 써 먹을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나 같은 경우는 앰프를 제작하면서 차동 회로라는 설계 부분에서 방정식이 동원 되는데서 

자작의 심도 있는 작업을 포기하게 하기도 했지만, 우리 일상의 공통적 경험의 장에선 실제 고차 방정식을 활용할 기회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방정식을 배우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 어려운 방정의 해법을 순서대로 차레 차레 풀어 나가면서, 그러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뇌는 그러한 방정식 풀이의 과정처럼 어떠한 건수를 처리하여 자신의 주변에 생기는 현상이나 문제성을 이런 식으로 풀어가게 되는 지경으로 가게 될 것이다. 마치 조간 신문을 읽으면서 그 처리 방식의 익숙한 형식처럼 말이다. 두뇌 속에 컴퓨터의 파일과 폴더의 방이 형성 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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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지면 현해탄을 건너오지 말라우!’ 라며 축구에서 힌일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말 부터 시작해서, 총체적 국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분야에서 한국이 제압 할 수 있는 운동 종목으로서의 축구는 한일전 만큼은 반드시 이겨야하는 숙명과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멕시코 올림픽(1968?) 동메달의 주역인 가마모토가 골을 넣으려고 센터링한 볼에 점프를 하면

우리나라의 이세현 골기퍼가 볼 대신 턱 주가리를 갈겼다는 주간지 기사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예전의 축구에서 대 일본전은 알게 모르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과 같은 가치가 있는 종목이 되어 버렸다

지금의 호프집 대형 화면이나 길거리의 대형 전광판, 극장의 대형 화면을 보며 응원하던 문화가

흑백TV 시절에는 다방에 모여 응원을 하고, 전파사 쇼윈도TV 앞에 모이고, 아나운서의 가열차게 

호소있는 목소리로 울부짖듯 전하던 승리의 소식은 추억이 되어도 완전 고물처럼 삭힌 문화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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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자연과 똑같이 살면서 자연스레 집단 생활을 하는 인간이 간절한 바램을 담아 제사도 드리고 제사장 중심으로 더욱 뭉치면서 점도 치고, 제사도 지내면서 바램도 간절히 빌고, 그런 과정에서 서서히 신적 영역에 접급해 갔을 사회가, 어느 시기가 되면서 위선이라는 가면이 벗겨지며, 종교도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가치로 내려오면, 신 중심 사회는 인간 중심 사회가 되었다.

인간 중심 사회에서 수 많은 갈등과 번뇌 속에 왜 사는지에 대한 물음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생겨나고, 결국 답은 살려고 사는 그 사는 힘을 얻는 것! 생동성이라는 주제로 귀결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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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그러한 생동성의 원초적 힘을 주는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근원적 존재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스포츠의 희열을 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강렬히 전염되어 오는 에너지를 온 몸에 충만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열심히 몰두하는 젊은이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한편으론 고마움을 넘어, 저들이 저렇게 나라를 위해 열심히 뛰는데 나는 이 나이까지 이 나라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김연아의 카타르시스가 생각 나듯이, 열심히 실력을 발휘해 우승의 기쁨을 전해 주길 바라며

블로그에 나마 흔적을 남겨 본다.

히딩크가 전해 주었던 4강이라는 전율의 추억은 월드컵 결승까지 가면 재현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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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선희 씨 신인 시절 창법을 그냥 생 목소리를 질러 대는 것이라고

어느 음대 교수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아마 지금은 작고 하셨을 듯, 86년 발간 책이니)

그녀의 데뷔곡 'J'는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Hey!' 라는 곡을

어느정도 모디파이 한 것이라는 언급과 함께......

 

언제 부턴가 이지 리스닝, 발라드, 소울 이란 용어가 가요계에 자연스럽게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스탠다드 팝이란 용어는 가요계에 아직 생소한듯하다.

 

그러한 가요의 스탠다드 팝 적인 요소를 갖춘 가수를 들라면 이선희 씨 정도면

좋은 예라고 보여지는데,

생목으로 부르건 가성이나 샤우팅 적 록이든

어째든 호소력 있는 창법으로 부르는건 맞는 것 같다.

