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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세트 - 전3권 - 동방고전한글역주대전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학력콤플렉스가 심하던 시절에 도올의 말 한마디는 그의 세기적(?) 철학 학위의 권위와 함께 무게가 실려 평범한 일반인에게 대단한 길잡이 구실을 하였던것 같다.
권위도 학벌도 명예도 다 떼고, 속칭 계급장 떼고의 분위기가 조성된 발원지의 근원을 찾다 보면 도올을 만나게 된다. 그만큼 그의 파장은 컸다.
20여년전에 <여자란 무엇인가> 뒷장에 나오던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의 형형한 눈빛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언젠가 도올은 방송에서 스스로 나이가 먹었다는 자조적 푸념조의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느끼는 그의 저서나 오프라인의 언행들은 다소간 연민의 시각으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이번 논어는 심기한 선생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역사상 그 누구도 도전해 보지 않은 13경을 번역해 보겠다는 각오(?) 속에 그 첫 주자로 <논어>를 내 보낸것이 된다. 나머지 2번째 3번째 주자들도 기대가 크다. 나중에 13경이 다 채워질 때면 10년이 걸리려나? 1년씩만 잡아도 13년?
어느 바이올리니스트가 거장 하이페츠의 연주를 보고 도저히 저렇게 될수 없다고 3일 밤낮을 울었다는데, 도올의 방대한 저서와 그 치열함을 보면 일이천권의 독서로 견주려는 마음조차 너무도 왜소하고 자성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리뷰 전반부에 언급했듯이 그 길라잡이적 철학의 메세지를 얻으려고 서론이 길게 쓰여진 책을 찾곤 하였다. 그런면에서 1권에 나타난 200여 페이지의 서론부는 매우 치열한 정신 세계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특히 중반 이후의 니체의 "르쌍띠망"에 비유한 공자 신화의 비판부는 책 구입의 선택에 대한 기쁨을 더욱 배가 시켜 주기도 한다. 나름대로 13경 번역의 고전적 업적을 남기려는 선생의 의지에 비한다면 장서의 서가 속에 빛나는 작품으로 존재하기에는 양장본의 호화 구성조차 되레 초라하게 느껴진다.
추사선생의 "잔서완석루' 의미처럼 두고 두고 꺼내어 보며 낡은 책이 될수 있도록 편리함과 호화로움과 고전적 멋이 곁들여지는 구성을 바라고 싶다.
모쪼록 니체의 초인=대지의 등식이 느껴지는 논어가 되기를, 아니 내음이라도 맡을 수 있다면 만족이라는 겸허의 심정으로, 메세지를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어 가고자 한다.
본문의 내용도 매우 알차다. 원문적 해석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해석을 위해 인용된 2차 자료의 해석이 종전에 비해 뛰어난점이다. 이런 면에서 저자의 고전 실력이 빛나는것 같다. 예를 들면 그냥 한번 접하는 책중에 <근사록> 이 있다면 그 책에 등장하는 염계나 주희의 어록에 대한 각인을 그들의 선배까지 동원하여 '근' 이나 '신' 의 풀이를 하는 내용들, '주일무적' 등 유용한 내용이 잔뜩 들어 있어 본문의 지루함(?)을 잊고 책을 계속 접하게 한다. 앞으로 어떤 내용이 나올지 흥미진진 할 뿐이다.
* 책 탈자부분: 1권 p58, 밑에서 3번째줄 "갠지스강역" -->"갠지스강 유역" 으로 / p133, 밑에서 11번째 줄 "단기"의 "단"자에 대한 한자 표시가 찍은 흔적 있음.