가요제 데뷔 시절의 빠글 빠글한 파마머리의 촌스러움이

연륜을 말한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엄청난 세련미로

변신된 지금

그녀의 많은 히트곡 중에 하나의 명곡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알고 싶어요> 를 들겠다.

 

가사 내용과 호소력 있는 창법과 가수의 이미지가 아주 잘 맞아 떨어져

가사 내용 처럼 노래에 음미하는 시간의 타이밍이 아주 잘 맞는

그녀의 대표적 명곡이자, 진가가 잘 드러난 곡

 

어쩌다 감상의 마지막 순간이 되면 종종 이 곡을 듣곤 한다.

고인이 된 장덕 씨의 <소녀와 가로등>을 듣다 보면 작곡가가

그 노래를 작사 작곡하며 음상을 떠올렸을 창밖의 야밤 풍경을 떠올리게

하듯이(우리에겐 장덕 보다 진미령씨 노래로 더 알려진 듯 하다)

<알고 싶어요>를 듣다 보면 호기심 많고 꿈에 부푼 사춘기 소녀의 그리움과

애모의 연정이 고스란히 잔잔하게 배어 나와 저절로 사춘기 그 옛 시절을

회상케 해준다.

작사가 양인자 씨의 수준도 가늠이 되면서 말이다.

 

* 근래 리마스터 앨범이 발매되어 고음과 보다 또렷한 저음의 배음이

잘 디지털화로 재생 되어 있다.

가요는 발매되던 그 당시, 인기 끌던 그 당시의 그 목소리로,

힘있는 원음 그대로 듣는게 가장 좋다고 여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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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부터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트롯은 근대화 시대의 애환적 소산물로 보인다.

산업화 시대에 트롯을 듣는 젊은 세대는 트로트를 일컫어

고개 넘어 가는 것 같다라는 표현으로 듣기 싫은 모종의

3류 취급을 하곤 했다.


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미자 씨나 후대에 인기를 끈 주현미 씨 같은 여가수의 라디오나 TV 영상으로만 들어 본 세대 입장에서, 질 좋은 스피커를 통해 새롭게 들어 본 노래들은 ! 이 가수가 이래서 인기를 끄는구나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미세한 여운이나 끌림 같은게 느껴져서 감탄을 하곤 한다

협주곡은 갈등이고, 대위법은 평등 사상이고, 소나타에서 주제-재현-갈등-해설 식 감상법이 

적힌 책의 내용을 들지 않더라도,

트롯은 그냥 어릴적부터 주변에서 경험적으로 체득한 귀의 경험적 소산이란 점에서, 듣는 횟수가 점점 늘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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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방송에 안 나온다고 에이즈에 걸렸다는 표현 까지 했던 주현미라는 가수가 있다. 이 가수의 진가를 느낀 것은 짝사랑이란 곡이었다.

가사중에 중간 이하의 눈물만큼 고운 별이 될래그대 가슴에

이 부분에서 될래~~ 할 때의 그 꺽임은 마치 고운 비단 같은 매끈한 천을 구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가수의 진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목소리가 개성적인 농밀함으로 요동치는 구겨짐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데, 이런 느낌을 받을 때 오디오는 LP 였고 스피커는 마그네판이란 평판형 스피커 였다

근래 알텍으로 오면서 그 때의 감정을 살려 보고자 중고 시디를 어렵사리 구했는데 이 CD가 그것이다

녹음 연도가 1992년도인데 그 젊은 시절의 생생하고 힘찬(지금도 불변이긴 하지만) 느낌이 잘 드러나고 있다. 주현미의 진가를 느껴보고 싶다면

짝사랑을 들어라! 저 '될래요' 할 때의 시간이 느리게 가는듯한 목소리의 구겨짐을 못 느낀다면 그대의 오디오는 하이파이급은 아니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옆집에 방해 되지 않을 정도의 가급적 큰 음량의 실황적 크기로 한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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